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댄스컴퍼니 대표 황영남

‘쪽’. 뽀뽀 할 때 나는 소리일까. 이쪽 혹은 저쪽 할 때 ‘쪽’일까. 틀린 것은 없다. 둘 다 맞다. 순서를 정하자면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지역에서 무용가로 활동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는 것이 황영남 쪽댄스컴퍼니 대표(31)의 꿈이다.

비가 세차게 내렸던 지난 6일 옥천문화예술회관 쪽댄스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황대표는 마치 장마가 거친 뒤 내리쬐는 태양 빛 같았다. 그 무엇보다 강렬했고 사람을 기분 좋게 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황대표는 옥천여중 재학 시절 우연한 계기로 무용을 시작해 대전예술고등학교와 경희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대전예고와 대학 수시 수석 입학은 자랑거리, 황대표는 자기자랑을 밉지 않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황대표는 대학 졸업 직후인 2005년 고향으로 돌아와 무용학원을 열었다. 주변 사람들은 젊은 무용가가 지역을 택해 내려간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귀향을 ‘낙향’이라 읽고 이를 ‘좌천’정도 되는 냥 받아들였다. 걱정 해준다는 말들도 ‘그곳 학생이 몇 명이냐’, ‘학원 주변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니’하는 것들이었다. 황대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비록 고향에 돌아와 돈은 벌지 못했어도 그보다 더한 것을 얻었다. 고향 옥천에 대한 자부심도 그 중 하나다.

그런 걱정들은 옥천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황대표의 실력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실력이 있으면 왜 옥천으로 내려왔겠느냐’고 비아냥거렸다. 지역텃세도 존재했다. 삼양초등학교와 옥천여중을 나온 옥천사람이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그에 대한 배타적인 지역풍토를 이해하고 녹여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시간은 흘렀고 황대표는 제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증명해냈다. 2009년 이유나(당시 옥천여중 3학년)양이 동경나가노국제무용콩쿠르 주니어부문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김지효(삼양초)양이 독일 베를린 러시아문화원에서 열린 ‘제8회 베를린 국제무용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역에서 황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해부터 황대표는 ‘예술교육참여프로그램 띵똥’을 시작했다. 띵똥은 옥천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발레와 현대무용, 연기 등을 가르치는 무료예술교육프로그램이다.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교육은 연습을 거쳐 공연을 펼친다.

황대표는 9일 예정된 2기생 OT를 앞두고 고민이 깊었다. 지난해 공연을 같이 한 9명 학생의 경우 1명을 제외한 학생들이 한부모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었는데 이 학생들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1기생 아이들이 참 열심히 했어요. 교육이 끝나고 ‘선생님 저는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고 싶어요’라거나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 했지만 제가 입시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저에게 도움을 얻고 싶어 하지만 한계가 있었죠. 예술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인데 이 점이 안타까워요”

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꿈이 생기는 등 긍정적으로 변화했지만 다시한번 그 꿈을 고민해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황대표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그래도 황대표는 웃는다. 아이들이 변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성격도 소심해져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꺼내 놓지 못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성격이 소심해도 무용에서는 자신의 감정표현을 솔직히 할 수 있어요. 연기수업도 마찬가지죠”
또한 1회 교육으로 종결되는 프로그램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수료한 아이들도 계속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취미로라도 예술을 즐기며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길 원하는 것이다.

황대표는 2기생을 맞으며 ‘띵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지원금도 지난해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황대표는 과거 막연하게 예술가를 꿈꾸었다. 지금은 조금 더 구체화되는 것 같으면서도 ‘나는 커서 무엇이 될까’라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립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 황대표의 성장기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했던가. 황대표에게는 앞으로의 길도 예술도 아직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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