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충북청년유니온 사무국장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겨레21’을 통해 청년유니온을 알게 됐다. 대학 입학 후 캠퍼스에서 청년유니온의 포스터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이현경 충북청년유니온 사무국장(22·충북대 정치외교학과)과 청년유니온의 첫 만남은 대충 이러하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이 사무국장은 “그 당시만 해도 당사자 운동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에요. 자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다는 점이 끌렸어요”라고 청년유니온과의 첫만남을 기억했다.

세대별 구직자노조를 지향하는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신고는 쉽지 않았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구직자의 노동자성을 인정받기까지 청년유니온은 인고의 시절을 버텨냈다.

지난 2월에는 ‘구직자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윽고 3월에 서울청년유니온이 노조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인천과 광주, 대전, 충북에서도 연달아 창립됐다. 청년유니온의 파장은 단순히 설립에서 그치지 않았다.

88만원세대를 지나 삼포세대로 가는 청년문제를 끌어안기 위해 각 정당마다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 4월 총선에서 청년유니온이 그야말로 ‘빵’ 떴다. 김영경 전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유명세를 탔다. 비례대표 후보에도 거론됐다. 비록 비례대표에 추천되지는 않았지만 그를 찾는 정치권의 발걸음이 늘어났다. 또 청년유니온은 지난 8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사회적교섭’에 나서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충북청년유니온은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충북지역 회원은 26명 정도다.

이 사무국장은 “지역에서는 사실 활동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독서모임이나 포크단활동, 강연회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최저임금 관련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조건을 조사했고요”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청년유니온을 처음 접했던 고등학생 시절을 스스로 ‘문제학생’이라고 표현했다. 공부를 잘하고 선생님 말 잘 듣는 평범한 모범생은 아니었다는 것. ‘삐딱이’ 기질이 있었던 셈이다. 이 사무국장은 “전교조 선생님을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 것 아니에요. 도리어 제가 전교조 선생님을 커밍아웃 시켰으니까요”라고 가볍게 웃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사무국장은 극빈층생활자들 중 우파성향을 띠는 경우가 더 많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 이유는 ‘랜덤’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 사무국장 스스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국가장학금으로 학비 해결이 가능하고 학교에서 시급 6000원을 받으며 근로장학을 하고 있어 용돈벌이도 되기 때문이다. 집이 조치원인 이 사무국장은 청주·청원 통합으로 시내버스 요금도 인하 돼 교통요금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다만 연애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게 이 사무국장의 푸념이다.

고3시절 어떻게든 서울권 대학에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는 이 사무국장, 아마 그리했더라면 지금 쯤 파산했을 것이라는 게 이 사무국장의 생각이다. 이 사무국장은 노동과 주거를 현재 청년이 처한 문제 중 해결이 시급한 사안으로 뽑았다.

“노동과 주거의 문제는 현재 거의 청년세대들이 겪고 있는 문제일거예요. 20~30대 사회에 나가서 방을 얻어 세 들어 살면 월세 갚다가 끝이 나요. 또 경제성장에 비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니 청년들이 일할 곳도 부족하죠”

이러한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청년유니온은 청년고용할당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멀다. 비록 현실은 그렇다 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이 사무국장의 장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돈이 드는 것 아니지 않냐’는 것이 이 사무국장의 말이다. 또 노동계 내에서도 현재 일하는 사람이 아닌 청년유니온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도 많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 사무국장은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고 100년 전에 여성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거든요. 또 50년 전 식민지 해방을 외치면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았고요. 암담해도 바꿔나가야죠. 청년문제 해결이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라며 큰 눈을 껌벅인다.

이 사무국장의 꿈은 ‘소시민’이다. 그저 평범한 소시민. 이 사무국장은 되묻는다. “평범함에 범주가 무엇일까요. 그것조차 정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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