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귀홍 사회문화부 기자

선거가 ‘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한몫 단단히 챙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쇄물을 담당하는 업자나 차량을 빌려주는 이들에게 선거는 밥이 된다. 선거운동원들에게도 쏠쏠한 아르바이트가 된다.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된 아무개는 한 당의 후보 컨설팅, 인쇄물 사업을 도맡아 수억원이 이득을 챙겨갔다고 하니 밥이 되고도 남음이다.

밥이 되는 것은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유력 후보들은 후원회를 조직해 선거자금을 모금한다.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15%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법에 규정된 비용전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으니 이득이 된다.

위에서 말하는 ‘밥’은 쌀이 아니다. 식사도 아니다. 하지만 선거 때를 이용해 밥을 사주고 얻어먹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고무신과 빨래비누, 막걸리를 얻던 풍습이 남아 있는 것일까. 이러한 ‘전통문화’는 사라질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지난 번 총선이 끝난 후 ‘선거가 밥을 주는 시대’라는 소설이 썼다. 소설 속 준석은 실제로 밥을 먹었다. 문제는 자기 돈이 아닌 누군가의 대납을 통해, 그리고 그 자리는 선거 때 특정 후보의 지지를 위한 자리였기에 문제가 됐다. 준석이야 그곳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몰랐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청주지검은 최근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당시 청주시 모 지역구에 출마한 모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지인과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김모씨를 공직선거법상 제3자 기부행위로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김모씨는 소설 ‘선거가 밥을 주는 시대’ 속 지혜엄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선거를 앞둔 지난 4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청주시 모 식당 등에서 주민들을 모아놓고 특정 후보 지지를 당부하며 40여만원의 식사비용을 지불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김씨가 식사를 제공할 당시 김씨가 지지를 부탁한 후보의 부인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후보 부인이 음식값을 결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40만원, 누군가에게는 마음만 먹는다면 지인들에게 한 턱 쏠 수 있는 금액이지만 그 의도가 참으로 밥맛이 없게 만든다.

최근 유력한 한 대선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우고 있다. 잦은 야근으로 인해 가족 간 단절된 저녁식사와 여가시간 등을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가족과 둘러 앉아 식사를 한 것이 언제인가 곰곰이 생각해봤다. 생각해보니 꽤 오래전 일이다.

우리사회에서 ‘밥’은 사회적이며 정치적이다. 단순히 식사, 한 끼의 배고픔을 채우는 행위가 아닐 때가 많다. 누군가와 밥 약속을 정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다. 심지어는 집에서 가족과 식사를 할 때도 여러 말들이 오간다. 때론 그 자리마저 불편할 때가 있다. 그 또한 정치적이다. 얼굴을 자주 못 보니 작심하고 하고 싶은 말을 꺼내놓을 때가 많다.

그러한 밥의 의미를 아마 준석은 미처 알지 못 한 것이다. 아마 서민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이 되돌아온다면 우습지만 어릴 때부터 밥의 의미를 깨우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밥 먹는 자리가 때로는 피곤해질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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