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고민하는' 학교 '방황하는' 학생

전국 초·중·고등학교 주5일 수업제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충북에서는 초·중·고·특수학교 480곳이 지난 3일 첫 토요휴업일을 보냈다.

도내 354개 학교에서 토요 방과 후 학교를 개설해 총 1385개 프로그램이 시행됐지만 참여인원 부족과 시설미비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 2일 입학식과 개학이 동시에 이뤄진 다음 날 토요휴업일을 운영해 수요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돼 토요프로그램에 대해 알지 못한 학생들도 많았다.

청주 샛별초는, 지난 3일 토요스포츠 축구교실 등 5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오전 9시 시작한 축구교실에는 스포츠 강사의 지도로 12명의 학생이 참여해 운동장을 누비고 있었다.

이 학교 강당에서는 4대의 탁구대에서 체육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국악교실이 열린 또 다른 교실에서는 신청인원이 20명이었지만 7명만이 장구를 치고 있었다.

탁구교실에 참여한 김태현 군(4학년)은 "예전에는 쉬는 토요일엔 집에서 게임도 하고, TV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며 "친구들과 탁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니 너무 재밌고, 나가서 운동한다고 하니 엄마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청주 샛별초 이상희 교감은"토요프로그램은 신청을 해놓고도 강제성이 없어 강좌 운영을 할 수 있을 만큼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높을 지 걱정"이라며 "학교가 전적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소화하기 보다 지역사회 공공기관 및 주민센터에서 성인 프로그램과 함께 어린이 프로그램도 개설해 학생들이 걸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청주 A초. 이 학교 운동장엔 축구교실에 참여한 4명의 학생이 있었다. 이 학교 B교사는 공차기를 시키며 수업을 했다. 배드민턴 수업이 있는 장소를 가보니 축구 지도를 맡았던 교사가 축구교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을 포함 7~8명을 데리고 배드민턴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설 부족으로 국기게양대와 화분 사이에 끈을 이어 놓았다. 요가 교실이 있는 체육실에는 10시부터 수업이 진행되지만 학생은 없고 자격증을 소지한 이 학교 C교사만 있었다.

C 교사는 "10명이 신청했다고 들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초등학교는 교장과 교감, 교사 모두 나왔으나 학교도서실에 2명의 학생을 교사 1명이 지도하고 있었다. 청원의 E 초등학교는 학교건물의 현관문을 아예 열지도 않은 채 잠겨있었다.

고등학교 인문계고는 토요휴업일이 무색하다. 대부분 대학입시로 1·2학년은 스포츠 활동 또는 자기주도 학습(일명 자율학습)을 , 3학년은 토요일 자율학습을 하는 대신 일요일 등교는 하지 않는다.

◇ 지자체 뒷짐, 공공 기관 어린이 프로그램 개설 절실

충북에서는 토요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는 초등학교 259개교 중 194개교(74.9%), 중학교 130개 중 91개교(70%), 토요스포츠교실은 초등학교 143개교(55.2%), 중학교 76개교(58.5%)가 운영한다.

일선학교에서는 학교가 토요휴업일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떠맡기보다는 지역자치단체의 협력으로 다양한 창의·체험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은 쉬는 날까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주민센터,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문화원 등 학생들이 어느 지역에 살든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기관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 프로그램을 개설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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