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이지호 (대전시립미술관장)

오늘날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테크닉적인 요소와 미학적인 요소들 간에 상호작용을 검토하고 그 이론적 기초를 세운 작가로서 평가 받는다. 그는 당시 비데오 아트가 새로운 시각적 테크놀로지로서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지했고 또한 내적인 미학적 규범을 기반으로 독창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처음부터 비디오라는 매체의 특수한 시간적 차원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동시에 개념미술이나 환경/공간과 같은 현상들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발전시킨 것이다.

텔레비전을 표현 매체로 하는 비디오 아트는 60년대 플럭서스의 백남준과 볼프 보스텔 등이 상업TV에 대해 반대하는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생겨났다. 당시 시중에서 비디오는 새로운 매체였고, 소니(Sony)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백남준은 이미1959년 전위음악가 죤 케이지에게 보내는 자신의 편지에 새로운 예술매체로서 텔레비전의 매력을 피력했다고 한다.

예술의 고유성, 유일성, 영구성을 거부하는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플럭서스는 백남준에게 해프닝의 무대였으며 비데오 아트를 탄생시키는 모태가 된다. 백남준은 TV수상기가 예술, 삶 그리고 전자공학을 중개하는 환상적인 매개체라고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백남준은 1932년 서울에서 출생, 1945년 경기 중학교에 입학. 1949년 홍콩으로 건너가 로이덴 스쿨 (Royden School)에 입학, 1951년 다시 일본으로 가게 된다. 동경 대학에서 미학, 미술사, 음악사를 전공, 쉔베르그를 주제로 학위를 받고 동대학을 졸업한다. 1951년 백남준은 파리로 유학을 가려 했으나 집안으로부터 파리가 퇴폐적인 도시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독일 뮨헨의 음악학교(University of Music & Conservatory) 에서 음악사를 공부하다가, 1958년 다름슈타트 신음악 하기 강좌에 참석하여 플럭서스의 정신적 지주인 ‘존 케이지’를 만난다.

초기 백남준의 작업에 영향을 준 플럭서스는 1961년 조직된 행위예술 단체로서 극단적 예술을 지향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모임이었다. 그의 부인인 오노 요꼬, 요셉 보이스, 라 몽트 영, 백남준과 비디오 첼로를 협연했던 S. 무어맨 등이 이 운동에 참가했었다. ‘플럭서스(FLUXUS)’는 흐름, 끊임없는 변화, 움직임을 뜻하는 라틴어로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주로 독일의 여러 도시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국제적 전위예술운동으로 1960년 무렵 전통적인 예술형식과 스타일을 벗어난 예술가들의 생각 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계획되었던 잡지의 제목으로 그 잡지는 발행되지 못했지만 플럭서스란 명칭은 1962년 매키어너스가 비스바덴에서 조직한 최초의 콘서트 시리즈인 ‘새로운 음악’에서 처음 사용되어졌다.

플럭서스는 인생과 삶에 직결되는 ‘삶의 예술’을 지향했다. 즉 사회와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지 않는 소통의 예술을 희구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예술을 관념과 형식의 허구로부터 구제하기 위하여 관념보다는 행위로, 형식보다는 내용을 우선으로 하였다. 음악, 문학 그리고 조형예술 사이에 확립된 경계의 부정, 예술과 삶의 경계의 부재, 부정의 미학을. 마치우나스가 말했듯이, “한 예술과 다른 예술사이의 인위적인 구별 모든 의도성과 형식화 등에 반대하는 반 예술은 삶이며 자연이고 진정한 현실이다”.

백남준은 후기산업사회에서 화두가 될 대중매체의 문제점과 동시에 비디오가 정보와 놀이(휴식)의 기능을 다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깨우친 것이다. 그는 새로운 기술로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것을 예술적 차원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기술과 기계를 예술화 함으로서 인간화 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의 복잡하고 다양한 비데오 조각, 비데오 설치 그리고 비데오 환경 등 비데오 아트 분야의 핵심적인 예술가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비디오 아트의 전신인 개념적이고, 해프닝의 성격을 띤 플럭서스(Fluxus)로 부터 받은 영향이 기초가 된 것이다. 현실의 진면목을 가장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러나 역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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