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렬씨,중앙당의 일방적 결정은 문제, 그러나 당을 위해 승복
현실정치 한계, “그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

열린우리당 청주 흥덕갑 선거구의 경선이 끝내 무산됐다. 논란을 거듭한 중앙당이 지난 14일 오제세 전 청주부시장을 최종 낙점함으로써 이곳의 공천갈등은 일단락됐다. 경선이 무산되면서 당내 경쟁후보들의 정치꿈은 물건너갔지만 오히려 더 시민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남긴 정치신인이 있다. 유행렬씨(40)다. 총선출마를 위해 이곳에서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한 그는 중앙당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후보로 간택된 오제세씨에게 한가지 제의를 했다. 앞으로 당이 어떠한 곤경에 처하더라도 당을 지키고 헌신하겠다는 서약을 공개적으로 밝히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도 고쳐야 할 점 많아

“일부에선 중앙당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면서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게 아니냐고 의심하지만 결코 아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전략적으로 공천까지 줬다면 최소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지역구를 닦아 오다가 결국 양보하게 된 나같은 경쟁후보를 생각해서라도 분명하게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필요가 있다. 막상 정치를 해 보겠다고 총선에 나섰으나 아직 우리의 정치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여러 사례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정치철새가 되레 경쟁력 있는 후보로 대접받는가 하면, 하루 아침에 신념을 바꾸는 야비함도 비일비재하더라.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인사들이 ‘실세’를 자처하며 정치 뒷무대에서 활개치지나 않나, 어느 땐 참담한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린 마당에 대통령과 당을 지키기 위해 중앙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그동안의 모든 절차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진정으로 개혁정치를 구현하겠다면 앞으로도 고쳐야 할 것이 많다. 오제세씨에 대한 공개제의는 바로 이런 뜻에서 비롯됐다. 후보로서 분명한 정치적 신념을 밝히라는 것이고, 이는 비단 경쟁후보로서가 아니라 당원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코 못 믿어서가 아니다. 솔직히 열린우리당과 전혀 무관했다가 후보로까지 나서게 된 본인을 위해서도 이런 공개선언은 필요하다. 바로 이점을 제의했고, 이것이 전제돼야 앞으로 그의 당선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왔다갔다하는 정치인엔 실망”

당초 청주 흥덕 갑구에 출마한 열린우리당의 세후보(오제세 유행렬 박영호)는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내로 경합하는 등 서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 당연히 국민경선 대상지로 지목됐으나 중앙당은 끝내 이런 여론을 외면했다. 이 과정에서 공조직보다는 특정 인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당내에서도 이런 역학구도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유행렬씨는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만 이미 결론이 난 마당에 당을 위해 거론하지 않겠다. 하지만 언젠간 그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임을 경고한다. 어쨌든 나 스스로는 원칙과 명분을 지켰고, 때문에 후회는 없다. 다만 그동안 지지해 준 분들한테 미안할 따름이다. 정치권이 국민들한테 한번 약속했으면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선문제도 그렇다. 경선은 국민과의 약속이었는데 이를 너무 쉽게 깨는 것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흥덕 갑구의 경선논란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보인 행보가 지역에 많은 얘기를 양산했다. 후보로 나선 세사람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좋은 안주거리가 됐다. 정치적 이미지가 훼손된 경우도 있고, 오히려 유권자에게 본인의 ‘실체’를 더 어필함으로써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경우도 있다. 유행렬씨는 후자에 속한다. 원로정치인 박학래씨(전 충북도의회 의원)는 “경선이 무산됨으로써 안타깝게 됐지만 젊은 정치신인답게 활동하면서 좋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안다.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모 일간지 기자는 “솔직히 흥덕 갑구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선 할 말이 많다. 정치는 신념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더러 있더라. 이번 열린우리당의 흥덕 갑구 논란은 정치신인을 새롭게 인식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렇게 말하면 누가 누구인지 유권자들은 잘 알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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