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탄핵정국, 그리고 총선이 끝나자 이번에는 주한 미군의 일부 철수를 놓고 또 한차례 여론이 분분합니다.


부시 미행정부가 한국에 주둔하고있는 미군 3만7000명 가운데 1개 여단병력 4천 여명을 이라크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발표하자 일부 국민들 사이에 갑자기 전쟁이라도 터질 것처럼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6·25전쟁이후 50여 년 동안 남북이 대치하고있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막아 주고 있는 것쯤으로 굳게 믿고있는 국민들로서는 일부나마 미군이 빠져나간다고 하니 적이 놀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역사상 우리 나라에 외국군대가 들어온 것은 멀리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할 때 끌어들인 당나라군대가 17년 동안 이 땅에 머문 것을 시작으로 고려 때는 몽고 40년, 임진왜란 때는 일본과 명나라 군대가 수 십 년을 돌아가지 않고 이 땅에 머물렀습니다.

근대에 와서도 임오군란이 일어 난 1882년 청나라와 일본군대가 들어 온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122년 동안 단 하루도 이 땅에 외국군대가 없던 날이 없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일본과 미국이 1백년 내내 번갈아 주둔하면서 21세기도 4년이 된 지금까지 미군주둔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이 땅에 깃발을 꽂았던 외국군대는 당나라, 몽고, 명나라, 청나라, 일본, 러시아, 미국, 소련, 중국, 미국 이외에도 유엔 깃발 아래의 6·25에 참전한 나라가 15개국이나 되니 중립국감시단을 빼더라도 그것을 헤아리기란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과문한 탓이지만 외국군대가 2백년씩이나 주둔한 나라는 이 지구상에 우리 나라 말고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곳이건 창과 칼과 총으로 무장한 외국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나라의 치욕입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일은 우리 국민들이 외국군대의 주둔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거꾸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풍조입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주권은 있고 민족의 자존은 있는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그때마다 줄기차게 주한 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며 큰 소리를 치는 것은 1945년 38도선 이북에 진주했던 소련군을 3년만에 내보내고 6·25때 들어 왔던 중공군 역시 1958년 완전히 철수시켰다는 그들 나름의 자부심 때문입니다.

물론 6·25이후 54년 동안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전쟁 예방에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미국에 대해 고마워하고 계속 주둔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은 남한을 지켜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한국을 교두보 삼아 러시아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을 놓고 허구한 날 바짓가랑이 부여잡고 사정을 하는 것은 민족의 자존에 걸 맞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왜, 그렇게 북한이 무섭습니까. 경제 규모가 열 배, 아니 몇십 배가 넘는 국력인데 왜 군사력은 맨 날 열세입니까. 정말 그렇습니까. 아니라고 봅니다. 현대전은 병력의 수가 아니라 경제력과 신병기의 대결입니다. 지금 이 나라는 50년 전 6·25때의 그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이제는 이 땅에 외국군대 없이도 우리 힘으로 나라를 지킨다는 결의가 필요합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남에게 나라를 지켜 달라고 통사정하며 매달리는 모습이…. 도대체 언제까지 미군의 주둔을 애원할 것입니까.

우리 나라는 반만년 역사를 통해 900여 차례나 외침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국난을 이기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이제야 말로 노예근성,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국민적 결의를 다져야 합니다. 그것이 올바른 자세입니다.

김남주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한 농부의 독백입니다.
-남의 나라 군대 끌어다 제 나라 형제 쳤는데 / 뭣이 신난다고 외국 장수 이름을 절에까지 붙이겠소(소정방’蘇定方’의 이름을 딴 부여의 정방사’定方寺’, 내소사’來蘇寺’를 지칭) / 하기야 인천 가니까 맥아더 동상이 서 있더라만 / 남의 나라 장수 동상이 서 있는 나라는 우리 나라밖에 없다 더만-
/ 본사고문 kyh@cb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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