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세계 2위, 대한민국에서 성교육 강사로 살아가기
교실, 보호관찰소 누비는 중앙성교육아카데미 김선영 원장

발생건수 273건, 검거건수 228건, 검거인원 241명. 이 가운데 구속은 43명, 불구속은 198명이다. 이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충북에서 일어난 성폭력 발생현황이다.

성폭력 발생건수가 전 세계에서 2위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성교육 강의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명감을 필요로 한다. 중앙성교육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는 김선영 씨는 10여 년 전부터 성교육 강사로 활동해왔다. 청주여성의전화 사무국장과 여성성폭력상담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잠을 자고 있는 데 룸메이트 친구가 불법 낙태로 인해 피가 뚝뚝 떨어지던 순간, 김 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날 밤 사감을 깨워 친구를 응급실에 보내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손만 잡아도 임신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김 씨에게 룸메이트의 그날 사고는 충격이었다.

이후 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면서 지식을 습득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과 출산 등으로 공백기를 가진 그는 본격적으로 2000년대 초반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물론 그 사이에도 사회복지사 석사를 밟았고, 지금은 충북대 아동복지학과에서 상담학으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처음 활동을 했던 당시만 해도 성교육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낮았고, 편견도 심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누구보다 바쁜 전문강사로 강단과 교실, 보호관찰소 등을 넘나들 고 있다. 청주시 성인지아카데미 위촉강사이기도 하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성교육 강의를 하는 사람도 그다.

김 씨는 40시간, 100시간 의무 수강명령을 받은 성범죄자들 앞에서 강의를 한 후, 다음날에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 김 씨는 “성범죄자들이 교육을 통해 많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때 보람을 느끼게 돼요. 우리나라는 수감자들이 세상에 나올 때 심리치료를 받지 않잖아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수감자들에 대한 심리치료 및 내적치료가 병행돼야 재발률이 낮아질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만 되도 ‘야동’에 물으니 절반 이상이 안다며 손을 들었다고 한다. “우리 자녀는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통해 잘못된 성을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어요. 다 큰 어른보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시켜 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우리사회에서 성은 아직도 ‘19금’으로 여겨진다. 아이들이 성에 대해 물었을 때 부모들은 막막하기 일쑤다. 김 씨는 “아이들과 어릴 적부터 성에 대한 동화를 읽고, 신체부위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난자처녀와 정자도령이 만나서 아이가 태어났다는 등의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요”라고 알려줬다.

또한 “성은 접촉인데 좋은 접촉과 나쁜 접촉이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성에 대한 결정권을 가르치는 거죠. 싫을 때 정확하게 ‘노’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의 주도권을 남자들이 갖고 있어요. 이것도 우리만의 문화적 현상이죠”라고 덧붙였다.

최근 잇따른 아동성폭력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처벌의 수위가 너무 낮다는 비난여론도 들끓었다. 김 씨는 “예전보다 법이 강화됐어요. 이제는 성희롱만으로도 우편물 고지가 나갑니다. 우편물 고지는 아동청소년이 사는 집에 동네에 살고 있는 성범죄자의 주소, 인상착의, 키, 나이, 직업 등 인적사항을 고지해주는 거죠. 그렇게 되면 가족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요. 그만큼 법이 강화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금은 가벼운 성추행만으로도 8개월에서 1년까지 징역을 살 수 있다.

1993년 이른바 ‘서울대 우조교 사건’(교수가 조교에게 성희롱을 함)으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후 직장 내에서도 연 2회 이상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도록 법제화돼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직장을 나가는 사례가 많다.

김 씨는 “성폭력이 큰 집이라고 설명하면 그 안에 성희롱, 성추행이 있어요. 성희롱은 언어, 시각, 육체로 나뉘죠. 성추행은 상대방의 몸을 만지는 행위에요. 이 외에 장애인, 데이트, 아동 성폭력 등으로 유형별로 나눠져요. 상대가 성희롱이라고 느끼면 성희롱이 되는 거죠. 또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는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사과를 받지 못했다면 증거자료를 확보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소송이 길어지다 보면 가해자, 피해자 모두 지치게 돼요”라고 말했다.

성교육의 대상은 어쩌면 전 국민일지 모른다. 학교 안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교육 전문강사인 김 씨의 하루는 오늘도 너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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