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음악가 김희갑·양인자 씨 부부 작업실 신축 불허
“시 믿고 맹지 샀다가 골탕”…예술인 유치 지원책 절실

히트가요 제조기’. ‘부부 음악가’로 유명한 김희갑(76)·양인자(67) 부부가 제천과 인연이 깊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사실 부부는 얼마 전까지도 청풍호가 내려 보이는 아름다운 제천에서 황혼을 불사를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노 음악인 부부에게 제천은 끝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사실 김희갑·양인자 부부는 몇 해 전 청풍호 주변 모처에 작은 땅을 구입하고, 여기에 작곡과 집필 활동에 전념할 조용한 집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 땅은 엄태영 시장 재임 시절 시가 김 씨 부부에게 주선했던 부지다.

▲ 김희갑·양인자 부부. 제천 청풍호변에 땅을 구매하고 작품 활동과 주거공간을 신축하려 했지만, 시의 무성의한 태도로 제천 정착의 꿈을 접었다.

하지만 이곳은 길이 연결되지 않은 이른바 ‘맹지’로 건축 허가가 날 수 없는 땅이었다. 김 씨 주변 인사에 따르면 당시 시는 이 땅이 맹지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는 김 씨 부부에게 부지를 주선하면서 건축 허가를 보장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건축 허가는 나지 않았고, 시의 말만 믿고 땅을 산 김 씨 부부만 골탕을 먹고 말았다.
당시 김희갑 씨 부부는 이중적 태도로 일관한 시의 처사에 적잖이 서운함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부부는 제천시민 못지 않게 제천을 아끼고 사랑한 작가들로 유명하다. 지난 2010년에는 제천국제한방엑스포를 앞두고 4편의 주제가를 작사(양인자)·작곡(김희갑)하기도 했다. 이 노래들은 태진아·주현미·이애숙·김진권 씨에게 건네져 엑스포를 홍보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씨는 또한 지역에 정착한 가수 김진권 씨의 작업실을 수시로 찾아가 기타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함께 부르며 정담을 나누는 등 제천에서의 활동 반경도 점차 넓히던 터였다.

아내 양 씨 역시 남편과 함께 물 맑고 인심 좋은 제천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제천은 대한민국 현대 가요사를 풍미했던 유명 음악인 부부를 품을 만한 그릇이 아니었다.
제천예총 소속 한 음악인은 “희극인 전유성을 유치한 경북 청도, 고은 시인을 유치한 경기도 수원 광교, 대중가수 이동원을 유치한 옥천군 등은 모두 유명 예술인을 지역에 유치하고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며 “반면 제천시는 자비를 들여 여생을 제천에서 보내고자 했던 최고의 음악인 부부를 받아들이지조차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강원도 화천군은 경남 함양 출신으로 춘천시에 오래 거주하던 유명 소설가 이외수 씨를 위해 집을 지어주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통해 화천을 문화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켰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이외수문학관’까지 건립했다”며 “이제라도 지역에 내려오기를 희망하는 유명 예술인들에게 주거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적극적 자세를 통해 지역의 문화관광 역량을 배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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