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조(변호사)

지난 8일 육군대장 신일순 연합사 부사령관이 1억6천만원의 공금유용, 500만원의 뇌물수수로 전격 구속되었다.
개인비리와 관련 현역 육군대장이 구속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있는 일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다. 그리고 며칠후 국방장관은 또다른 현역대장이 비리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를 두고 DJ시절의 특정인맥을 청산하려는 표적사정론이라거나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대대적인 군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신대장의 경우 그런 정도의 개인비리는 사실상 군의 관행으로 여겨져왔던 것이고 액수 또한 구속까지 하기에는 어찌보면 소소(?)하다고 볼 수도 있겠기에 더욱 그렇다. 국방부 역시 사건발생이후 수감까지 일체의 브리핑을 하지 않아 구속수사의 배경에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고 때마침 군인사철을 앞둔 시점이어서 ‘파워게임’이라는 시선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군개혁의 단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군과 관련한 비리문제가 얼마나 일상화되어 있으며 또 얼마나 심각한 지는 2,3년씩 군생활을 해온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보통남자들이라면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에는 정기적인 군상납비리문제가 터져나왔고, 얼마전만해도 훈련병들의 목숨을 담보삼아 저질러진 불량낙하산부품납품비리문제며, 공군고등훈련기(T-50)사업특감을 통해서는 국방부와 공군의 용인 아래 300억대의 세금탈루 및 부당한 부품구매에 따른 국고손실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병역비리문제 역시 지금은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이지만 밟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총사업규모가 22조원 이상에 달했던 율곡사업 역시 자주국방의 기치아래 이루어진 역사적인 사업이었지만 그 역시도 물밑에서는 공군의 FX사업(차세대공군전투기사업)을 둘러싼 온갖 로비와 비리문제들이 터져나왔고 어찌되었거나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던 F16기종은 결국 최근에 공중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 결함여부가 계속 도마에 오르는 등 그 폐해는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된 감사 한번 이루어지지 못했고 설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사건들의 배후가 속시원히 드러난 적은 없었다. 몇몇 개인의 비리 문제로 치부되면서 일시 봉합하는 수순으로 처리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해결방식, 비리불감증이라는 악덕만을 키웠을 뿐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도 신대장 정도의 혐의라면 군장성 가운데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실 군문제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단호한 태도를 취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상황때문이다. 또한 군조직의 특성상 그 폐쇄성과 보수성은 모든 잘못까지도 감싸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장비로 무장했다한들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있다면 한순간에 무장해제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썩은 것은 썩은 것이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국가안보와 관련해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비리로 얼룩진 것이라면 더 이상 묵과되어서는 안된다. 역으로 국가안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성역은 없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이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춰 정작 중요한 문제를 비껴가려 한다면 아니 시작한 것만 못한 사정의 칼날이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의 사회조직 가운데 가장 폐쇄적이고 군조직의 특성상 가장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군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없듯이 군도 변해야만 할 것이다. 개혁의 패러다임 앞에 군 역시 자신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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