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농민회 벼 야적시위… “주권 포기한 협상 즉각 폐기하라” 주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둘러싼 여야간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충주농민회(이하 농민회)가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고,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FTA찬성입장인 윤진식(한·충주) 국회의원에 대한 낙천·낙선 운동을 전개할 것을 밝혀 지역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 재선거를 통해 충주시장에 취임한 이종배 시장이 한미FTA 비준안과 관련해 찬성 쪽으로 의사를 표시, 농민회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충주농민회가 벼 야적시위를 열고 한미FAT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농민회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FTA 찬성 입장인 윤진식 국회의원에 대한 낙천·낙선 운동을 전개할 것을 밝혀 지역정가가 긴장하고 있다. 또 지난달 재선거를 통해 충주시장에 취임한 이종배 시장이 한미FTA 비준안과 관련해 찬성 쪽으로 의사를 표시, 농민회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충주농민회는 최근 충주시청 광장에서 벼 야적 시위를 벌이며 정부와 한나라당에 한미FTA 폐기를 촉구했다.

충주지역 농민 50여명이 참가한 이번 집회에서 농민회는 “한미FTA는 사상 최대의 농업 개방이며 사상 최악의 농민 말살협상”이라며 “주권을 포기하는 한미FTA를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소비자물가지수 비중 5.5%에 불과한 농산물을 물가불안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며 “공공비축제를 전면 폐기하고, 국가가 직접 농업을 책임지는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제 실시를 위한 국민기초식량보장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FTA로 우리 농업의 44%가 사라지고, 175만 농민이 실업자가 된다”며 “농업 말살과 주권 포기를 국익인양 호도하며 한미FTA를 강행 처리하려는 한나라당과 정부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민회는 “한·칠레FTA, 한·EUFTA를 체결하면서 정부는 국익을 위해 농업을 희생하더라도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하지만 한·칠레FTA가 체결되고 나서 7년 동안 무역수지는 적자였고, EU와의 FTA 체결 3개월 만에 지난 10여 년 동안 흑자가 적자로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농민회는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미FT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충주시와 충주시의회는 FTA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투쟁에 나서라”라고 압박했다.

농민회는 집회를 마친 뒤 트랙터를 이용해 벼 1t들이 톤백 7개를 정부방침에 항의하는 상징적 표시로 시청 앞 광장에 쌓았다.

“윤진식 의원 낙선운동 전개”

농민회는 이후 지역구 윤진식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한미FTA에 대한 찬성입장을 고수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을 천명했다.

이종배 시장 재선거 당선 이후 재선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윤 의원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농민회가 내년 총선에서 낙선운동 등을 전개한다고 해서 윤 의원에게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더라도 농심(農心)을 잃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농복합도시인 충주시의 정서상 농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경우 급격하게 변화하는 바닥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정객은 “10·26충주시장 재선거 이후 내년 총선에서 윤 의원에 대한 대항마와 어려움 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FTA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의원 측은 이에 대해 “농민들 우려와 걱정은 이해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양국 간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꼭 해야 할 부분”이라고 피력했다. 농민회의 낙선운동 언급에 대해서는 “위에서 나열한 이유가 있는 만큼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종배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FTA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FTA는 해외개방을 통한 생산성과 수출경쟁력을 키우고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다만 소상공인이라든지 농업 등 피해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특별한 대책과 자립지원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종배 시장 조건부 찬성

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 소속이라고 해도 자치단체장이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시장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농민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 시장이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FTA조건부찬성을 주장한 것은 자칫 농민들을 자극시켜 지자체와의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농민회 관계자는 “이 시장의 태도에 대해 유감스럽다. 찬성입장이라면 농민회원들이 모여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정리해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가 여야 합의로 취소됨에 따라 한미FTA 비준안 처리도 자동 연기됐다. 이날 본회의가 취소된 이유는 한미FTA의 핵심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여야견해차가 여전한 데다 처리 안건이 많지 않아서다.

여야가 타협점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본회의를 개최할 경우 충돌이 불거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현재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ISD 절충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절충안은 ‘한미FTA 비준안 발효 즉시 ISD 존치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ISD 절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절충안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여야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다음 본회의는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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