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박근혜 중심 ‘신장개업’한 새누리당

2007년&2010대선 ‘같고 다른 점’

역사는 늘 교훈을 준다.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겪었던 일 같은 느낌 즉, 기시감(旣視感)이라고도 하는 데자뷰(Deja vu) 현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익숙한 상황이 되풀이 된다. 불과 5년 전의 17대 대통령선거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18대 대선도 그렇다. 곤두박질친 국정지지도가 꼭 그렇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도 별 수가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2007년 1월과 2012년 1월의 국정지지도를 비교해보면 노무현 17.9%, 이명박은 22.6%다. 여당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러나 위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2007년 당시 여당이 대통령을 당에서 내보내려하거나 아니면 신당을 만들어 거리를 두려했던 것에 반해 2012년의 여당은 유력한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신장개업을 하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자기부정이 5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정가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5년 전 여권이 권력을 승계할 유력한 대권후보를 가지지 못했던 반면, 새누리당은 2007년부터 이미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사실상 당의 유일한 후보로 일찌감치 자리를 굳혔기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7대 대선의 해인 2007년 1월, 도내 국회의원은 8명 전원이 열린우리당 소속이었으나 대다수 의원들은 당내에서 추진 중인 ‘통합신당’행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탑승준비 중이었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낮은 국정지지도를 ‘다 노무현 탓’으로 돌리면 대선에서 혹여 승산이 있거나 이듬해 18대 총선에서 자기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5년 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대통령 분리하려다가 전통적 지지층도 잃어 

▲ 2007년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낮은 국정지지도에 족쇄가 잡혀있었다. 탈당요구와 신당으로 거리를 두려했지만 국민은 속지 않았고 오히려 지지층의 이반으로 이어졌다.
당시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충청리뷰 기사에서 리뷰해 보자. 김종률(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들은 모두 ‘노무현과 같은 열차를 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만 이유가 조금 달랐다.

당시 노 의원은 “대통령과 결별은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임기 말 국정에 전념하고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서 당적을 버리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또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가혹하며 대통령만의 잘못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오제세(청주 흥덕갑), 이시종(충주), 서재관(제천·단양) 의원 등의 어조는 단호했다. 오 의원은 “대통령이 너무 말이 많고 독선적이다. 당의 진로와는 상관없이 모시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도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대통령이 빠져주는 것이 좋다. 본인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또 나라를 위해서도 결론은 마찬가지”라고 못 박았다.

서 의원은 “대통령은 국정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통절한 반성 없이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희(보은·옥천·영동), 변재일(청원) 의원은 “본인이 원하고 당에서 수렴된 의견을 수용한다면 같이 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니다.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에게 더 있다”는 공통된 견해를 보였다.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07년 2월6일 변재일, 서재관 의원은 이른바 선도탈당이라는 명분으로 진짜 탈당을 감행했다. 다른 의원들은 눈치를 보다 시간을 보냈다. 선도탈당을 감행했던 의원들은 그 짧은 1년 동안 열린우리당→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까지 모두 5개의 정당을 거치며 도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거리두지만 뻔한 자기부정은 자제 

▲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만 박근혜를 세우는 방식이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거나 신당 창당보다는 대통령에게 관심이 쏠리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듯.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도 5년 전 못지않다. 이상득·최시중 등 형님들의 잇단 구속은 4.11 총선 최고의 악재로 부상했고 여당의 참패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당명을 바꾸는 이른바 새누리당 신장개업이 통한 것이다.

물론 박근혜라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충북에서는 4년 전 송광호(제천·단양) 의원 단 한 석(개표 기준)을 건졌던 것에 반해 5석을 가져와 8년 만에 여소야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박근혜의 힘’으로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5년 전의 여당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대통령을 당에서 밀어내거나 신당이라는 열차에 태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 것과 달리 새누리당은 뻔한 자기부정에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 A씨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부터 대통령을 부정하면 자신의 지지도가 올라갈 줄 알았다. 국회의원들은 대선에서 지더라도 이듬해 총선에서 이기려했다.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가. 국민들은 한통속으로 봤다. 여당이 대통령을 비난하는 상황에서 유례없는 23% 격차가 난 것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라고 회고했다.

A씨의 말대로라면 새누리당은 5년 전의 대선결과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에 부역했던명백한 친이가 아니면 범친박으로 흡수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도내 새누리당 국회의원 가운데 전통적 친이는 송광호(제천·단양) 의원이 유일했다.

그러나 경대수(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이 경선 준비조직인 ‘국민행복캠프’의 충북조직책을 맡는 등 청와대에 근무했던 윤진식(충주)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박근혜의 원심력 안에 들었다.       

민주당 경선 불 조절이 관건
흥행 성공하면 추격하지만 과열되면 다 태워

민주당은 5년 내내 박근혜를 쫓아왔다. 한순간도 리드하지 못했다. 당 밖에 안철수가 있지만 그건 다음 문제다. 일단 경선흥행에 성공한 뒤의 얘기다. 그래서 ‘문 대 비문’의 경선구도가 적당하게 뜨거워지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제주경선에서 불거진 모바일 투표 경선시비는 심각한 파열음을 냈다. 급기야 울산경선에 비문 후보들이 불참하고 27일 청주지역 방송토론회가 취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여곡절 끝에 28일 원주에서 열린 강원경선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3연승을 거두며 제주·울산을 포함한 누적득표율 55.34%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예상대로 강원에서 선전한 손학규 후보는 21.27%로 2위를 탈환했고 김두관(18.64%), 정세균(4.73%) 순이다. 냄비가 적당히 뜨거우면 경선파이가 맛있게 익지만 자칫하면 다 태울 수 있다. 민주경선은 불 조절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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