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중앙전용차로제 ‘뜨거운 감자’
청주시, 내년 사직대로 3.8km구간에서 시행계획
세계적 흐름에 맞추자↔아직 이르다 ‘갑론을박’

청주시의 버스중앙전용차로제 실시를 놓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시는 내년 9월부터 30억을 들여 흥덕구 사직로 사직분수대~복대사거리 구간(3.8㎞)에서 버스 중앙전용차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청주시내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왕복 6차로 구간의 양쪽 1차로를 버스만 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30억 예산은 도로포장, 차선·도면 도색, 신호등 설치, 가로수 이식에 쓰인다.

버스전용차로제는 누구나 피부로 와 닿은 의제다. 이해관계가 걸린 시내버스와 택시업계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찬반여론이 갈린다. 그리고 정치적인 판단에서도 새누리당 시의원과 민주통합당 시의원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버스중앙전용차로제는 한범덕 시장의 녹색수도 구현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일까. 이러한 시각에 대해 청주시의 한 중견공무원은 “이미 2008년부터 관련 용역이 시행됐다. 지난해에는 IBM사의 SCC(스마터 시티 챌린지)프로그램에 선정돼 해외 전문가 컨설팅까지 받아 재차 확인을 하지 않았는가. 정치적이라면 임기를 얼마 앞두고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조금만 흔들어놓아도 민원이 폭발한다. 정치적인 것을 떠나 청주시의 미래를 위해 논란이 일어도 실시하는 것이다”고 일축했다.

▲ 사직동 분수대~복대사거리 3.8km구간에 내년부터 버스중앙전용차로제가 실시되는 것을 두고 찬반여론이 뜨겁다.
“정치적 승부수 아니다”강조

최근 청주시가 벌인 버스중앙전용차로제 관련 토론회에서도 대부분의 패널들은 찬성표를 던졌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컸다. 그러자 토론회가 찬성 쪽 패널만을 불러 모양새를 갖췄다는 비판도 일었다.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청주시의 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과, 대중교통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상인 의원은 “60km로 달리는 도로에서 1차선을 비워놓으면 시내버스는 몇 분 당겨질 뿐이다. 사직대로를 모두 직진해서만 간다면 그 논리가 맞겠지만 중간에 내리는 사람들은 더 불편해진다. 좌회전을 제 때 못해 기다리는 차량들이 내뿜는 탄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청주시는 대도시와 여건이 다르다. 교통약자들을 위한 대중교통 정책이라면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과 연계가 돼야 하는 데 기반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 버스중앙전용차로제를 실시했을 때 시뮬레이션 결과는 어떠할까. 원광희 충북발전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해봤는데 시내버스 속도는 20%이상 빨라졌다”고 답했다. 이처럼 버스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자가용 이용자들의 불편이 가중된다면 무엇이 더 효율적이냐는 논리는 여전히 살아있다.
하지만 버스중앙전용차로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원광희 박사는 “그동안 정책 자체가 자가용 위주로 짜여졌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그 핵심은 대중교통활성화다. 대중교통 활성화의 핵심은 자가용 이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선진도시를 가보면 결론이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미 대중교통 기본계획, 사회적 약자 교통증진관련법 등 우리나라에서도 도로정책이 바뀌고 있다.

현재 버스중앙전용차로제를 실시한 곳은 서울시와 수도권 7개 도시다. 광역시를 제외한 중소도시에서는 청주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송시에서 세종시로 이미 BRT도로가 설치돼 굴절버스인 ‘바이모달트램’이 운행 중이다. 최근 수원시와 창원시는 트램을 도입하겠다고 국비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새로운 교통수단은 경전철(LRT)은 용인, 김해, 의정부가 실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다른 도시들도 대체 교통수단 및 대중교통 활성화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공감대 형성 자체가 어려운 정책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고, 교통약자들을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청주청원 통합이후로 미루자는 의견도 많다. 이외에 구간(3.8km)이 짧고, 왕복 6차로에서 4차로가 되면 좁다, 급조된 정책이다, 시민공감대형성이 안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철완 청주시 녹색추진단장은 “2008년부터 대중교통 계획이 설립돼 이러한 논의가 있었다.

민선 5기에서도 대중전용전용지구, BRT나 트램 도입, 도심권 환승센터 설치 등 다양한 녹색교통 정책안이 도출됐고, 그 가운데 버스전용차로제가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구간은 가장 정체되는 곳을 하는 것이며, 길이는 크게 상관이 없다. 서울시의 경우 1km구간에서 가장 큰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계적 시행을 하기위해서는 먼저 해보고 결과를 봐야 한다. 시민공감대형성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 이상 미루면 청주시는 뒷북만 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자가용 이용자들이 불편해지는 만큼 대중교통이 편해져야 한다는 논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원광희 박사는 “지금보다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신호체계 개편과 대폭적인 시내버스 노선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노선버스, 급행버스, 셔틀버스와 같은 등급별 버스가 도입돼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외국에서는 4차로에 트램, 버스, 자전거, 사람이 함께 다닌다. 버스가 자전거, 보행자와 연결될 수 있는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박철완 단장은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내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현재 94%가 상당로와 사직로 T자 도로에 집중돼 있다. 20%를 줄여 신도심으로 형성된 주택가로 돌릴 안을 구상중이다. 버스중앙전용차로제와 시내버스 노선개편, 신호체계개편은 반드시 함께 가며, 또한 급행버스 및 노선버스를 도입하고 버스 색깔도 바꿔서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답했다.


왜 우리집 앞에 버스가 안 오나?
노선권 여전히 시내버스 회사가 쥐고 있어

청주시는 6개 시내버스 회사에 유가보조금, 환승보조금, 재정지원금,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등에 약 3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유가보조금은 정부가 주는 돈이고, 환승보조금이나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도 사실상 시민이 부담해야 할 돈을 세금으로 대신 내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최대 수익노선인 T자형 도로(상당로, 수직로)에 94%노선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노선권은 청주시가 아니라 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가 갖고 있으며, 공동배차를 하고 있다. 따라서 고정노선이 아니라 매일 다른 노선을 다니다보니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시내버스가 준공영제가 된다면 시내버스 노선권은 청주시가 갖게 된다. 시내버스 회사들은 준공영제를 찬성하지만, 그럴 경우 예산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가 장단은 있다.

따라서 대중교통 정책을 실시하려면 각 이해관계들과의 조율이 필요하지만 만만치 않다. 획기적인 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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