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를 줄여라 사활, 경비원 인권감축 불똥
경비원인건비 비중 7% 불과, 절감효과 별로

관리비를 줄여 보려는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사무소측의 노력이 경비노동자들의 구조조정으로 불똥이 튀면서 이들간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민모(62세)씨는 지난해 마지막날에 아파트 9층 높이의 굴뚝위에 올랐다. 민씨가 굴뚝에 오른건 자신이 당한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9년째 민씨는 순찰기록을 빼먹어 시말서를 쓴 적이 있고, 이 시말서를 이유로 해고 됐다. 그러나 민씨의 실질적인 해고 사유는 따로 있었다. 이른바 경비절감을 위해서 였다. 9년차인 민씨를 대신해 신규로 채용을 하면 민씨가 받던 근속수당 월 14만원을 줄 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서울 모아파트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CCTV등 보안장비를 들이고 경비원 6명을 해고한데 항의해 한 경비원이 분신 자살하는 일도 발생했다.
  

▲ 경비원 정씨는 하루 두끼를 이곳에서 해결한다. 0.3평의 식사자리는 새벽엔 취침 자리로 바뀐다.
이렇게 경비원을 둘러싼 갈등이 유발된 것은 아파트 경비원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것을 계기로 경비원들의 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감시·단속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적용예외로 있다가  2007년부터  최저임금의 70%를 적용받았다. 이후 2011년까지 80%를 적용받았고 작년부터 2014년까지 최저임금의 90%가 적용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작년 2월 감시·단속노동자 고용사업장 934곳을 조사한 결과  평균 월급은 132만원으로 2011년 12월 말에 비해 10만원(8.4%)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50개 핵심물가관리품목에 아파트관리비를 선정하고 각 아파트별 관리비내역을  사이트에 게재하면서 아파트별 절감 노력은 ‘쩐의 전쟁’ 수준으로 경쟁이 붙었다. 각 아파트별로 CCTV를 설치하고 방호문을 설치하는 식으로 보안체계를 개편하고 대신 경비원 숫자를 줄이는 인력감축 바람이 유행처럼 번졌다. 경비원 숫자를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임금을 줄이기 위한 묘안도 등장했다. 경비원의 대다수 근무형태인 24시간 근무체제에 휴게시간을 끼어 넣었다.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 각 한시간, 야간 취침 시간을 서너시간을 부여해 임금을 줄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근5년간 전체 경비원의 30%정도가 일터에서 퇴출됐다.

상생의 공동체 삶 고민해야
그러나  경비원들의 구조조정을 통한 절감 노력에 비해 실제 효과는 별로 없다고 일선 관리소장들은 전한다. 복대동에 위치한 500여세대로 구성된 A아파트 2012년도 수입지출 예산서를 봐도 그렇다. 전체예산 14억여원 가운데 경비원들의 인건비로 지출된  경비비는 9천여만원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 소장 오모씨는 “현재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항목에 포함된 비용중 법에 명시된 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다. 그중 법에 명시된 관리비중 경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이렇게 보면 전체 아파트 관리비중 경비원 분들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내외에 불과하다. 아파트 경비원 임금이 10% 올라도 전체관리비 상승요인은 0.7%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720여세대로 구성된 가경동의 B아파트도 비슷했다. 이 아파트의 관리비고지서(사진)를 보면 전체관리비중 경비비가 포함된 일반관리비 비중이 10%에 불과했다. 따라서 여기에 포함된 경비비 비중은 3%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들이 희생양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복대동 A아파트 오모 소장은 막연한 관리비절감압박 분위기를 들었다. “입주민들은 고지서를 볼때마다 관리비가 올랐다는 것을 체감한다. 실제론 관리비에 고지된 항목중 70%는 전기세, 난방비와 같이 사용한 만큼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정부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고, 우리는 대신 걷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관리비가 아니다.  입주민대표자들은 관리비를 한푼이라도 줄였다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무엇인가 노력했다는 물증이 필요하고 그것이 가장 취약한 경비원의 구조조정으로 집중된다”고 설명한다.

▲ 가경동 B아파트 작년 11월 관리비 고지서. 항목은 많지만 순수관리비 항목은 적다. 각 세대가 사용한만큼 내는 전기세, 난방비등 국가에서 가격을 정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비원들도 월급은 올랐지만 마냥 기쁘지 많은 않다. 오른 월급이 구조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할까 두렵다. 월급이 오른 만큼 많은 역할을 바라고, 또 젊은 사람들을 채용하자는 분위기도 있어 나이든 경비원들은 더 부담이다. 한편 경비원에 대한 최저임금을 일부만 적용한 현재의 최저임금제도가 근본에서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현재 경비원들이 하고 있는 일은 청소, 택배수렴, 눈치우기, 뿔뽑기, 재활용선별장 관리, 교통지도등 경비업무와 동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경비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감시단속적 근로자가 아니다. 소송으로 가면 최저임금 전액이 지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저임금을 적용한것이 문제가 아니라, "안줘도 된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비원 정씨의 24시.
 이 나이에 착한주민들과 있어 행복

대농을 정년퇴직하고 2005년부터 경비일을 시작한 65세의 정씨. 교대시간은 아침 일곱시 반이지만 아침 여섯시반에 출근했다. 전근무자에게 밤새 있었던 일을 인수받고 단지내 순찰과 청소를 한다. 순찰도중 핸드폰이 울린다.  주차된 차량을 밀어달라는 입주민의 부탁이다. 유난히 많았던 눈 때문에 바닥이 고르지 않아 여성이나 노약자들이 차량을 혼자 밀기가 어렵다. 이때는 씩씩하게 잘 힘을 써야 한다. 나이가 많아 일을 잘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에만 이런 요청이 네건이나 있었다.

여덟시 반부터는 재활용처리장 정리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음식물을 버리고 남은 비닐봉투를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겨울이라 냄새가 덜하다. 그리고 음식물 수거통을 닦는다. 이어 재활용 플라스틱과 유리병등을 자루에 담아 한곳에 쌓는다. 이것이 끝나면 박스나 종이가 모아진 것을 정리한다. 이 작업만 두시간 정도 걸린다. 쓰레기 봉투를 치울때는 조금 예민하다. 깨진 유리가 담겨진 쓰레기 봉투를 치우다 손을 크게 벤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입주민이 분리해서 처리했으면 좋겠지만 다치면 눈치가 보인다.

이제 점심시간이다. 경비실에 있는 전기밥솥에 밥이 남아있다. 집에서 싸온 반찬을 꺼내 후다닥 점심을 때웠다. 한시간의 휴식시간이 보장됐지만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이제 본격적으로 택배가 온다. 택배는 보통 오후 시간대에 하루 스무개 정도가 경비실로 배달된다. 택배가 오면 장부에 일일일 기재한다. 오후부터는 관리사무소에서 지시한 공동작업을 한다. 여름에는 주로 뿔뽑기를 하고 이번 겨울에는 제설작업이 주를 이룬다. 다행히 날이 푸근해 꽁꽁 얼어 얼음처럼 변한 눈덩이가 녹았다. 삽으로 바닥을 긁어내는데 잘 떨어진다. 시작한지 십분도 안됐는데 땀이 난다.

한시간 정도 지날 무렵 지나가는 입주민이 한마디 한다. 다른 쪽을 이야기하며 “저기는 언제 치울거냐”고 한다. 이럴 땐 서운하다.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하고 이야기하면 참 좋을 텐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겨울은 유별스럽게 눈이 많이 왔다. 경비원 정씨는 밤에 눈이 오면 아침 일곱시 이전에 사람이 다니는 길목만큼은 눈을 치운다. 혹시나 미끄러져서 다치는 입주민들이 있으면 어김없이 민원이 들어온다.

어느새 오후가 훌쩍 갔다. 저녁을 먹고 야간 순찰과 택배통보 청소를 한다. 밤 한시, 관리사무소에서 정해준 취침시간이다. 0.2평정도 되는 공간에 침낭을 덮고 몸을 뉜다. 우풍이 세지만 이정도면 괜찮다. 옆 아파트는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잠을 자는데 이정도면 호강이다. 올해로 만65세. 정년퇴직후 시작한 일이지만 일할수 있어 행복하다. 이 나이에 어디가서 일 할수 있을까? 더군다나 정씨에게 이파트 입주민 대부분은 친철하다. 그것이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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