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여야 갈등이 한창 우심(尤甚)할 때 극한에 이른 한국 사회의 대립을 풍자하는 노래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습니다.‘대한민국 싸우지 마’라는 이 노래는 제목도 제목이려니와 가사 역시 직설적이어서 네티즌들 사이에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여당 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 좌익 우익 해방 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 /노사파업 죽자 사자 밤새고 싸우고 / 잡초 약초 민초 골초 뒤엉켜 싸운다 /참교육과 공교육은 나 몰라라 싸우고 / 어린 청춘 사교육에 시들어 간다 /촛불시위 몸싸움에 하루해가 저물고 /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눈뜨면 싸운다 /대한민국 아름다운나라 정말 좋은 우리 나라 /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 제발제발 더럽히지마 /제발제발 싸우지 들 마-
재미교포 박인호씨가 날마다 고국에서 전해오는 한심스러운 뉴스를 보면서 한국은 싸우다 망할 것 같다는 생각에 울화통을 못 참고 만들어 보낸 이 노래는 개그맨 출신가수 서희씨가 불러 히트를 쳤던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혼돈과 갈등은 도를 넘어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을 곱게만 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런 혼란스러운 현상을 부정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남북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도 모자라 경상도네, 전라도네 다시 동서로 갈려 싸웁니다. 여당 야당은 바람 잘 날이 없이 백년하청으로 이전투구를 벌이고 제 당끼리 또 패를 갈라 싸웁니다. 노동 현장은 노사가 싸우고 교육현장은 학생과 스승이 싸웁니다. 국책사업장은 주민들이 싸우고 시위현장은 진보와 보수가 싸웁니다. 가정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아내와 남편이, 형제들이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며 싸웁니다. TV드라마는 날마다 세상을 반영하듯 아침부터 벅벅 싸움 일색입니다. 모두 저만이 옳다고 목청을 돋궈 싸웁니다. 목하 대한민국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바로 그런 형국입니다.

도산 안창호선생이 청운의 뜻을 품고 19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당도했을 때 처음 목격한 것은 상투를 튼 동포들이 네거리에서 멱살을 잡고 싸우는 부끄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인삼행상을 하는 이들은 판매구역을 놓고 시비가 붙어 “이놈!” “저놈!”을 연발하며 악다구니로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둘레에는 미국인들이 낯선 동양인들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도산은 낯이 뜨거워 싸움을 말리고는 결심을 합니다. “공부도 좋지만 더 급한 일이 있다. 내가 할 일은 먼저 동포들을 계몽하는 일이다.” 도산이 학업을 포기하고 민족계몽운동에 나선 것은 그 싸움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지식층 중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은 그냥 두면 된다. 내버려두면 저희들끼리 싸우다 망한다”는 것입니다. 고약한 친구의 못된 말이긴 하지만 어쩌다 그들의 눈에 싸움만 하는 국민으로 비쳐졌는지 속이 상합니다.
동물의 세계가 그러하듯 사람 사는 세상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싸움에도 금도와 지켜야 할 룰은 있습니다. 싸우되 깨끗이 싸워 깨끗이 이기고 깨끗이 지는 페어 플레이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사회의 싸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싸움, 너는 죽고 나는 살자 식의 이기려고만 하는 싸움, 그것이 문제입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이 아닌 바에야 둘이 함께 사는 공생(共生)의 싸움이 필요할진대 우리 국민들은 그것을 잊고있는 듯 합니다.
“너 죽고 나죽자”고 하지 말고 한발 물러서서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지혜로움을 보인다면 그 싸움이야말로 모두 함께 사는 ‘아름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상생(相生)의 지혜’인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싸움이 좋으면 우리 모두 싸웁시다. 욕설을 퍼붓든 멱살을 잡든 실컷 싸웁시다. 그러나 판은 깨지 맙시다. 싸우되 아름답게 싸우자는 말입니다.
/ 본사고문 kyh@cbinews.co.kr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