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사무처장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계는 80년대식 ‘제임스 리’의 용역깡패의 무자비한 폭력를 앞세운 민주노조 파괴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경주의 발레오전장, 대구의 상신브레이크, 구미의 KEC, 그리고 작년 충남 아산과 충북 영동의 유성기업, 그리고 올해 안산의 SJM과 만도기계까지 백주대낮 용역깡패들의 청부폭력이 횡횡하고 있다.

8월 27일 모처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SJM과 만도기계에 이어 또다시 400여명의 용역깡패가 모집되고 있다. 현재 100여명을 모았으며 종착지는 충북 진천군에 소재한 센싸타테크놀로지스코리아(이하 센싸타)다. 센싸타는 지난 8월 6일 노조를 설립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한 달도 채 안된 신규사업장이었다. Bain Capital(베인 캐피탈)이란 미국의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연매출액 2165억, 영업이익만 165억인 우량기업이지만 최근 신규설비 투자와 고용안정 약속을 져버리고 중국으로 공장이전을 진행 중인 회사다.

기계설비를 빼가기 위해 센싸타에 용역깡패가 투입될 거라는 정보였다. 전체 조합원 150명 중 여성조합원이 60명인 센싸타노조의 입장은 확고했다. 용역깡패가 들어와도 모든 것을 걸고 공장을 사수해 조합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켜내겠다. 용역깡패들의 기습에 대비해 스스로 공장 앞에 농성장을 꾸리고, 오히려 여성조합원들이 전면에서 막겠다고 나섰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진천군의회 의원들까지 나서서 3박 4일간 밤을 꼬박 새우며 공장을 지켰다.

회사를 위해 노조원들은 3교대로 1년 내내 휴일 없이 공장을 가동시켰고, 한겨울에 연료를 아낀다며 기름때를 찬물로 씻어냈다. 화장실에 화장지를 비치하지 않아 개인 휴지를 지참하고 다녀야 했다. 임금은 당연히 최저임금을 지급했고, 이마저도 체불을 일삼았지만 회사를 위해 참아온 이들이었다. 그 분노가, 억울함이 신규노조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투쟁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다행히 노조의 강경한 대응과 최근 SJM에서 벌어진 용역깡패들의 폭력사태가 정치권과 현 정부의 도덕성에까지 문제가 되면서 노동부, 경찰이 나서서 용역깡패 투입은 무산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헌법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법으로 단결할 수 있는 권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공공연히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한 사적 폭력집단이 용역경비업체란 이름으로 파괴하고 있다.

경찰과 똑같은 헬멧과 투명방패, 온갖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경찰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쇠파이프와 죽봉, 해머까지 들고, 소화기를 뿌리며 노동자들에게 돌과 쇳덩이를 던지며 무자비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들은 용역경비가 아니라 용병이다. 방어적 경비업무만을 하도록 한 용역경비업을 어긴 현행범이지만 경찰은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다.

그렇게 피터지며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이 각목이라도 들고 저항할라 치면 당장 연행하고 구속시키는 게 경찰이었다. 반면 사적 폭력을, 그것도 집단으로 흉기를 들고 자행한 용역깡패들과 폭력을 사주한 회사 측은 수사조차 않는 게 경찰이다.

통제되지 않는 사적폭력의 테러는 필연적으로 피해당사자의 방어적 폭력을 불러온다. 방어적 폭력의 끝은 용역깡패가 아니라 이를 방조한 공권력, 정부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용역깡패의 폭력을 엄단하고 용역경비업법을 전면 재정해야 한다.

제임스 리 : 1989년 울산 현대중공업 파업중인 노동자들에게 각목과 식칼을 휘두르며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된다. 이 사건을 기획·주도한 이가 ‘노조파괴 전문가’로 불리던 ‘제임스 리(본명 이윤석)’라는 인물이다. 이 사건 이후 ‘제임스 리’라는 이름은 노동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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