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겠다던 오흥배 회장, 하루만에 “법대로 해라”
상임의원 전원 사퇴 결의, 오 회장에 동반 사퇴 제안

청주상공회의소의 내부문건 유출로 불거진 내홍이 극단적인 결말로 치닫고 있다. 19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오흥배 회장은 전날 직원들 앞에서 발언한 사퇴의 의미를 “정상화 뒤 사퇴”라며, 현재로써는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 회장이 사퇴의사를 거두자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부회장단과 상임의원들은 오 회장을 회의장 밖으로 내보낸 가운데 회의를 지속해 동반 사퇴할 것을 결의했다. 또한 상임의원들은 오 회장이 동반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회장 해임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오 회장이 사퇴 결정을 하지 않을 경우 의원총회를 통해 현직 회장을 중도 해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청주상의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청주상의의 위상추락과 회원 탈퇴나 회비납부 거부 등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사진설명-19일 열린 청주상의 상임위원회에서 오 회장은 상임의원들과 직원들로부터 사퇴할 것을 촉구받았다. 상임위는 오 회장이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1일 의원총회에서 해임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내부문서 유출로 동정론도 사라져
상임의원회의에 참석한 오 회장은 전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퇴 결심과 관련해 “보도된 내용은 앞말을 배제한 채 보도한 것”이라며 “전날 직원들 앞에서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회장이라면 사퇴해야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는 어수선한 청주상의를 정상화 시킨 이후”라고 설명했다. 또 오 회장은 또 상임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법대로 하라”며 폐회를 선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회장은 최근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상임위원들은 물론 노조와 회원사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다. 청주상의 구성원들은 의혹이 제기된 ECRC 관련 사업비의 비자금 의혹이나 최근 복직한 한명수 사무처장의 허위학력, 이태호 전 회장에 대한 출장비 지원 등에 대한 문제점보다는 조직의 수장이 내부 문서를 외부로 유출한 것을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때는 현직 회장이 오죽하면 언론을 통해 문제를 삼았겠냐는 동정론도 일었지만, 문제를 제기한 사안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상임의원회의나 분과위원 활동, 감사 등을 통해 검토가 됐고 충분히 협의를 거쳤다는 점이 상임위원회를 통해 드러나면서 동정론도 사라졌다.

오 회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청주상의는 크고 작은 논란들이 끊이지 않았다. 상임의원들도 19일 결의서를 통해 “지난 1년여 동안의 파행 운영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로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또한 논란을 야기한 책임이 오 회장에게 있다는 것이 상임의원들의 지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6월 오 회장이 한명수 사무처장을 독단적으로 해임하면서 벌어졌다. 하지만 오 회장이 정작 견제했던 인물은 본인 스스로 명예회장으로 추대한 이태호 전 회장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태호 “피해망상적 편집증”
지난해 6월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오 회장은 “지금 상공회의소에는 2명의 회장이 있다. 한명은 전 회장이고 한명은 현 회장”이라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다. 당시 오 회장은 청주상의가 여전히 이 전 회장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당시 오 회장은 “전 사무처장이 일부 직원들에게 ‘오 회장을 흔들면 스스로 물러나갈 될 것이고 공석이 되면 다시 이 회장을 모셔오면 된다’고 이야기 한 것을 전해 들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오 회장과 이 전 회장은 청주중학교 동창으로 40년지기 친구다. 한 처장은 오 회장의 중·고교 후배다. 오 회장이 투표가 아닌 추대로 회장에 선출된 것도 이들의 노력이 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오 회장이 최근 노골적으로 이 전 회장의 비자금 등 의혹을 언론을 통해 터트리자, 이 전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을 그었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상공회의소 회장을 하려고 했던 몇몇 회원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타지 출신인 반면 오 회장은 상당한 규모의 향토기업을 운영하는 청주 출신이라는 점에서 추대위원회가 오 회장을 추대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며 “오랫동안 알아왔기 때문에 성향을 잘 알고 있어 우려도 했지만 이미 추대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이고, 사무처장 등 조직이 뒷받침해주면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오 회장을 지지한 배경에 대해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최근 사태에 대해 “상의 관계자와 만남 자체도 자제해왔는데 상의에서 일어나는 분란을 전 회장이 조종한다는 현 회장의 공공연한 발언은 피해망상적 편집증의 발로”라고 비난하며 “허위사실과 다른 음해공작에 대해서는 법적대응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처장의 해임으로 잠시 조용했던 청주상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최근 한 처장의 복직되면서 다시 시끄러워졌다.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이두영 부회장은 “부회장단이 개인적인 부탁도 했고, 한 처장이 자연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2월까지 아무 문제도 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언론을 통해 상의 문제를 제기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다른 상임의원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업무스타일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왔다. 한마디로 청주상의 업무를 개인회사 운영하듯 한다는 비난이다. 한 관계자는 “상의 회계 전표를 자신의 회사로 보내도록 하고, 회사 직원의 검열을 거쳐 보고를 받는다”는 예를 들며 “상식 밖”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조직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명분으로 상의 회장 본연의 임무인 대외활동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이 전 회장 조차도 “세계적인 경제위기 등 바깥환경도 어렵고, 지역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청주공항 민영화, 청주청원 통합 등 상의가 할 역할이 만만치 않다”며 “사태가 진정되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오 회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 의원총회에 해임안이 상정될 경우 60명으로 구성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해임안이 가결된다. 또한 상임의원들은 19일 발표한 결의서를 통해 사태해결과 청주상의의 개혁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오 회장이 의원총회를 통해 해임될 경우 비대위가 청주상의 운영을 대신하고 빠른 시일 내에 임시 의원총회를 열어 회장 및 집행부를 선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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