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가스질식사 알려지자 주민·군의회 반발 고조

▲ 대한민국 녹색쉼표를 자랑하는 단양군이 산업폐기물재처리업체의 가스누출 사망사고로 갈등에 빠졌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GRM 전경. 경비원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폐기물 재처리 업체인 GRM(대표 김종영)에서 가스 중독 사고가 발생해 환경 유해성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단양군과 GRM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8시 54분쯤 매포읍 상괴리 203번지 GRM 공장 내부에서 작업하던 직원 권모 씨(27·경북 안동시)가 공장 내부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쓰러져 있는 권 씨를 동료 노동자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지만 권 씨는 구조대가 출동하기 전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GRM 주변에서는 권 씨가 질식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사망 후 1주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측은 “검찰의 지휘 아래 부검을 실시해 1주일 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부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건을 보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동안 악취를 호소하며 중금속 배출 등을 염려하던 주민들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단양군과 GRM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GRM은 당초 단양군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당시 주민들이 환경 오염을 우려해 장기간 반대집회를 벌였던 곳이어서 사건의 파장은 매우 클 전망이다. 또한 주민들의 반대에도 단양군이 투자유치를 앞세워 GRM공장 설립을 강행한 터여서 김동성 군수를 비롯한 단양군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민들은 GRM 입주 이전부터 유독물질 발생 우려를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결국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데 대해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단양읍 이장협의회 이명휘 회장은 “GRM이 단양에 입주하면서 온갖 민원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며 “대한민국 녹색쉼표를 자랑하는 단양군이 남들이 버린 기업을 데리고 오는 특화단지에, 그것도 제돈 퍼주어가면서 입주시키는 것이 무슨 지역발전이고 일자리창출이냐”며 격하게 반발했다.

단양군의회 신태의 의장도 “근로자가 사망한 원인이 질식사가 아닌 유독물질에 의한 것이었다면 의회 차원에서라도 진상규명 위원회를 구성해 GRM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무엇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며 진상조사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GRM의 가스 측정장치(CMS) 위치가 법정 설치 장소를 벗어나 대기가스의 유해성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GRM의 배기구(굴뚝) 높이는 80m, 직경은 내경 기준 1.5m다. 가스 배출 지점은 굴뚝 아래로부터 22m 지점이고 TMS는 30m 지점에 설치한 상태다. 그러나 이는 가스 유독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법적으로 TMS는 배기가스 진입 부위를 기준으로 굴뚝 내경의 8배 이상 부위에 부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꼭대기를 기준으로는 굴뚝 내경의 2배 이상 아래에 위치해야 한다.

이런 기준을 고려할 때 GRM의 TMS 적정 부착 위치는 바닥 기준 34m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 때문에 TMS 수치를 근거로 유해성분이 분출되지 않는다는 GRM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양군과 GRM은 주민들이 정확한 측정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오해에 불과하다며 별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양군 관계자는 “설령 TMS 위치가 법이 정한 것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배출가스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그 정도 오차로 측정치에 오류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과 군의회는 단양군이 예산 집행 사실까지 속여가며 자원재생순환단지 조성을 강행하려 한다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군의회에 따르면 현재 단양군은 이 사업과 관련해 7∼8억 정도의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현재 단지 조성을 위한 기초공사에 쓰인 상태다.

그럼에도 군은 자원재생순환단지에 지금까지 791억 원의 예산이 확보됐다며 주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 만일 단지 조성 사업이 주민 반대로 계속 지연될 경우 7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도로 반납해야 한다는 논리로 주민을 설득하고 있지만, 실상은 예산이 확보되지도 않은 상태다.

또한 주민들은 GRM 공장이 입주한 이후 아침이나 습도가 높은 날이면 퀘퀘한 악취가 느껴지는 등 공해를 의심할 만한 일들이 여러 차례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GRM과 관련한 환경 유해성 논란이 재점화함에 따라 이른바 자원재생순환단지를 확대 조성하려는 단양군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 사이의 갈등은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단양군의 적극적인 기업유치 노력 속에 지난해 5월 23일 가동을 시작한 GRM은 각종 산업폐기물에서 제련된 금·은·동 등 유체광물을 추출하는 회사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만큼 큰 업체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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