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청주 YWCA 부장)

탄핵정국 때문에 온 국민이 피곤하다. 누구하나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 없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이 없다. 탄핵안을 결의한 193명 국회의원들은 합법을 가장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그들의 권한이 아닌 것을 우격다짐으로 행사한 조폭이다. 그동안 수 차례 절망하고, 구제불능이라 외면했고, 이제는 유권자들이 갈아치우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충북총선시민연대 자료조사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자료조사팀은 이 지역에서 출마하려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기본정보와 범법행위 정책의견을 수집하고 낱낱이 공개하여 유권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공개운동을 기획하며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매일저녁 거리로 나간다. 그들이 호락호락 물러날 뜻이 아님을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보다 당리당략이 사리사욕이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 밝혀 왔기 때문이다. 이제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한꺼번에 물리칠 방법을 찾아서 마지막 승부를 겨루어야 할 때인 것이다.

요즈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구호와 토론들 중에서 지금 상황에 가장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구호는 ‘국회가 미쳤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온 국민을 괴롭히는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저녁마다 이어지는 촛불집회, 밤마다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회의와 토론의 장들, 타 지역 집회소식과 각종 의견들을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헤메는 밤 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피곤해지고자 나서고 있다. 우리의 권리를 위협하는 세력들로 인해 수동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짜증 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고통을 내 것으로 끌어안아 희망을 돋우려 한다. 피고름 나는 상처를 도려내 새살이 돋을 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들의 잘못을 잊지말자, 잊지말자, 잊지말자고 외치는 것이다. 썩은 정치권이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망령을 하면서 또 다른 폭거를 획책하지 못하도록 노려보고, 노려보고, 노려보고 감시하는 것이다.

가족들이 걱정의 말을 건넨다. ‘언제까지 이렇게 늦을 거니?’그러나 요며칠 고생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 또 한번 외면하고 선거 잘못하면 두고두고 속썩으며 1년 후, 3년 후, 10년 후 다시 힘들여 고치고 바꿔야 할 일을 남기게 될 테니까. 그런 상황을 막을 수만 있다면 한 두 주 힘든 것 쯤이야 좀 어떠랴.

언론에서는 말한다. 6월 항쟁의 주역, 30∼40대가 다시 나섰다고. 그러나 나는 혼자서 생각한다.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와 유권자의 승리로 잘 끝나서 다시는 우리가 이 거리에 나서야 할 일이 없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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