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잘하면 5000만원~1억원 … 로또 2등은 안 부럽다
청주권, ‘세종시 효과’ 주장하지만 외려 블랙홀 우려

청주시 상당구에 사는 주부 곽 모(41)씨는 최근 개인주택을 매각하고 인근 24평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세종시 주택청약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4번의 도전 끝에 주택딱지를 손에 넣은 것이다. 일이 풀리려고 하니 남편은 18층, 곽씨는 6층에 동시 당첨됐다.

곽씨는 이른바 P(프리미엄)를 받고 6층을 전매했다. 곽씨는 P로 얼마를 받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남편 연봉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고만 했다. 입주 시기는 2015년 2월이다. 곽씨는 꽃놀이패를 들었다. 곽씨는 입주시점의 부동산 시세와 정주여건 등을 고려해 입주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청주에서 투기목적으로 세종시 아파트 청약에 응모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일부는 프리미엄이 목적이지만 정주여건만 갖춰지면 이주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첫마을에 줄줄이 들어선 부동산중개업소. / 사진=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세종시 주택청약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P의 수준을 감안하면 로또 1등은 아니더라도 2등에 당첨된 것과는 견줄만하다. 50~100대 1의 당첨확률로 적게는 500만원에서 최고 1억원의 P를 거머쥘 수 있으니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 법도 하다. 참고로 로또 2등의 당첨확률은 135만7510대 1이다.

청주 흥덕구에 사는 주부 강 모(39)씨는 24평 아파트에 산다. 남편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지만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는 않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맞벌이를 했지만 큰애를 낳으면서 잠시 쉰다는 것이 육아가 직업이 됐다. 4년 전에는 둘째까지 태어났다. 슬슬 남편 눈치가 보이던 차에 강씨는 세종시 아파트 청약에 눈길을 돌렸다.

2010년 첫마을 분양설명회부터 세종시로, 대전으로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강씨는 6번이나 청약에 응모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강씨는 “행운이 아무에게나 돌아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사실상 체념한 상태다.

청주시내 곳곳에 세종시의 아파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어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친다. 그러나 물밑흐름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청주시 흥덕구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세종시 부동산을 문의하는 사람이 종종 찾아온다. 의외로 전업주부들이 많다. 지인도 여럿 있는데 어차피 인터넷 청약이다 보니 대부분 자신들이 알아서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씨는 “실입주가 목적이든 P를 받으려는 것이든 궁극적으로는 투자가치를 노리는 투기에 가까운 것이다. 국토해양부와 국세청 등이 분양권 불법전매와 중개 탈루소득 등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이다보니 투기열풍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입주 목적으로 청주·오송서 몰려”

세종시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어 현장 분위기를 확인하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포털사이트에 링크돼있는 업소의 홈페이지에는 대부분 ‘원주민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그만큼 속칭 ‘떴다방’이 떴다가 사라졌다는 반증이다. 취재목적임을 밝히자 “실장님은 출타 중이고 저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른다”는 천편일률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7,8개 업소가 마치 응대요령을 교육한 것처럼 한결같았다.

방법을 바꿔 ‘친구가 세종시 청약에 당첨이 됐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한데, 설명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세종시 투자의 A부터 Z까지 설명이 이어졌다. 자신을 Q실장이라고 소개한 업소관계자는 20여분에 걸친 통화에도 부족한 지 “아파트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따라 투자가치는 천차만별이다. 당첨만 되면 대개 P 2,3000만원은 보장이 된다. 하지만 6,700만원에 불과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고 1억을 호가하는 금싸라기도 있다. 와서 봐야 안다. 일단은 첫마을에 있는 자신들의 부동산으로 찾아오라”며 상호와 위치를 설명했다.

Q실장은 또 “세종시 부동산 투자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면서 첫마을의 경우 집값이 평당 620만에서 780만원까지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래도 현재는 청주나 대전 집값과 비슷하다. 따라서 실제 입주 목적으로도 대전, 청주, 오송 등에서 많이 온다. P를 물더라도 투자가치는 충분하다. 아직은 정주여건이 미비하지만 9월에 총리실이 내려오면서 공무원 2000명이 입주하면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Q실장은 어찌 됐든 청약에 공모해 볼 것을 권했다. Q실장은 “일단 청약저축부터 들어라. 300만원 이하로 6개월만 부으면 2순위에 해당된다. 혹시 노부부를 모시거나 다자녀, 신혼부부인 경우에는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P를 주고받는 분양권 전매는 사고파는 행위 모두가 불법이다. Q실장은 이에 대해 “1년만 지나면 된다. P와 함께 ‘밑서류’를 주고받으면 나머지는 우리가 책임진다. 믿고 하셔야 한다. 최대한 신경을 써 드리겠다”고 유인했다.

오송 공인중개사 “세종시 갈까 고민 중”
국책기관직원 특별분양 허용 등 악재로 ‘지금은 보합세’

7월1일 세종시가 공식 출범하면서 청주와 오송, 대전, 천안 등 충청권의 아파트 신규 분양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충청권에 선보일 신규분양 아파트는 모두 30개 단지, 2만1749가구다. 대전지역의 분양시장은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세종시에서 불과 15km 떨어진 대전 노은3지구는 하반기에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청주권에서는 지난 4월부터 분양에 들어간 흥덕구 복대동 지웰시티 2차 1956세대가 ‘세종시 수혜권에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8월말에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충청점 등 주변 유통시설이 메리트일뿐 세종시 특혜는 없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청주 서부권과 오송, 오창 등은 세종시로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블랙홀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오송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충북도가 지난 4월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 6대 국책기관 공무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공무원 특별분양 협의요청에 조건부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당초 국책기관 공무원들의 무더기 세종시 이주사태를 우려해 특별분양에 동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국책기관 직원들을 위한 정주여건 조성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주거안정대책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2400여명 중 1500명 정도가 세종시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송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국책기관 직원들이 세종시로 빠져나가기까지는 2년여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빈집이 속출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34평을 기준으로 2억원대 초반의 초기 분양가에서 5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14년 오송에서 광주까지 호남고속철도가 완공돼 분기역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고 역세권이 자리 잡으면 부동산 경기가 다시 좋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업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우려했던 세종시 빨대가 지역 부동산의 등허리에 꽂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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