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소나 장애우라 불러라! ‘장애’ 반대말, ‘정상’ 아닌 ‘비장애’
4·20에만 기사 쓴다. 우리 모두 같은 사람으로 느낄 때 차별해소

3명의 장애당사자와 2명의 비장애인이 모여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차별과 한스러움으로 가득한 비장한 토론으로 흐를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톡톡 튀는 유쾌한 풍자가 넘쳤다. 참석자 모두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고 했다. 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벽은 비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을 꼽았다.(편집자)

▲ 왼쪽부터 김상윤(청주여성의전화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 이종일(직지장애인자립센터소장), 정미정(다사리장애인자립센터소장), 최난나(충북장애인부모회장),윤남용(직지장애인자립센터기획실장)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다

이종일) 사회로부터 소외받지 않고 사회에서 내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비장애인보다 더 큰 의지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최난나) 세상을 바로 잡는 것.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고 비장애인에게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김상윤) 한마디로 ‘재미있는 것’이다. 서럽게 생각할 것도 없이 재미있는게 많다. (대담 뒷 말미에 ‘비장애인을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바꿨다)

정미정) 행복을 만드는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우리를 불행하게 보지만 우리는 행복을 만들어 간다.
윤남용) 비장애인으로 장애인권 운동을 하면서 느꼈다. 딱 하나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비장애인이 100의 벽을 가지고 있다면 장애인은 하나의 벽을 더 가지고 있다. 그 벽을 함께 허무는 것이다.

비장애인에겐 보잘 것 없는 10cm의 턱은 장애인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 된다고 합니다. 장애와 비장애를 경계 짓는 이런 턱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최난나) 식당에 가기 어렵다. 경사로로 된 식당이 별로 없다. 경사로를 넘으면 화장실 벽에 부딪힌다. 의식주와 여가생활, 이 곳부터 벽이다

이종일) 버스타기가 어렵다. 우리가 탈수 있는 것은 저상버스 뿐인데 차량 한 대를 놓치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 전동휠체어가 다니기엔 인도가 너무 울퉁불퉁하다.

정미정) 10cm 턱은 너무 높다. 우리에겐 3cm도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이 턱만 없으면 휠체어에겐 자유다. 왜 인도에 차를 세워놓나?  진짜 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턱이다. 장애인을 낮게 보거나 멀리 떨어뜨려 놓고 보려한다. 알고 보면 우린 다 똑 같은 사람이다.

김상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성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했다. 청주 상당경찰서가 장애여성 성폭력 대책협의회를 구성하자 해서 갔는데 2층에서 했다. 승강기도 없고 리프트도 없었다. 위원으로 초빙된 휠체어 장애인에게 경찰서는 돌아가라고 했다. 도가니 이후 시설에서는 보호 명목으로 이성접촉을 원천봉쇄한다. 장애인은 사랑의 감정도 가지면 안 되는가? 장애인은 무조건적인 보호대상이 아니다.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보호대상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벽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기 전에 둘 다 똑같은 인간이다. 

윤남용) 빠른 것만 추구하는 사회다 보니 장애인의 느림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의 반대말은 ‘정상’이 아니다. ‘장애우’는 좋은 말이 아니다. 장애우는 친구라는 말인데 비장애 초등학생이 50대 장애인을 친구라고 부르는 셈이다.

김상윤) 광우병소, 병든 소나 그렇게 불러라. 우리는 장애 ‘우(牛)’가 아니라 사람이다.

이동권·교육권·자립생활권·노동권·성적자율권등 기본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종일) 39년을 방안에서만 살았다. 전동휠체어가 생긴 뒤 야학에서 처음 공부를 했고 현재 방통대 휴학중이다. 나는 독립된 인간이다. 40살 이후에 해본 자립생활이후에 비로소 인간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정미정) 모든 것이 다 부족하다. 시설에 있다 보면 전동휠체어를 운전할 기회조차 없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이 마음의 자립조차 느끼지 못한다. 가사 분담을 하는 남편이 ‘내가 이 만큼 해준다’고 말한다. 그 말은 틀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 또한 해준 것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김상윤) 충북에서 최고 좋다는 장애인 노동시설에서 3년 동안 일해 봤다. 처참했다. 비장애인 사회복지사가 연배가 아버지뻘 되는 장애인에게 멱살 잡고 욕하는 것을 봤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밥벌이인가? 청주 지역 방송사 중 아직까지 수화통역을 제공 하지 않는 방송사가 있다.

최난나) 학교 교육자체에서  소외된 것도 있지만 직업교육을 행할 기회가 없다. 일반학교에도 장애인 직업교육과정(전공과)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청주에서 한 시간 떨어진 청원군 미원의 폐교에 시늉만 떨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상윤) 비장애인도 장애인이 인간이란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너와 똑 같은 인간이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난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너와 똑같은 인간이다.

최난나)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사업을 할 때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했으면 좋겠다. 이동시설을 볼 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점검해보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종일)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되었을 때만 기사를 쓰고  기념하지 마라. 장애인 차별금지법 처벌 규정이 강화됐으면 좋겠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행복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장애인의 힘, 투표율 높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예술행사와 같은 문화 활동에서도 소외됐다. 전체인구가 1년에 1회이상 영화를 보는 비율은 58.9%였으나 장애인은 13.3%에 불과했다. 연극, 미술전시회, 음악회등 모든 분야에서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이 여가를 즐기는 방법으로는 TV시청, 가사잡일, 사교일, 가족관련일, 휴식 순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은 투표 만큼은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의 경우 전체인구 투표율은 60.6%에서 2008년 46.1로 14.5% 감소한 반면, 장애인구는 77.2%로 오히려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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