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청주시 보도담당)

 우리 속담에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쓰랴”, “우물가서 숭늉 찾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너무 서두르지 말자는 평범한 진리인 듯 싶다. 민선자치 이후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행사라는 빌미아래 각 자치단체들이 수많은 이벤트 행사를 앞다투어 산발적으로 펼치고, 또 여러 사업을 추진하면서 단체장 재임동안 사업을 완료하기 위하여 분주하다.

흔히 이러한 사업의 완료를 추진력이 있는 단체장과 그렇지 못한 단체장의 평가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과정이야 어떠하든 벌여 놓은 사업을 얼마나 속전속결로 매듭짓느냐에 따라 대단한 뚝심의 소유자가 되기도 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최단시간 내에 최대의 만족을 얻는 것만큼 흡족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크든 작든 사업이란 것이 결코 시간과의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집을 한 채 짓는데도 절차와 순서가 있다. 볕이 잘 드는 반듯한 터를 고르고 어느 한곳 소홀함이 없이 단단히 다진 후에 주춧돌을 놓는 것이다. 수많은 손길과 정성이 고루 닿은 후에야 비로소 집은 모양을 갖추고 제 안으로 사람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수고로운 절차와 순서가 오래도록 튼튼하고 편안한 집을 만드는 비결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지난해 우리 시가 시민이 체감하는 고품질 행정서비스 제공과 시정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생활민원 바로콜센터 120”을 운영해 행자부의 모범사례로 평가되어 전국 지자체에 파급된바 있다. 이 시책 또한 처음에는 인력부족과 예산확보 미흡 등 열악한 조건 속에 민원처리 즉답요구, 장난전화, 억지성 민원 등 우여곡절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민원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정확히 찾아내고 그 보완책을 하나씩 마련함으로써 시민 생활의 첨병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무릇 행정은 나무와 같다. 공장에서 완벽하게 포장을 마치고 진열대에 오른 상품은 필요에 따라 값을 치르고 구입할 수 있지만 행정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나무 아래에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범위가 미치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물건은 쓰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행정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벗어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선 목전의 불편함을 끄기 위해 절차와 순서를 무시한 해결보다는 나무를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가지치기가 필요한지 거름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낸 행정의 나무는 머지 않아 우리에게 더 넉넉한 그늘과 탐스러운 열매를 되돌려 줄 것이다. 오는 7월이면 민선3기 3년째로 접어든다. 그간의 성과 등을 돌아보느라 설왕설래할 것이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다고 설익은 밥을 먹을 수는 없다.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는 쌀과 물을 알맞게 배합하여 적당한 온도에서 끓이고 마지막으로 뜸을 들여야 한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시책이라도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으로 파급되기까지는 행정의 주체와 객체가 같이 연구하고 배려하는 노력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험으로 볼 때 밥짓는 도중 뚜껑을 열면 밥맛이 덜하다. 찰 지고 윤기 흐르는 맛있는 밥을 다함께 먹기 위해서는 한소끔 뜸을 들이는 여유와 비록 배가 고프더라도 서로 조금 인내하고 양보하며 기다리는 미덕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