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식 충북발전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

MB는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행복한 나라라고 언급하였는데, 대한민국이 1%를 위한 나라가 아닌 이상 이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새 대통령은 곧 ‘국민행복시대’를 선언할 것이다. 과연 국민이 행복한 시대가 도래할 것인지 적어도 52%는 기대를 하고 있겠지만, 이 또한 기대난망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지난 2008년 4월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을 매우 ‘위험한 사회’로 경고하였다. 불행히도 한국의 위험성은 지난 5년 동안 나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는 ‘위험한 사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역사적인 결과물이란 점에서 심각하다. 울리히 벡의 주장대로, 위험한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근대화 및 정보화에 따른 사회안전망의 붕괴로 삶의 질 저하, 행복지수 격감, 존재감 상실 등이 만연화된 사회이다. 특히 한국은 험난했던 근현대 역사의 유산으로 폭력이 일상화되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1백년 동안 5번에 걸친 내전이자 국제전쟁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고 60년에 걸친 분단과 독재 상황에서 폭력이 일상화되었다.

게다가 1960년대 이후 근대화의 논리에 입각하여 고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한 결과, 2012년 런던 올림픽 5위의 스포츠 강국, 세계 경제 11위의 경제 대국, G20, 1천만 명의 외래 관광객이라는 외형 성장을 이루었지만, 전쟁 트라우마와 폭력의 일상화 및 황금만능주의 등으로 인해 OECD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 살인 6위, 강간 11위, 세계 156개국 가운데 행복지수 56위, OECD국가 36개국 가운데 행복지수 26위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미 한국 사회는 돈을 ‘빨리빨리’ 버는 사이 병들었다. 폭력과 자살에 노출된 사회는 상대적으로 생명 가치가 땅에 떨어진 사회이다. 지난 60년 돈 중시, 생명 경시가 오늘의 한국사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힐링’이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말 우리 사회는 힐링이 필요하다. 치유가 절대 필요한 사회이다. 울리히 벡 교수는 위험한 사회 대안으로 새로운 제2의 근대로 ‘성찰적 근대화’를 주장하면서 사회안정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법과 제도 및 복지에 의존한 사회안전망 구축은 물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그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사회의식과 윤리규범의 재정립이라 할 수 있다. 공자가 말하길,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조화와 예의범절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하였다(논어). 예의범절은 사회를 안전하게 지탱하게 해주는 정신가치와 사회규범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시스템을 말한다.

그렇다면 폭력이 일상화된 위험한 사회, 즉, 잘못 된 근대를 성찰하고 새로운 근대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 안전장치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오늘날의 위험한 사회가 역사적 산물인 만큼, 그 극복방안도 역사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곧 사회구성원의 역사 기억과 문화 DNA에 잠재되어 있는 정신가치와 규범체계를 되살리는 것이다. 이미 사회구성원의 기억과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어 현대적인 실천개념으로 되살려 현재화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경우 폭력의 일상성을 해체하고 생명을 존중할 수 있는 안전한 행복사회로 나아가는데 법고창신할 역사적 기억과 문화 DNA는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겠으나, 그 가운데 가장 적합한 것은 조선왕조 오백년 동안 진화되어 온 선비정신을 들 수 있다.

선비정신은 자기 수행과 이타적 삶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 구현 등을 지향하였던 만큼, 새로운 근대를 위해 성찰할 수 있는 역사적 유산이자 의식체계가 아닐 수 없다. 그를 위해서는 선비의 6덕을 되살리고 어질고 사랑스러운 인자한 마음을 함양해야 한다. 선비의 6행을 이 시대에 필요한 윤리 규범으로 만들어, 사람 관계를 건강하게 회복해야 한다. 해체된 가족을 되살리고 강자가 약자를 보살피고 행복한 사회 네트워크와 안정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문학 열기와 고전에 대한 관심, 명상과 같은 수행문화의 보편화는 앞으로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 조선시대 선비는 평생 고전 공부를 하였고, 자신의 마음 움직임과 행실을 늘 살피기 위해 명상을 수신의 방편으로 삼았다. 그런 만큼 오늘날 고전 열기와 수행문화의 확산은 매우 고무적이며 앞으로도 더 일반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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