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기자

얼마 전 상주시청 소속 여자 사이클 선수들이 경북 의성의 한 국도에서 사이클 훈련을 하던 중 25톤 트럭에 부딪히는 참변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3명의 선수가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고, 4명은 부상을 당했다. 이 사건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트럭을 운전한 사람이 DMB를 시청하다 사고를 냈다는 점과 선수들은 왜 위험한 도로에서 훈련을 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서 운전 중에 DMB시청을 할 수 없도록 처벌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도로에서 벌어지는 자전거 사고가 모두 DMB시청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이클 선수가 안전하게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건행 여자 사이클 국가대표팀 감독의 말에 의하면 외국에는 사이클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전용도로가 지역별로 몇 곳씩 마련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단 한곳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인이 자전거를 탈 때도 다르지 않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9년 동안 자전거 교통사고는 한해 5500여 건에서 1만 1300여 건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고, 자전거 사고 사망자 수도 253명에서 303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녹색 교통수단인 자전거 타기를 독려하고 있고, 청주시도 자전거타기 붐 조성에서 나섰다. 하지만 그만큼은 안전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청주시에는 445.7㎞의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다.

원광희 충북발전연구원 박사는 지난달 27일 ‘청주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청주의 자전거도로는 연속성이 결여되고, 불법 주정차와 노상적치물, 보도턱 등 시설물 측면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출퇴근 등 실질적인 용도로 자전거를 타기에 청주시의 도로는 위험하다. 자전거의 본래 용도는 이동수단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운동기구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자전거 타기를 독려하는 이유는 환경오염 요소를 지닌 자동차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현실은 다르다. 지금의 자전거도로는 실생활과 격리된 운동을 위한 자전거도로다. 도심 속 자전거도로는 폭이 1.1m에 불과하다. 그 안에서 자전거가 교행하고 보행자를 지나가야 한다.

지난주 취재차 독일 뮌헨을 방문했다. 벤츠·BMW 등 세계적인 명차를 생산하는 자동차의 나라지만 시민들 대부분 짧은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었다. 부러웠던 것은 안전한 자전거 도로와 시민의식이었다. 도로와 완전히 격리된 자전거도로는 두 팔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넓었다. 잘 가꿔진 도심 속 공원과 가로수들은 초여름 날씨에도 더위를 느끼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시내 길은 물론이고 속도제한이 없다는 아우토반에도 자전거도로가 따로 마련돼 있었다. 한 시민은 독일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끔 도로를 건널 때도 손으로 방향 지시를 하면 자동차 운전자들은 여지없이 섰다. 언제까지 부러워해야 하나. 뮌헨도 다른 어떤 도시도 처음부터 자전거도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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