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적 학교장 학생인권 무시한 교칙 제정하고
교육청 인권실태조사 지도감독 기능 약화 우려

▲ 지난 2010년 11월 25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충북지역 학생인권조례 어떻게 만들것인가?)'란 토론회가 열린바 있다. (왼쪽부터)김병우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상임대표, 발제자 홍성학 주성대 교수, 사회 김배철 교수 등이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뜯어보니>

정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 소식에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이번 개정이 상위법 위반 논란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란 것이다. 그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지난 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힌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무엇일까. 교과부는 앞서 학교장이 학교규칙을 제·개정하는 경우 지도·감독기관의 인가를 받는 절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 김병우 상임대표 "법리다툼의 소지가 있어 관련법 개정과 학생인권법 제정에 힘써야"
이어 21일에는 관련법 시행령을 입법예고 했다. 이는 학교장이 교육감의 인가를 받지 않고서 얼마든지 자율적으로 학교 학급 운영과 관련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충북도교육청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한 충북 도내 진보교육연대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더불어 도교육청은 학교규칙 개정을 통해서 얼마든지 학교 생활지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맥(脈)을 같이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나 진보교육연대 입장에선 달가울리 없다.

그럼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를 정치적 꼼수라 폄훼하고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시행령 반포 시기가 서울 학생인권조례 시행 시기에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적 기준과 헌법정신에 근거한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없었다면 신학기 개학 10일을 앞두고 통과 시켰겠냐는 설명이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신학기와 더불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일단 학교 실정에 맞는 생활규정이 새롭게 제정된다 해도 조례는 효력을 갖고 있어 법리다툼으로 인한 혼란이 예상된다.

또 다른 우려는 현행 학교 풍토가 반민주적이고 봉건적인 상황에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학교생활규정을 정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소수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학생의견이 반영된 생활규정이 정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상위법 개념의 학생인권조례는 제정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현행 학교현장이 학생인권이 침해되고 민주주의 학습공간이 아닌 반민주적, 봉건적 질서 속에 유지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출발하고 있다.

▲ 신남철 회장 "학생인권조례 제정되면 담배·흉기 소지해도 학생 생활지도 어려워"
더욱이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두발 복장의 자유, 소지품 검사·정치적 집회 결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입법 예고한 시행령)은 학교단위에서 이 같은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상충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현행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을 살펴보면 학생인권옹호관을 임명하고, 학생인권심의위원회 운영을 통해 학생인권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하도록 하는 책임을 교육감에게 지우고 있다. 그런데 학교장 재량권을 높여 줄 경우 관련 조례를 정비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청구인 거리서명 받는 중"
현재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은 행정절차 속에 지난 1월말쯤 교육감으로부터 대표자 증명서를 발급 받아 1만3000여명의 청구인 명부를 받는 상황이다. 이는 도민 발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려는 속내를 담고 있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허건행 집행위원장은 "오는 8월8일까지 청구인 명부를 음성, 진천, 보은 등 지역적인 차원으로 받을 예정이다. 이는 6일 거리서명으로부터 시작 된다"며 "앞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물론 조례가 법리다툼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전국적인 연대를 통해 초·중등교육법 개정에도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김병우 상임대표는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것은 시행령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법이다. 교과부가 상위법(조례)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학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을 통과 시킨 것으로 안다"며 "다만 학교장의 재량권 범위에서 학칙을 제?개정할 경우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는 일부 조항들이 무력화 되거나 법리다툼이 발생할 우려는 있다. 관련법이 상충되지 않도록 개정하는 운동이나 이번 4.11총선을 앞두고 학생인권법을 교육의제로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제점은 보수교육연대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데 있다"고 전했다.

충북교원단체총연합회(충북교총)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환영하고 나섰다. 충북학생인권조례안 16조(표현의 자유)를 살펴보면 학생 집회의 자유와 학교 안팎의 활동을 보장하고 있어 학생들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을 반드시 저지해 충북의 학교 교육이 정치권에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인권조례 학교장 재량권 축소"
사실 충북교총은 충북교육사랑연합회와 함께 그동안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저지하기 위한 반대 서명운동과 함께 부당성을 홍보해 왔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책임의식이나 의무를 지우기보다 지나치게 권리만을 보장해 교사들의 학교 생활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될 경우 오히려 교사와 학생 간에 소통이 단절되고 전인교육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설명이다.

충북교총 신남철(청주 남성초 교장) 회장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환영하는 입장이다"며 "선진국형 학교는 벌써부터 자체적으로 교칙을 제정 운영해 왔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적 꼼수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다. 꼼수는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경우(표리부동)에 어울린다. 교육이란 어릴적부터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고 대학생이 되어서야 사회인(성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규제가 있어야 책임감을 느낀다. 학교에서 담배와 흉기를 소지했는데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소지품 검사를 하지 못한다면 생활지도가 되겠는가. 사제지간의 특수한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며 "인격체와 인격체 간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길 바란다. 다년간 교직생활을 경험한 학교장들에게 교칙 제정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고 시행령이 개정을 앞두고 있지만 조례의 효력이 살아 있어 학교장이 이 같은 교칙을 제정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오히려 유명무실한 교칙이 제정되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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