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쇄·여과·중화·표백·탈취 공정 거쳐 탄생, 각종 유해물질 가득

임신연/ 아이쿱청주생협 식품안전운동위원

누구나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 떠올리는 음식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 시절을 추억하면 떠오르는 식품이 있는데 바로 마가린이다. 어릴 때 나는 밥을 유난히도 잘 안 먹는 아이여서 부모님의 애를 무던히도 태웠는데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마가린과 간장을 넣고 비비면 어쩜 그렇게 맛이 좋던지 한 그릇을 거뜬히 먹곤 했다. 좀 더 커서는 밥 대신에 빵에 영양제를 바르듯 열심히 발라 먹었다. 그래서인지 종종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 고소한 마가린 향이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날과 같은 제유 및 정유의 기술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어린시절 식용유보다 이홉들이 소주병에 담긴 콩기름이 훨씬 익숙했다.그때는 들기름과 참기름처럼 콩기름도 귀했던 것 같다. 그래서 튀김요리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잘 먹지 못했다.

식용유,올리브유,카놀라유,포도씨유등등 온갖 기름이 넘쳐나는 요즘과는 참 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 맛본 마가린의 그 고소하고 세련된 맛은 어린 나의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았었나 보다. 트랜스지방의 해악을 알게 된 지금은 그 시절의 무지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하지만 그 당시 사회 분위기를 알고 보면 나의 마가린 추종은 어쩜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최근에 들어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이 속속 알려지고 그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수면 위로 속 시원히 드러나지는 않는 거 같다. 유탕 처리된 과자류와 페스츄리 종류는 물론이고 놀랍게도 일부 아기들이 먹는 조제분유에도 트랜스지방산이 존재한다고 한다.

또 마가린과는 차원적으로 다를 것이라 생각되는 정제유에서도 트랜스지방산이 발견된다. 마가린처럼 인공경화유가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트랜스지방산이 존재한다는 것인지 의아할 것이다.

▲ 정제유는 보기에만 깨끗하지 트랜스지방산이 들어 있어 좋지 않다. 식용유를 고를 때는 정제유에 현혹되지 말고 압착유를 선택하는 게 좋다. 그래서 올리브유와 유채유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탈취과정에서 생산되는 트랜스지방산

정제유가 무엇인가? 아마도 대다수 소비자들은 참기름을 짜듯 유지원료를 압착하여 짠 후 고운 망이나 체에 걸러 깨끗하게 만든 기름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정제유는 원료분쇄, 여과, 불순물제거, 중화, 표백 ,탈취 공정을 거쳐 탄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핵산, 인산염, 가성소다, 표백제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사용되고 그에 반해 각종 영양성분은 소실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것은 230℃의 고온에서 탈취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트랜스지방산이 만들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트랜스지방산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이것들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그리고 세포막을 교란 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려 병을 일으키고 만성피로를 유발하기도 하며 불량호르몬 생성, 심장병이나 각종 암을 유발하고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인체 내에서 온갖 나쁜 짓을 하는 트랜스지방산이라니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요즘 시중 제품을 보면 트랜스지방 제로 표시가 되어있는 것들을 종종 본다. 어찌되었건 트랜스지방을 줄여보자는 의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지만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현재 식품위생법에는 1회 제공량에 트랜스지방이 0.2g미만으로 들어있으면 트랜스지방 0g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래서 만약 소포장된 과자에 0.15g의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다면 몇 개만 먹어도 트랜스지방을 상당량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따져본다면 과자 한 통에 트랜스지방이 3g 이상 들어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트랜스지방의 하루 섭취량이 2.2g을 넘으면 위험하다고 밝혔다.

가공식품을 고를 때 성분표시를 잘 살펴보고 따져볼 일이다.또한 마가린이나 경화유로 조리한 음식은 물론 음식을 할 땐 가급적 튀기지 않는 조리법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식용유를 고를 땐 깨끗하고 맑은 정제유에 현혹되지 말고 압착유를 고르는 센스를 발휘해 보도록 하자.

고약한 트랜스지방을 피하는 길은 고소하고 기름진 맛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을 담백하게 바꾸는 것이 첫 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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