조선·동아일보 ‘북한개입설’ 반박기사 보도 ‘물타기 기사’ 비판

5·18 광주민주화운동 33주년을 앞두고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한 조선·동아일보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종편에서 역사를 왜곡한 ‘북한군 개입설’을 방송으로 내보낸 뒤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신문에서는 물타기하는 기사나 사설·칼럼을 내놓고 있다. 언론학자들은 “날조된 내용을 방송해 여론을 호도하려다 문제가 되자 신문에서 뒤늦게 무마하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15일 방송.

조선일보가 소유한 종편 채널인 TV조선은 지난 13일 시사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탈북자를 출연시켜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고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도 북한 게릴라였다”고 주장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틀 뒤 동아일보가 모기업인 종편 채널A도 시사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5·18 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탈북 인사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지난 15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방송한 ‘5·18 때 북한군 남파 진실은?’ 편에 탈북자라는 김명국씨가 출연해 5·18 당시 남파된 북한군 특전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조사와 법원 판결 등의 근거도 없는 내용으로 5·18을 부정하는 방송이 잇따르자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해당 방송을 “허위 날조”로 규정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했고, 광주시와 5·18 관련 단체들은 변호인단을 꾸려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로 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종편을 소유한 신문들은 방송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동아일보는 지난 18일 “5·18 北개입설 광주 모독 행위” 제하의 기사를 1면에 실었다. 기사는 5·18 당시 시민군과 외신의 통역을 맡았던 인요한씨 등을 인터뷰해 북한 개입설을 반박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내용의 기사를 온라인에 게재했다.

동아일보는 20일에도 기자 칼럼과 인터뷰 기사를 통해 “5·18을 폄훼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방송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퍼뜨리고 신문에서는 정반대 목소리를 내는 표리부동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소유주가 같은 언론기업이 한쪽에선 여론 조작이나 다름없는 방송을 하고 다시 신문을 통해 이를 비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종편이 전달한 5·18 관련 내용은 역사 왜곡은 물론이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상실한 수준 이하의 위험한 방송이라는 것이 더 문제”라며 “유관 언론사인 신문에서 다른 주장을 할 게 아니라 해당 방송이 직접 정정·사과방송이나 반론권 보장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사 전재>

채널A 기자들, “5.18 북한개입설 자사 방송 사과해야”
공채 1기 20일 성명서 “조건 없는 메인 뉴스 사과방송” 요구

채널A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비판 여론에 휩싸인 가운데 채널A 기자들이 조건없는 메인뉴스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채널A 공채1기 기자 7명 일동은 20일 사내게시판에 “5·18 북한군 개입설 기사 후 파장을 보고”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동아일보는 물론 채널A 타 프로그램까지 ‘김광현의 탕탕평평-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며 현재 상황을 진단한 뒤 “타 일간지와 인터넷 언론에는 연일 채널A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일각에선 방송사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채널A 구성원 상당수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널A 기자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렇게 논란이 큰 기사가 이렇게 빈약한 팩트로 사실인 양 보도될 수 있느냐 일 것이다”라며 “인터뷰만으로 ‘5·18 북 개입설’ 기사가 보도되기엔 관련 주제가 너무 무거웠다. 보도국의 게이트 키핑 능력 자체가 재고되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채널A 공채 1기 기자들은 이번 논란의 해결을 위해 △이번 사태의 진상조사와 그 결과의 공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조건 없는 메인 뉴스 사과방송 등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한편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전사로 광주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김명국(가명)씨의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김명국씨는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1980년 5월 21일 배를 타고 광주 인근 바닷가에 도착해 시민군 행세를 했으며 작전을 마치고 후퇴할 때는 남한 특전사를 공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광주 폭동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으로 돌아간 뒤)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디어 오늘>

민언련, 종편채널 허가취소 요구 공동성명 발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0일 전국 민언련 공동성명을 내어 “허위사실을 날조하여 5·18민주화운동의 사실과 의미를 통째로 왜곡하는 일이 이른바 언론이라는 종편채널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너무나 많은 항쟁 참여자들과 당사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살아 있음에도 터무니없는 허위사실과 날조를 통해 광주항쟁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면서 “두 방송사는 그 여파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날조된 허위사실과 왜곡된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쟁취 투쟁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었던 5·18민주화운동의 의미 자체를 심각하게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번 방송 사태는 민주주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수구 보수세력과 이들을 적극 대변해온 종편채널의 합작”이라면서 “우리는 종편채널을 과연 언론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종편채널이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반사회적, 반역사적 흉기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이에 전국에 있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민주 시민과 함께 총궐기하여 이번 종편채널의 터무니없는 허위사실 날조와 역사왜곡을 엄중히 규탄한다”면서 “반사회적이고 반역사적인 프로그램을 내보낸 두 종편채널의 허가를 취소할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디어 오늘>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