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이 걸림돌··· 일할 기회 먼저 주고 나중에 판단해야

조례[條例]. 지방 자치 단체가 어떤 사무에 관하여 법령의 범위 내에서 지방 의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한 법이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청주시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의한 정보공개제도는 조례로 먼저 도입이 되었다가 국가차원의 법률로까지 만들어졌다. 대표적 조례제정의 긍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2006년 7월부터 2년간 전국 230개 지방의회 중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생활 조례를 단 한 건도 만들지 않은 지방의회가 26곳이나 되고,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의원들의 이익과 관련된 조례제정은 신속하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이며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의회 폐지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지방의회의 구성과 문제점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진국의 지방의회가 밑으로부터의 요구에 기인한 것과는 달리 위로부터의 정치적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선진국의 지방화는 복지국가 단계에서 정부의 한계를 인식한 가운데 지방으로서의 자연스런 권력이양이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정당 공천제, 혈연, 지연, 학연 등 왜곡된 선거 문화와 의원들의 자질과 전문성 부족도 지방의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여전한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이런 구태정치와 의원들의 조례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 부족은 주민들의 조례 제정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무관심으로까지 이어졌다.

충북도의회가 도민의 대표 기관으로 도민의 뜻과 의견을 듣고 도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충북도의회는 도와 도교육청이 일을 올바르게 하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들 수 있는 법령인 조례를 새로 만들거나 고치고 없애는 입법기능을 가진다.

즉 법을 만들고, 행정이 일을 잘 하는지 열심히 감시해야 하며, 지방살림의 씀씀이가 잘 되고 있는지 늘 노심초사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도의원들의 창조적인 의정활동이 기대되는 것이 조례안을 내놓는 일이다.

도 의원들 가운데 열정을 가지고 도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조례를 발의하려해도 언제나 애로사항은 인력난이다. 혼자서 이것저것을 모두 하다 보니 여전히 벅차기만 하다.

최미애 충북도의원은 "의원들이 조례를 만드는 것은 의무이고 역할이다. 지역민들의 특성과 필요를 제대로 담아낸 조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의원들이 지역 실태조사를 하고 대민연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최 의원은 또 "내가 속해 있는 교육위원회만 해도 조례안을 많이 발의하고 개정도 하는데 전문위원들이 감당을 못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해 주고 뽑아주며 보좌인력으로 함께 실태 현장조사만 열심히 해 줘도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는데 훨씬 수월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희 도의원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이 의원은 "3조의 예산을 쓰는 충북도와 2조의 예산을 넘긴 교육청의 2만 5천명이 넘는 인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35명의 도의원이 감당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견제가 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지금의 지방의회는 권한과 권위를 준다면서 행사할 방법은 주지 않았다. 개인기로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결산을 하는 엄청난 권한과 자료요청권, 질문할 권리, 현장의정, 이 모든 것이 제대로만 활용 할 수 있으면 행정권을 효과적으로 견제 감시할 수 있으련만, 지금 같아서는 모두 혼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자치분권 시대가 대두되며 지방의회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 나가고 있지만 예산낭비 등의 이유로 제대로 일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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