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오 중 (농협중앙회 청주 가경지점장)

어릴 적엔 탄성을 지르고 팔짝팔짝 뛸 정도로 좋아했다, 학창시절에는 워즈워드의 싯귀를 절로 읊조릴 정도로 좋았다. 하늘에 있는 무지개를 보면 그랬다. 하늘에 커다랗고 둥그렇게 걸린 무지개는 신기루와 같이 매우 신비로워서 아름다웠다.

어릴 적에 무지개는 나의 희망이었고 꿈이었으며 동경의 대상이었다. 무지개가 뜨면 무작정 좋았고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하늘가에 아름답게 걸려 있는 무지개를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나의 소망대로 그렇게 오래 머물러 있어 주지를 않았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어 주질 않고 순식간에 달아나기 때문에 더욱더 보고 싶고 소중하게 느껴지는가 보다.

그런데 어릴 적에는 비가 올 때면 종종 보곤 하던 그 무지개가 요즈음에는 좀처럼 보기가 힘들게 됐다. 무지개를 언제 보았는지 나의 기억 속에 가물가물 거리기만 할 정도다.
그래서 “아!” 무지개가 무척 보고 싶고 그립다. 현실에서 못 보면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 그러나 꿈에서도 좀처럼 나타나질 않으니 야속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지리산을 올랐는데, 그 곳에서 비록 선명하지는 못하였지만 실로 얼마만 인지 무지개를 보았다. 그 얼마나 꿈에조차 그리던 무지개인가?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은 나에게 모처럼 잃어버린 동심을 잠시나마 일깨워 주었다.

요즈음 사람들은 무지개를 여간해서 잘 보질 못하고 그러한 까닭에 사람들의 가슴이 점점 사막처럼 삭막해져 가고 포악해져 가는 것 같다. 또 꿈과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를 좀처럼 보질 못하는 까닭에 요즈음 사람들은 무지개가 상징하는 꿈과 희망을 함께 잃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지개가 잘 안 생기는 까닭이 뭘까? 그것은 우리 지구촌의 사람들이 야기시킨 자연훼손과 환경오염 때문일 것이다. 하늘에 스모그가 자꾸만 생기는 까닭도, 오존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는 것도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업보일 것이다.
문명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이 무척 편리해 졌다고는 하지만 그에 비례해 우리의 자연과 환경은 점점 더 피폐해져 가고 있다. 그런 까닭에 평상시에는 맑은 하늘을 좀처럼 보기 어렵고, 비가 한바탕 내린 후에 야만 비로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지개를 영원히 보질 못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꿈과 희망을 잃기 전에 우리의 소중한 자연과 환경을 보살피고 가꾸어 다시금 옛날과 같이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기를 오늘도 나는 꿈꾸며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것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헛된 꿈일까? 또한 사람들은 무지개와 같이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무지개가 하늘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지 않듯 아름다운 사랑도 오랫동안 지속하질 못하는 것인가 보다. 정말로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꿈꾸는 자여! 그대는 행복하다’고 누군가 말했듯 우리의 희망과 꿈의 상징인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는 세상을 기원하자. 아울러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또한 우리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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