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꿈강좌 시사만화가 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

‘학사출신’임을 강조한 만화가가 강단에 섰다. “예술대학 출신이라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며 자신을 낮췄다. “가방끈이 짧다”고 말했지만 가방끈이 길다고 해서 반드시 남에게 전할 것이 많은 것도, 듣는 이의 울림이 커지는 것도 아니니 무슨 상관이 있을까. 또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지난 18일 청주시립상당도서관에서 열린 2012풀꿈환경강좌 7월 강좌의 강사는 만화가 최규석이었다. 강연의 주제는 최규석, 자신이 낸 책제목과 같은 ‘지금은 없는 이야기’였다. 수려한 외모의 최씨는 영화 두 개의 문 포스터 모델이기도 하다. 최씨는 자신이 지은 우화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최씨가 전한 이야기는 냄비 속 개구리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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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속에는 개구리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불을 가열하자 냄비 속 수온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디서나 민감하고 예민한 사람이 있듯 그 중에서도 무언가 조짐이 이상함을 느끼는 개구리가 있었다. ‘좀 덥지 않냐’고 말했지만 주위 개구리들은 귀 담아 듣지 않았다. 불은 계속 가열됐고 모두들 이를 느끼게 됐다. 개구리들은 동요했다. 소란 속에서 리더개구리는 주변을 안정시키며 ‘여긴 우리의 생활공간이다. 우리가 떠나 어디로 갈 것이냐’며, ‘적응해라’고 말을 했다. 리더 말을 따라 주변 개구리들도 진정하는 듯 했다.
하지만 불을 계속 가열됐다. 이미 리더개구리는 도인의 경지에 오른 듯 여전히 잘 참아내고 있었다. 불이 더 가열 돼 물이 끓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무언가 이상하다’며 열변을 토했던 예민한 개구리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냄비 속을 뛰쳐나갔다.

최씨는 “이 곳에 오니 이 우화가 생각난다”며 “더운 것을 덥다고 인식할 수 있는 개구리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군 복무 시절 읽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책을 보고 ‘무척 화가 났다’고 말했다. 가난한 아빠의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우중충하게 묘사하고 사업가인 아버지는 밝고 쾌활한 이미지로 규정해버린 것에 대해 반대의 경우는 없는지 되물었다.

또 이전 붐을 일으킨 바 있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보기에는 치즈가 떨어지기 전에, 다시 말해 회사에서 퇴직당할 경우 불평불만을 토로 하지 말고 이력서나 쓰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한 때 유행했던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나 ‘시크릿’ 등의 책들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 많아졌다”고 말을 이어간 최씨는 “긍정에는 방향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사회운동이나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긍정적 사람이라 말하지 않는다”며 “저들의 시선에는 오직 출세만이 긍정”이라 전했다.

과거 IMF 혹은 양극화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면 ‘힐링’, ‘치유’, ‘위안’, ‘위로’ 등 감정적인 방법 등 사적해결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공적해결책으로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씨는 꿈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최씨는 “직업도 꿈”이라며 “세상에는 2만여개의 직업이 있지만 정작 꿈이라 불릴 수 있는 직업은 100개 안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도 아이들에게 ‘너에게도 무언가 재능이 있을 것’이라며 다독이지만 정작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이 또한 스트레스일 수 있다고 했다.

또 최씨는 “꿈을 발견해야 되는 기간이 짧다”며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생 2학년가 그 기간”이라고 전했다. 이 사이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갖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고등학생들이 두려움을 느낀다”며 “처세, 혹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나 ‘시크릿’ 같은 책들이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성공은 순전히 개인의 노력인가
회사가 하나 있다. 이 회사는 돈을 많이 벌었다. 이 회사가 돈이 많이 벌게 된 것에는 어떠한 요인이 있을까. 순전히 사장, 자본가의 능력이었을까.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와 기계, 물건을 판매하고 이를 유통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도로 등도 존재한다. 단순히 공장만 있다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씨는 “회사는 혼자 클 수 없다”며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 북미에서는 아이스하키가 팬들에게 큰 사랑 받고 선수들도 부와 명예를 얻는데 한 연구결과 선수들 중 9월과 10월, 11월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는 캐나다의 경우 학기가 9월에 시작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 어렸을 때부터 하키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몇 개월’차이에 따라 덩치 차이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실력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때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아이들이 상위학교로 진학하기도 쉬워 고등학교 이후까지 선수생활을 이어나간다. 이 경우 아이가 태어난 월은 그 아이의 노력일까.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한 사회 속에서 개인의 노력으로만 얻을 수 없는 것이 존재하고 또 노력한다고 해서 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들. 그래서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기만 할 수 없는, 울기엔 애매한 것들에 대해 최규석은 답하고 있다.

만화가 최규석은.
그의 트위터 프로필란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다. ‘생산성 낮은 만화가. 하현우 아는 형. 버스커버스커 학과선배. 졸업 입학 입사 집들이 결혼 이혼 생일선물로는 역시 최규석 만화’
버스커버스커의 학과선배라는 소개로 보듯 상명대 만화학과를 졸업했다. 트위터 계정은 @mokwa77. 지난 해 2011년 제8회 부천만화대상를 수상했으며 우화집 지금은 없는 이야기, 습지생태보고서, 울기엔 애매한 등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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