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전직 지사 정우택만 청주상당 무혈입성
참신성 순작용… 인지도, 탈락자 출마 반작용

새누리당이 충북에서 물갈이 공천을 시도하며 4.11 총선 채비에 나서고 있어 새 단장에 따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새 인물이 보강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거의 없는 민주통합당에 비해 참신성이 돋보일 수도 있는 반면 반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작용이란 크게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인들이 인지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공천에서 탈락한 구관(舊官)들이 오히려 명관(名官) 소리를 들으며 선전할 수도 있다는 것 두 가지다.

▲ 11일 정우택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충북에서 물갈이 공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연말 대선과 차기 총선까지 고려할 때 더 이상은 교체타이밍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역 의원 두 명은 주저 없이 공천함으로써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킨다는 ‘공천의 정석(定石)’을 보여줬다.

윤진식(충주) 의원의 경우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한 수뢰설이 흘러나왔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지율로 1차 공천에서 일찌감치 낙점을 받았고 엄태영 전 제천시장, 민경환 전 충북도의회 의원과 공천경쟁을 벌였던 송광호(제천·단양) 의원도 잠시 시간차를 뒀지만 3월5일 결국 경선 없이 전략공천을 받았다.

공천의 정석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과감하게 인물을 바꾸는 것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능하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될 정도로 전세가 유리하거나 아니면 어차피 질 선거에 ‘패전 처리용’을 내보내 경험을 쌓게 하는 경우, 두 가지 뿐이라는 얘기다.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밀렸더라도 어차피 후보로 결정되면 정당 지지도를 깔고 가기 때문에 정치신인은 패전을 통해서도 자신감을 얻는다. 지역의 선거통 Q씨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은 어느 후보가 나와도 25~30%의 지지는 깔고 시작하는 것이다. 당내 예비후보 끼리의 다자구도에서는 10% 미만의 지지율을 보였던 신인이라도 일단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30% 이상 득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박빙의 상황에서는 무조건 인지도가 높은 구관을 내보내는 게 유리하다. 징검다리 3선에 잦은 당적변경, 고령 등으로 현역 물갈이의 시범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송광호 의원이 파격적으로 무경선 공천을 받은 것이 그 예다.

이 점은 상대측인 민주통합당이 서재관 지역위원장을 재공천한 것도 마찬가지다. 서재관 위원장은 17대에서 3만5478표를 얻어 송광호(3만5233표) 후보에게 245표차 신승을 거뒀으나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하자 정계를 잠시 떠났다. 서 위원장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정계복귀와 함께 제천시장 선거에 출마해 최명현 현 시장에게 1780표 차로 패한 구관 중에 구관이다.

새누리당이 현역의원과 정우택 청주 상당 당협위원장을 제외한 원외 당협위원장 5명을 바꾸거나 경선에 붙인 것은 지난 17,18대 충북지역 총선에서 이전과 달리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서 전통적으로 보수지역에 속했던 지역의 이념색채가 뒤바뀌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실시된 4.15(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충북의 8석 모두를 민주당에게 내주는 완패를 당했다. 이는 4년 전 16대 총선에서 DJP연대로 정권을 창출했던 민주당, 자민련 등과 치열한 어깨싸움을 벌이면서도 3:2:2로 1당의 지위를 유지했던 것에서 날개 없이 추락한 것이다.

송태영 경선 없이 탈락 ‘충격’

전국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압승한 2008년 18대 총선 결과도 충북에서는 한나라당의 패배였다. 한나라당은 당초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제천·단양 한 곳에서만 의석을 확보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이시종 후보에게 3만7565표 대 3만9147표로 뒤졌던 윤진식 후보는 2010년 이시종 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함에 따라 실시된 7.28 재보선에 다시 나가 금배지를 달았다.

3월13일 현재까지 공천이 확정된 청주 상당의 정우택 전 지사와 청주 흥덕갑의 윤경식 위원장이다. 충북도당 사무처장을 거쳐 중앙당 부대변인 출신의 송태영 청주 흥덕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전위조직이었던 안국포럼의 멤버로 도내 친이 계보의 좌장 역할을 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오장세 전 도의회 의장과 입당파인 김준환 전 미래희망연대 도당위원장에게 밀려 경선대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낙천됐다.

이밖에 17·18대에 연패한 오성균 청원위원장은 손병호, 이승훈, 홍익표 등의 예비후보와 겨루는 가운데 이 지역은 공천방식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보은·옥천·영동의 심규철 위원장은 당에서 중앙당이 이곳을 국민참여경선 대상지역으로 정하고 박덕흠 예비후보와 경선을 치르도록 했으나 7일 경선후보등록 마감까지 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박 후보의 단수공천이 확정되자 12일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현역 의원을 제외한 원외 위원장 6명 가운데 청주 상당의 정우택 위원장과 흥덕갑의 윤경식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1명은 낙천 확정, 2명은 보류, 1명은 국민참여경선에 나서게 됐다.

엄태영·심규철 이적 없이 ‘무소속’
엄 “비열한 공천사기극…송, 차기 또 나오실 분”
심 “당선되면 킹메이커 역할…박근혜 아닐 수도”

갈아치울 때는 시원하지만 뒷감당도 생각해야한다. 지금 새누리당이 그렇다. 제천·단양 공천에서 탈락한 엄태영 전 제천시장이 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12일에는 심규철 전 남부3군 당협위원장이 역시 무소속 출마를 선포했다.

엄 후보는 충청리뷰와 인터뷰에서 “도덕성을 고려한 쇄신공천을 한다는 약속은 사기극이었다. 송 의원이 4년 뒤에는 물러갈 사람도 아니고 다시 또 경쟁을 해야 할 판이라 이번에 아예 무소속을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 후보도 “당선 되면 누가 되든 대통령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총선 후 정치권은 이합집산할 것이고 내 역할이 분명하게 있다. 박근혜가 유력해보이지만 한 치 앞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어찌 됐든 두 후보는 일단 선거과정에서 타 정당의 이삭줍기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 후보는 “당이 궁색해서 다른 당은 안 간다. 지금으로서는 몸담고 싶은 정당도 없다. 총선 후에 역할을 찾아 당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엄 후보는 이에 반해 “시민당이라고 생각해 달라. 선거 때는 무소속이다. 선거 후에는 지지자들과 상의해서 정당을 택할 수도 있다”며 당선 이후 복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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