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확인됐지만 치명상 아냐… 교통사고死 아닐 수도” 국과수 소견에 사건 새국면

<사고차량서 시신 발견 ‘충격·의혹’ >

교통사고 5시간여 후 정비공장에서 시신이 발견돼 전국을 경악케 한 제천시 교통사고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5일 밤 음주 교통사고 차량 뒷자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김모 씨(37)의 유가족은 “사고 직후 바로 발견됐다면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씨가 경찰과 119의 허술한 초동대응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차량을 운전했던 이모 씨도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김 씨가 생존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5일 제천시 제천역전 오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화물차를 들이받는 음주 사고로 뒷자석 동승자가 사망했다. 경찰이 사망자의 탑승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정비공장으로 차를 보내 전국민적 비난을 받은 가운데, 국과수 부검 결과 교통사고가 직접 사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출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차량 안에 탑승자가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경솔하게 차량을 정비공장으로 보낸 경찰과 119구조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과 119구조대, 견인차 운전기사가 모두 뒷자리에 탑승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사건 수사나 긴급구조 원칙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의 부실한 사건 처리는 두고두고 국민적 질책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그러나 당국의 부실한 초동대응과는 별도로 미심쩍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사건은 자칫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운전자 이 씨는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차량에 추가 동승자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비공장에서 김 씨의 시신이 뒤늦게 발견된 후 추가로 이뤄진 조사에서는 “사고로 경황이 없었고 정신을 차린 뒤에는 뒷자리에 있던 선배(김 씨)가 먼저 빠져나와 자리를 뜬 것으로 생각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이 씨는 “뒷자리에 타고 있던 선배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어 깨우지 않았다”며 “이후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느라 잊고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망한 김 씨가 아무리 만취 상태였다고 해도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에서 태연하게 코를 골며 잠을 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27일 김 씨 유가족이 배석한 가운데 부검을 실시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리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부검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제천경찰서의 의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주동부분서가 실시한 이날 부검에서 국과수는 “외견상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는 부검 의견을 경찰에 전달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부검의는 사망한 김 씨가 머리와 갈비뼈, 목뼈에서 골절이 확인됐지만, 이는 치명상으로 볼 수 없다고 소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경찰은 “음주에 관련된 약물 반응 등을 좀 더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부검 결과는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김 씨가 단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보기에 석연찮은 정황들이 등장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당초 교통사고 차량의 내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정비공장으로 차량을 보낸 경찰과 소방구조대의 부실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던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책임 논란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지구대 경찰관과 119구급대원, 견인차 기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주변에서는 “사고 원인이야 어찌 됐든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 등이 차량 내부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현장을 정리한 이상, 이에 대한 징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또한 사건의 결말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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