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떨어진 김태철 씨 가옥 20여 곳 크랙 발생
市 “간접피해로 보여… 안전진단 후에야 피해보상”

도로 개설공사가 한창인 청주시 상당구 수동의 공사현장,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한 주택에 생긴 20여개의 크랙(틈새)을 놓고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크랙이 도로공사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공방을 놓고 주민과 청주시청 담당 공무원 간 분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크랙이 발생한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 김태철 씨는 “이미 균열이 생기고 그 틈이 벌어져 주택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청주시는 “안전진단 후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김씨는 “안전진단은 시일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거주하는 김태철씨의 주택에 인근 도로공사가 시작된 후 크랙(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시는 안전진단 후 피해가 입증돼야 보상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수용” 요구 ↔ “법률 근거 없다”

공방이 일고 있는 공사는 수동 상좌골(교육문화회관 뒤편)과 용담동 가좌골을 가로지르는 도로공사다. 중간에 위치한 우암산을 개착하지 않고 터널을 내는 작지 않은 공사로 구간의 길이는 1.55㎞이다. 전체사업비는 316억원이며 이 중 보상비로 150억원이 쓰였다.

▲ 김씨의 주택에는 곳곳에 금이가고 담장이 기울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공사는 시작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터널을 뚫기 위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이러한 피해가 더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순전히 지대를 낮추기 위해 실시한 뿌레카질 때문에 인근에 위치한 주택에 크랙이 발생한 것이다.

한편 크랙이 발생한 주택은 수동에서도 위쪽에 위치해 있다. 공사가 시작된 때는 지난 해 11월이며 김씨는 “공사 시작 후 한 달 뒤부터 집안에 크랙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해 11월 당시 이번 도로공사의 시공사인 S건설의 관계자가 사전 균열을 확인한다고 사진을 찍어갔을 당시, 집 밖의 사진만 찍고 내부사진을 찍지 않은 점을 근거로 “공사 시작 전 실시한 사전조사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 당시 사진을 찍었다면 지금과 비교해 피해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당시 사진을 찍던 S건설 사람들에게 집 내부 사진도 촬영을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관계자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한 뒤 찍지 않았다며 만약 이 당시 사진을 찍었다면 공사 전후의 피해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가 주장하는 주요피해는 집안의 균열과 소음, 진동 등이다.

청주시청 도로과 관계자는 “김씨의 무조건적인 ‘수용요구’는 들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김씨가 호소하고 있는 피해가 사업구간에 들어가거나 주택이 비탈면에 놓이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아닌 간접피해인 만큼 안전진단 후 피해가 명확히 피해가 드러나야만 보상해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시에서도 시행업체를 통한 안전진단 후 보상의지가 있는데 김씨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씨가 민원을 제기한 후 진동 및 소음 피해측정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진동과 소음 모두 기준치보다 낮게 나왔다고 답했다. 청주시청 관계자는 “아직까지 간접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준 적이 없다”며 “보상을 하려면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간접피해는 이러한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2010년 3월 청주시가 발주해 같은 해 6월 S건설이 수주한 이 도로공사는 이미 2000년대 초 도시계획에 반영됐으며 2006년부터 가옥보상에 들어간 공사다. 용암2지구 건설 후 청주도심과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교통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계획됐다.

이렇듯 오래 전부터 계획된 도로지만 공사 시작 전까지 ‘소문도 내지 않고 물밑작업부터 벌였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당시는 토지보상까지 마친 후였고, 청주의 상징과도 같은 우암산 자락을 가로지르고 문화재 파괴까지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첫삽 뜨기 전부터 논란

공사는 상당공원과 충청북도교육과학연구원 뒤편에서 KBS송신소로 올라가는 도로를 확장하고 우암산 기슭에서는 도로진행 방향을 틀어 용담겦藉?산성동 사무소 앞 도로로 터널을 낸다.
당초 우암산 자락을 절개, 도로를 내고 그 위에 다시 흙을 생태도로를 내는 방식으로 계획됐지만 ‘우암산토성과 나성 자락을 자른다’는 학계와 시민단체 등을 반대의견 등 때문에 지대를 낮춰 터널을 낮추는 방식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김씨가 사는 곳도 지대를 낮추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가깝다.

충청리뷰는 지난 2010년 9월과 10월 공사 시전 전 현재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도로공사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공사 시작 전 문화재지표조사를 수행한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내부에서도 ‘무조건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굴조사 후 다시 판단하자’는 주장이 맞섰던 것도 확인했었다.

당시 문화재연구원은 2010년 9월 후자의 주장을 담고 있는 보고서를 시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화재연구원의 연구원이 조사지역과 우암산일대의 성곽유적을 조사한 도면에 따르면 우암산성과 당연산(당산)토성을 연결하는 나성의 흔적이 발견된다. 도면에 따르면 우암산성과 당연산 토성 사이를 연결하는 성곽이 있었으나 현재는 도심개발로 중간이 끊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성은 안팎 2중으로 구성된 성곽에서 안쪽의 작은 성과 그 바깥의 도시까지 감싼 바깥쪽의 긴 성벽을 말한다.

당시 인터뷰에 응했던 한 전문가는 “나성은 부여나 평양에나 있던 것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청주에 나성을 축조했다는 기록은 고려사절요에 나온다. 그만큼 역사적인 유적이다”고 보존을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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