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송 현 (신우기획 대표)

금년 들어 원흥이를 둘러싸고 대립이 격화되더니 마침내는 고소·고발과 극단적인 단식까지 이어졌다. 원흥이문제를 처음 사회문제화하고 1기 시민대책위원회를 이끈 사람으로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중도위의 수정안을 받아들이고, 보완과 감시활동으로 운동을 발전시킬 것을 주장한 사람으로서 커다란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원흥이를 둘러싼 대립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장 큰 이유는 대립하고 있는 두 주체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데 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토지공사를 비롯한 택지개발의 시행자들의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토지공사는 ‘땅장사’에만 여념이 없고, 토지공사와 관계되는 기관이나 하청·용역 수행업체들은 ‘무책임’하고, ‘양심을 파는’ 자들로 규정하고 있다.

거꾸로 토지공사를 비롯한 시행자들은 ‘시민대책위원회의 순수성’을 의심한다. 결국은 택지개발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대중적인 관심에서 자기과시적인 욕구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인정을 하지 않으니 대화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다투는 내용에 진전이 없다. 몇 달이 지나도 논의는 조금도 깊어지지 않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된다. 발전적인 논의는 어디에도 없고, 소모적인 말싸움만 계속 되어온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모두 자세를 고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먼저 서로의 주장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양보를 요구해야 한다. 또 다른 가능성도 찾아봐야 한다.
최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대표 몇 명이 밀실에서 회의를 한다고 하니 미덥지가 않다.

원흥이문제는 이제 몇 명의 대표가 밀실에서 마주 앉아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산남3지구에는 수많은 기관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많은 제약이 있다. 또 시민대책위원회도 누군가가 대표성을 인정받아 비공개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때문에 밀실에서의 대화는 시간연장, 명분쌓기를 위한 것으로 끝나기 쉽다.

기본적인 것부터 서로 이해를 함께 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산남3지구 택지개발의 문제, 원흥이방죽의 문제, 두꺼비의 생태에 관한 이해 등등.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대표 몇 사람만이 이해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관계자는 물론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바탕위에서 비로소 합의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광범위하게, 집중해서, 마라톤 토론을 해야 한다. 하루 종일 토론을 하고, 저녁에 각자 대책을 논의하고, 다음날 이어서 토론하자. 언론을 비롯하여 행정기관과 일반시민들이 방청할 수 있도록 하자. 해당분야 전문가의 이야기도 듣고, 현장도 함께 확인하자. 두루뭉실 주장 넘겨주지 말고 분명하게 확인하자. 대차대조표를 만들 듯이 서로 주장하는 바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서로의 주장을 진실하게 이해하자. 그리고 합의를 시도하자.

대화를 시도하기에 앞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토지공사는 사업시행자로서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설명하고, 어려움을 납득시킬 책임이 있다. 그렇지 못하면 공기업으로서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환경단체들도 원칙만을 강조하는 소위 ‘무대포’식의 싸움을 지양해야 한다.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거나,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주장은 정치적인 발언에 그쳐야지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두꺼비를 살리자고 하면서 대화를 파국으로 이끌어 두꺼비 서식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두꺼비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원흥이 논의에서 꼭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자연생태문제를 위해 다른 것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령 학교를 위축시키는 논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시민대책위원회의 대안에는 청소년교육문화공간을 없애고 대체택지로 개발하는 안이 들어있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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