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정 9명 중 3명은 저울질 중…6명은 뽑힌 사람 밀겠다

민주통합당이 7월21~22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대선후보 경선일정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경선 규칙을 둘러싼 ‘문(문재인) 대 비문(非文-김두관·손학규·정세균)’의 갈등의 불길이 최고위원회로까지 번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비문 3인이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여서 자칫하면 경선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18일 당무위원회에서 경선 룰 확정 ▲21~22일 후보등록 ▲29~30일 예비경선(컷오프) ▲8월25일~9월23일 본경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16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던 이해찬 대표와 당내 대선주자들의 조찬을 겸한 원탁회의는 경선 룰에 불만을 품은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 비문 3주자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논란의 핵심은 ‘원샷’ 경선이냐,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것이냐다. 문 고문은 전국 순회경선을 통해 원샷으로 후보를 최종 확정하자는 입장이지만 비문 후보들은 순회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추가로 1, 2위 결선투표를 실시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초 대선 경선기획단의 의견을 토대로 완전국민경선제를 안으로 마련했지만 비문 후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발짝 물러서 절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충북의 민주통합당은 현역·원외 지역위원장들과 충북도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세 규합이 진행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홍재형(청주 상당) 위원장, 오제세(청주 흥덕갑) 의원을 비롯해 이시종 충북지사가 사실상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한 손학규 대세론이 전국적인 추세와 달리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다. 여기에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문재인, 김두관 후보군을 비롯해 당 외에 있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도 세 불리기에 들어갔다.

충북도의회 의원 중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들의 지지성향을 분석해 봤다. 도의회 의원 31명 중 25명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성향을 분석해보면 충북의 경선판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역위원장 ‘손3·문1·김1·미3’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을 지적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식적으로는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 8명의 지지성향을 살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지역위원장 가운데 손학규계는 청주 상당의 홍재형 위원장과 청주 흥덕갑의 오제세 의원이다. 여기에 이시종 충북지사가 손학규와 가까운데, 이 지사는 충주에서 재선을 한 이력이 있어 이 지역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현역 도의원인 김동환 충주 지역위원장은 당연히 손학규 지지의 중심에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을 대놓고 지지하는 지역위원장은 없다. 그러나 경선부단장을 맡아 중립을 지켜야하는 노영민 (청주 흥덕을) 의원이 ‘친 문재인’이라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이에 반해 정범구 (증평·진천·괴산·음성) 위원장은 김두관 지지단체인 ‘모두 다함께’의 대표를 맡았을 정도로 김 전 지사에게 ‘올인’했다.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은 변재일(청원) 의원, 서재관(제천·단양), 이재한(보은·옥천·영동) 위원장은 정체가 분명하지 않다. 변 의원과 서 위원장은 지난 당대표 선거과정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김한길 최고위원 계보다. 김 최고위원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이라 이들도 아직 관망 중인 것. 실제로 변 의원은 “우리는 안철수까지 크게 범주에 넣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또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아 후보들의 전략을 지원하는 처지에 있다 보니 특정후보 지지를 표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 위원장도 ‘지지후보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결정 안했다.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부친인 이용희 의원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재한 위원장은 대를 이어 정동영 상임고문을 밀고 있으나 정 고문이 최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나침반을 잃었다. 이 위원장 역시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오는데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지역위원장 중 3명이 손학규를 밀고 각각 1명이 문재인, 김두관을 지지하고 있으며 3명은 관망 중인 셈이다.

의장·부의장 등 9명 孫 지지

도의원들의 지지분포도 지역위원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손학규 상임고문이 여론조사에서 아직도 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김두관 지지로 이탈자가 나오고 있는 추세다.

손 고문을 지지하는 도의원은 권기수(제천1), 김광수(청주1), 김동환(충주1), 김영주(청주6), 김희수(단양), 손문규(영동2), 윤성옥(충주2), 이광진(음성2), 임헌경(청주7) 의원 등 9명이다. 김광수 의장은 “충분한 경륜을 가지고 있다. 경륜은 지도자의 덕목이면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다. 충분히 검증이 된 만큼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손 고문에 대한 지지를 피력했다.

충주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환 부의장은 본선경쟁력을 지지의 이유로 꼽았다. 김 부의장은 “중도와 약간의 보수층을 흡수할 수 있는 후보라야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이길 수 있다. 손 고문이 현재 후보군 가운데 가장 밀리고 있지만 본선 경쟁력은 단연 높다”고 주장했다.

도의원 다수가 손 고문 지지에 나선 것은 외곽조직인 ‘충북민주평화포럼’이 오래전부터 활동해온 전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포럼의 상임대표는 이시종 지사 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남기창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다. 세광고 학맥(4회)의 핵심인 남 부의장은 임헌경, 이광진 의원 등 세광고 후배들을 포럼으로 이끌었다.

문재인 결정은 5명+α

후보군 중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고문도 강한 흡인력으로 세를 규합하고 있다. 도의원 중에 친노의 아이콘인 문재인 지지를 결정한 의원은 노광기(비례), 심기보(충주3), 이광희(청주5), 이수완(진천2), 장선배(청주3) 의원 등 5명이다.

문재인 지지의 선봉장 격인 이광희 의원은 “후퇴한 민주주의, 남북관계를 회복할 사람은 문재인 뿐이다. 국민의 가슴을 뛰게 하고 통합할 사람도 그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충북과 강원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선배 의원의 문재인 지지에는 복잡한 포석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중부4군 정범구 위원장이 김두관 캠프로 간 상황에서, 아직 피선거권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장차 이 지역구를 수복하려는 김종률 전 국회의원이 지역복귀를 위해 문재인 지지대열에 섰다는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김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장 의원은 그러나 “콘텐츠가 정체성이 있고 확실한 비전을 결정해가는 인물이다. 살아온 인생을 가지고 평가받는다. 사심이 없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야한다. 대선구도를 놓고 볼 때도 우리 주자 중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역시 중부4군의 이수완 의원은 “개인적으로 문재인 고문을 좋아한다. 다들 훌륭하지만 손 고문은 좀 식상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노광기 의원은 “아직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김두관 ‘시작은 미약하지만…’

범 친노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극복을 통해 비노까지 흡수하겠다’는 김두관 전 지사는 지금까지는 찻잔 속에 태풍이다. 지지를 확정한 도의원은 박종성(청주8), 최병윤(음성1) 의원 등 아직 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김 전 지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지자들은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 전 지사의 확장성에 점수를 주고 있다. 박종성 의원은 “김 전 지사가 행자부 장관이고 내가 청주시의원일 때부터 알고 지내고 좋아했다. 또 이장 출신으로 바닥부터 올라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다수 도의원들이 ‘지역위원장을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나는 일반 당원들을 규합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4군 정범구 위원장의 오른팔 격인 최병윤 의원은 ‘위원장 따라 김두관 지지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청년회의소(JC) 중앙임원 출신들이 모인 한국청년연합회 차원에서 김두관을 밀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 의원은 “JC는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데 의외로 김두관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이 많더라. 나는 충북지구 회장 출신으로 모임의 김두관 지지그룹에서 활동 중이다. 김 전 지사는 언론에 보도된 데로 밑바닥부터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호감을 갖고 있다”고 지지이유를 공개했다.

미결정 9명, 이유는 9인9색

민주통합당 소속 도의원 25명 중 아직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후보는 9명에 이른다. 그러나 결정을 하지 못한 이유는 9인9색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과 김두관 사이에서 결정을 미루고 있는 도의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이가 김형근(청주2), 박문희(청원1), 최미애(청주9) 의원이다. 김형근, 최미애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고민선상에 올려놓고 저울질 중이다.

최 의원은 “김두관, 문재인은 모두 신뢰하는 후보다. 대통령이 되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와 경쟁력을 생각하면 안철수를 바라보게 된다. 안 원장은 살아온 인생에 흠결은 없어 보이지만 소신을 제대로 밝힌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최 의원은 또 “남북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를 풀고 언론·검찰을 개혁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는 김두관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근 의원은 “일단 관망하고 있다. 상황에 변수가 많아서…”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김 의원 역시 안철수 카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박문희 의원은 안 또는 김으로 압축됐음을 분명히 밝혔다. 박 의원은 “두 사람 모두 구(舊)정치에 때 묻지 않은 사람이다. 손 고문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번 도의회 의장 선거도 그렇게 변질됐다. 손 고문을 지지하지 않는 의원들과는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결집론을 펼쳤다.

미결정 의원 중 정지숙(비례), 황규철(옥천2) 의원은 정동영 지지파였으나 정 고문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중에 뜬 상태다. 이들 의원은 정 고문의 거취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4명의 의원은 모두 “경선에서 확정된 후보를 밀겠다”며 특정후보에 줄 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안철수야 … 도의원들 눈치만
모 전문대 K교수, 정무직 공무원 출신 N씨 등 물밑활동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이달 안으로 에세이집을 내고 (가칭) 안철수재단도 조만간 공식 출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출판기념회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민주당 정치인 중에서도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오직 대선승리를 위해서 고민 중이라 하더라도 안 원장이 민주당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행동이나 발언은 이적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 김형근, 최미애 의원이 조심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안 원장이 끝까지 거리를 둔 상태에서 대선행보를 이어갈 경우 민주당은 대문단속에 나서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지지층을 모아가고 있다. 모 전문대 K교수, 이원종 충북지사 시절 정무직 공무원 D씨, 서울대 의대 선배 A씨, 언론 관계자 Q씨 등이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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