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44시간 일하고도 급여 119만원…법정수당·연차휴가 全無
취재진 확인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3곳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

“저임금과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못할 정도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노동자들의 기피대상이 됐고, 이대로라면 기관 운영자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전과자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가 장애인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시작한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사업이 시행 4년만에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사업의 이용당사자로서 장애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다. 이 사업을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시행하는 장애인자립센터는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소송을 낸다면 줄도산에 처할 상황이다.

관련당사자들은 이렇게 된 이유를 근로기준법의 최저임금조차 준수할 수 없도록 설계된 보건복지부의 활동보조 서비스 단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주 ‘중증장애인, 움직일 수 없어 죽는다(750호 A14·15면)’에 이어, 이번호에는 장애인 활동보조제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살펴본다.

▲ 활동보조인들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형식상 고용은 돼있다고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충청리뷰DB
D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3년째 활동보조인으로 근무하는 김 모(46세·남)씨는 9월 급여로 119만 8310원을 수령했다. 급여총액은 132만 7200원이지만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을 공제하고 받은 것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김 씨의 급여명세서는 일반적인 급여명세서와는 달랐다. 공제내역 항목은 일반 직장인들의 항목과 비슷했지만, 지급내역 항목은 기본급여와 시간외 급여 두 가지로만 구성됐다.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주휴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의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사용주가 임의로 지급하는 상여금이나 복리후생 항목도 없었다. 이상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씨의 기준시급 6225원에서 50%를 가산해 9340원이어야 할 시간외 근무시간의 시급이 고작 6975원에 불과했다. D센터가 근로기준법대로 임금을 산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취재진은 김씨의 임금명세서를 가지고 청주노동인권센터를 찾아갔다. 인권센터 김현이 사무차장은 “통상 주 40시간 노동제를 기준으로 할 때, 월 근로시간은 170시간 안팎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유급으로 부여되는 주휴일을 포함해 월 통상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김 씨의 경우 통상근무시간은 174시간, 주휴수당은 35시간, 시간외근무시간은 35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임금을 산정하면 178만원을 받아야 한다. 김 차장은 “기준시급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월 35만원 가량이 미지급한 것이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 산정한 금액도 야간근로와 연장근로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이 부분은 누락하고 계산한 것”이라며 “실제 미지급된 금액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자립생활센터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청주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4곳 가운데 취재진이 확인한 3곳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법정수당과 연차휴가를 보장해주는 곳은 한곳도 없었고, 활동보조인 60% 이상이 활동하는 청주시의 현실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였다.

▲ 활동보조인 김 씨가 받은 금여에는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이 누락돼 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경우 45만 9330원을 더 받아야 한다.

자영업을 하던 김씨는 사업에 실패한 후 활동보조인으로 일을 시작했다. 신용불량자가 된 김 씨를 받아줄 직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인 가족이 있는 관계로 활동보조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이 길에 들어섰다. 얼마간의 교육을 이수 받고 업무를 시작하며 보람도 느꼈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는 없었다. 불안정한 고용관계와 노동시간 때문이다.

김 씨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고용계약을 맺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거리가 보장된 것이 아니다. 자립센터는 형식상 소속일 뿐이고, 일을 고정해주지는 못한다. 다만 소개만 해줄 뿐이다. 그렇다보니 활동보조 이용 장애인과 사소한 다툼이라도 생기면 언제든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출퇴근 시간이 고정된 것도 아니고, 한 달에 얼마만큼 일 할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많이 일하는 달에는 200시간이 넘지만 어떤 때에는 130~140시간밖에 일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수입도 일정하지 않고, 쉬는 날 등 개인 일정도 잡을 수 없다. 김씨는 “알바생들은 일할 시간이라도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하루살이 인생이다. 매일같이 인력시장에 나가 선택되기를 바라는 인생”이라고 본인처지를 비유했다.

현재 D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는 약 150여명의 활동보조인이 일을 하고 있다. 이 단체 소속 활동보조인은 월 평균 140시간 안팎으로 일하고 있으며, 약 80만원 정도를 월급으로 실 수령하고 있다. 월 100시간 미만에서부터 최대 210여시간까지 활동보조인별로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매월 근무시간이 편차가 있는 상황에서 활동보조인들은 자신의 현재 일을 안정적인 직업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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