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이내 근골격계 통증으로 67% 병원치료
간병활동보다 집안일 더 시달려…‘성희롱도 예사’

<요양보호사들, 삶이 있는 글쓰기>

목욕탕에서 등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 4,50대 여성은 요양보호사일 확률이 50%란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요양보호사 1명이 주간에는 9.7명, 야간에는 116.5명의 어르신들을 돌본다. 중풍, 치매 등으로 혼자서 거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상대로, 체위변경과 목욕 등의 서비스를 감당하다 보니 골병이 든 것이다. 전국보건복지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에 ‘근골격계 통증’으로 67%의 요양보호사가 병의원치료를 받았다.

임금은 극단적인 ‘저임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1년 요양보호사 운영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재가요양보호사의 실질임금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고,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실질임금은 월 8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렇다보니 대다수의 요양보호사가 일자리를 떠났다. 130만명이나 양산이 된 요양보호사를 두고 시설이나 기관에서는 요양보호사를 구하는 것조차 버겁다. 도대체 일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말하는 그들의 현실을 어떨까.

기자는 지난 9월6일, 서울시 은평구에서 실시하는 ‘요양보호사 건강지킴이 교실’에 참여한 20명의 요양보호사와 ‘니들이 요양보호사를 아니’란 제목으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요양보호사들이 직접 쓴 애환을 옮겨 본다.

▲ ‘2011년 요양보호사 운영실태 보고서’에 의하면 재가요양보호사의 실질임금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고, 시설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의 실질임금은 월 8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렇다보니 대다수의 요양보호사가 일자리를 떠났다. / 충청리뷰DB

오복자·52세

“나는 요양보호사, 하지만 어르신들께서는 우리를 청소하는 파출부로 생각한다. (어르신) 손님이 오셨는데 손님이 ‘누구냐’고 물으시니 ‘청소부’라고 대답하신다. 어르신, ‘나는 청소부가 아니라 요양보호사에요’라고 손님에게 말씀드린다. 왜냐면 나는 거금 60만원을 주고 교육을 받고 당당히 자격증을 땄으니까. 그리고 열심히 나의 일을 하며 뿌듯하니까.”

김민자·56세

“자격증 따려고 공부할 때는 ‘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혹 ‘여사님’이라고 부르시는 분도 계시지만 ‘아줌마’라고 소리칠 때는 정말 이 대접받으려고 학원비내고, 실습비 내고, 공부하고 시험 봐서 자격증 따려고 애썼나 싶다.”

김선녀·53세

“골병들어 주 2회 침 맞아가며 일해요. 머니(돈)가 뭐기에 대상자 1인일 줄 알고 들어갔는데 가보니 며느리, 장애인 딸 등 4시간동안 3분을 보는데 열대야에 35도를 오르내리는데 선풍기 하나 못 틀고…. 센터장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내가 남의 넋두리나 들어주는 사람이냐고’ 하네요. 센터장은 요양보호사를 ‘뭐니’로 본다.”

조미정·45세

“나는 요술램프를 지녔다. 대상자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우리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한다. 분명히 정해진 일들이 있는데…. 우리는 몸이 불편한 그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려고 왔지 종으로 온 것은 아니다. 불편한 대상자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고 더불어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자·48세

“가족들도 힘들어서 못하는 어르신 수발을 하는데 안 해도 되는 일까지 시켜먹고, 센터는 돈 떼먹고 지금까지 참아온 요양보호사 뿔난 거 알아!”

이미경·50세

“국가자격증 소지자인 내가 부업을 합니다. 나무젓가락 봉투 넣기를 내가 왜 해야 하나요. 대상자가 마늘 한 접을 다 드시나요. 마늘 까다가 내 손은 허물이 벗겨졌어요. 이런 고통을 누가 아시나요. 손님 오면 내가 왜 대접을 해야 하나요. 하지만 현실은 해야 합니다.”

김숙자·49세

“왜 아무데서나 엉덩이 보이니, 요양보호사 불러놓고 정면에서 소변보니? 왜 요양보호사 앞에서 환자의 인격을 논하면서, 왜 요양보호사인 나에 대한 예의는 지키지 않니? 그러다가 자격 박탈당하게 되면 찬밥신세가 된다. 요양보호사인 내 앞에서 필요한 곳, 아무 때나 보이지 말아줄래? 기분 나쁘고 화가 나거든. 아내인 할머니가 계실 때에는 예의범절을 잘 지키시던 어르신. 할머님 사망하신 후, 처음엔 위로 차원에서 받아드렸으나 경우에 어긋난 행동에 북북 스트레스 니들이 요양보호사의 수치감을 알아? 기분 나쁘단 말이에요. 그리고 환자면 다입니까? 작은 소리로 말씀하셔도 잘 알아듣습니다. 소곤소곤 친밀하게 필요한 요구 말씀해주세요.”

박영애·57세

“난 어떤 시설에서 2개월만에 잘렸다. 간호사는 한 달에 아홉 번을 쉬는데, 요양보호사는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시설장과 사무실에 이야기를 하니, 시설대표에게 전달하였다. 이에 일한 시간을 말씀드렸더니 ‘왜 이렇게 시간이 오버냐’고 따지고 화를 내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간호사는 하루 8시간 근무하고, 요양보호사는 하루 24시간 근무한다. 24×14일, 한 달 336시간 일한다. 점심 1시간, 저녁 1시간, 저녁 1시간 빼고는 초과근무다. 그런데 초과해서 일한 시간의 돈을 안 준다.”

최점숙·56세

“2009년 여름, 신종플루가 한참 유행일 때 6개월간 5명을 공동 간병할 때에요. 출근하면 환자 5명중 3명이 병실, 화장실, 침대 할 것 없이 변을 여기저기 떡칠을 한 거예요.
정말 ‘악’소리가 나더군요. 한 대상자가 침대에서 하루 종일 변을 한 바가지 이상 볼 때는 대상자의 몸에 좌약을 넣어 주는 일은 ‘조족지혈’이지요. 관장은 물론이고 수술장갑을 끼고, 대상자의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배변을 해결해주던 일이 생각이 나군요. 지금은 추억으로 생각하지만.”

고순례·54세

“수급자나 보호자보다 센터장이 요양보호사의 인권을 무시한다. 요양보호사의 할 일은 수급자에 관한 케어를 해야 하는데도, 그 일 보다 집안일을 많이 시킨다. 대상자 자식들 4명에게 줄 마늘장아찌 4접, 땡볕에 2시간동안 쑥 캐고, 미숫가루 7가지 곡식을 쪄서 말리고, 또 오이 짱아찌 150개씩 담그고, 땅콩 까는 일 등을 했다. 수급자 수발보다는 가족들 수발드는 일들이 너무 버겁고 명절 때나 제사가 돌아오면 최소한 7일전부터 매일 연장근무하면서 음식 준비하는 일까지. 센터장에게 중재시켜달라고 하소연하면 행여 대상자 하나 놓칠까봐 ‘다 그렇게 하는 것이다’며 오히려 무안을 준다. 1시간에서 1시간30분 연장근무하고 그냥 웃음으로 넘길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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