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사내 하청 노동자 수, 파악조차 되지 않아
LG화학 사내하청 1000여명…‘불법 파견은 없다’

▲ 대법원의 사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인정 판결이 노동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노동계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지난주 노동계 최대 이슈는 대법원의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한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인 예성기업에 고용돼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 씨에 대해 "원청업체인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은 사내하청 노동자는‘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에 해당하고, 파견 상태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내 하청 노동자의 지위를 정규직으로 인정한 것이다.

노동계는 즉각 환영을 표했고, 재계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면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번 판결이 최병승 씨 개인에 대한 판결이 아닌 전국적으로 3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최병승 씨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 1900여명은 2010년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내놓은 상태다.

전체근로자 24.6% 사내하청
2010년 300인 이상 기업 1939개소를 조사한 결과 41.2%의 사업장에서 사내 하청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 하청 근로자 수는 32만 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꼴로 사내 하청 근로자인 셈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업계의 사내 하청 비율은 16.3%로 조선(61.3%), 철강(43.7%), 화학(28.8%), 기계금속(19.7%) 보다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에서도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

민주노총도 대법원 판결 후 논평에서 “불법파견이냐 도급이냐에 대한 쟁점이 사법부 최고법원인 대법원으로부터 확정된 것”이라며 “정부와 재벌은 사내 하도급이라는 위장된 형태의 간접고용 확대정책을 폐기하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난만큼 당장 노동계는 앞으로 있을 노사협상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일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에 대한 지역 내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내하청 비율이 3번째로 높은 화학 관련 기업이 도내에도 많지만 문제가 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LG화학 오창공장에는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내 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LG화학 관계자는 “모두 검사나 하역 업무 등 라인을 도급하는 형태로 이번 사례와 다르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저촉되는 것은 제조업체의 직접 생산 공정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인데, 직접 생산 공정도 아닌데다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는 것이다. 하이닉스도 사내 하청 노동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된 인력은 없다며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자동차나 조선업계에 불법 파견 노동자가 많은 이유는 숙련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같은 공정을 오래해야만 숙련공이 되다보니 2년이 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내 사업장의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는 숙련공을 필요로 하는 공정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이미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해 법인을 변경하거나 노동자의 사업장을 옮기는 방식을 통해 근무개월 수를 조정하고 있어 당장 대법원 판결이 적용될 노동자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도내 사업장 대부분 비숙련 공정
32만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정규직의 지위를 얻는 것은 아니다. 도급이 아닌 파견으로 판단되는 사업장과 2년 이상 근무했다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32만여명의 파견 근로자(도급으로 위장한 파견) 가운데 상당수는 2년 이상 근무할 것이고, 이미 최병승 씨와 같은 경우의 근로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 도내 기업에 사내 하청으로 근무하는 노동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도급을 위장한 파견 사업장이 어디인지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태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미조직비정규부장은 “접근이 어려워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27일 관련 대기업들의 전면적인 사내하청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또한 민주노총도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파견법 폐진와 기간제법 개정운동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 판결에 대한 사내 하청 노동자 선전 홍보사업'도 벌이기로 했다. 도내 기업들의 사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도 요구된다. /오옥균 기자

◆사내 하청과 파견의 차이= 사내 하청과 하도급, 도급은 같은 의미의 말이다. 사내 하청과 파견근로는 작업지시와 근로감독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현대자동차를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가 노동자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근로 감독을 할 경우 파견 근로가 된다. 반면 흔히 아웃소싱업체라고 하는 하도급업체의 지시를 받는 경우다면 사내 하청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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