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충·이언구 불출마 선언… 한나라당 낙천자들 무소속연대 변수로

10·26충주시장 재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최종 주자로 박상규(74·전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선출됐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27일 충주문화회관에서 후보자 선출대회를 열어 사전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에서 최고 득표를 한 박 예비후보를 충주시장 재선거 후보로 공천했다.

임종헌(55·한의사), 최영일(42·변호사), 강성우(47·정당인) 예비후보 등 4명이 출마한 이날 경선에서 박 예비후보는 당원투표와 사전 여론조사를 합산해 61.3%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 한나라당이 이종배 후보를 공천한 데 이어 민주당도 27일 후보자 선출대회를 열어 경선을 통해 박상규 후보를 확정함에 따라 여야 후보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박 후보는 당원 1251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910표를 득표하면서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을 큰 표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당원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본선 승리”라며 “안타깝게 물러난 우건도 전 시장의 맺힌 한을 풀고, 중소기업 유치를 통해 충주를 인구 30만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천심사위원회를 충주에서 잇따라 개최하는 등 당내 경선을 흥행시키기에 노력했다. 이는 한나라당의 전략공천에 따른 내홍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경선 흥행 성공으로 내부결속을 다져 본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위한 계산이었다.

어쨌든 민주당은 이번 경선을 통해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본선 승리를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예비후보가 충주시장 재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같은 당 경쟁상대로 나섰던 나머지 세 후보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다.

박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면서 여야의 공천이 모양새를 갖췄다. 민주당 박상규, 한나라당 이종배 후보다.

김호복 전 시장 한나라당 탈당

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김호복(63·전 충주시장), 유구현(58·전 감사원 국장), 한창희(57·전 충주시장) 등 한나라당 공천 낙천자들 때문이다. 이중 그동안 재심의 및 경선을 요구했던 김호복 예비후보는 지난 26일 한나라당을 탈당, 금명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유구현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 선언도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며, 한나라당의 입당 거부로 공천 심사조차 받지 못한 한창희 예비후보는 무소속 출마 대열에 합류한 상황이어서 충주지역 한나라당 지지층 분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나라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뛰어든 후보들의 연대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재선거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무소속 연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 여부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탈당 인사들의 제3의 정당 출마 개연성도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반발했던 이언구(56) 전 충북도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던 낙천자 중 출마포기를 선언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11일 ‘토종시장’을 표방하며 출사표를 던졌으며, 그동안 무늬만 고향인 출향파 후보자들에 대한 경계를 유권자들에게 주장하면서 관심을 받아왔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주시장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당원으로 돌아가 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장과 국회의원의 소속 당이 다른 것이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 시장 후보 당선을 위해 힘쓰고,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의 월계관을 시민께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첫 공천 승복 선언이 한나라당 윤진식(충주) 국회의원이 밝힌 ‘범한나라권 재정비’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출마포기는 친구사이인 이종배 예비후보의 공천 확정으로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아울러 김호복 전 시장의 탈당과 유구현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의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한나라당의 표 분산에 따른 공멸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소속연대 오월동주

그러나 이 전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이 잘못된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소신을 보였다. 그는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벌어지는 작금의 사태에 심한 자괴감으로 몇 날을 고민했다”며 “한나라당 공천이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기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무소속으로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했던 이재충(58·전 국민권익위 상임위원) 예비후보가 지난 27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오늘 예비후보를 사퇴하고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맑은 충주를 소망하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 “지역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 후보는 지난달 12일 한나라당 충주시장 예비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가 공천에 반발하며 지난 5일 탈당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한나라당은 최근 충주문화회관에서 10·26충주시장 재선거 필승결의 대회를 열고 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경대수 충북도당 위원장과 윤진식 국회의원, 송태영 청주흥덕을 당협위원장 등 당원 800여명이 지원에 나선 가운데 예비후보를 사퇴한 이언구 충주희망포럼 공동대표가 지지를 선언하며 이종배 예비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6·2지방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심흥섭 전 도의원과 심재익·이종갑·심종섭 전 시의원도 지지대열에 합류했고, 류호담 시의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이들의 복당에 대해 음주와 부적절한 해외연수 등으로 사실상 출당시켰던 일부 인사를 재선거를 위해 끌어안았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송태영 당협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적의 인물을 걸러내는 공천작업을 거쳐 필승카드로 차관을 영입해 공천을 준 것”이라며 “당을 이용하려고만 하고 당을 위해 희생할 생각은 왜 안하냐”며 공천에 반발하는 낙천자들을 압박했다.

윤진식 의원은 “충주를 위해 중앙에서 필요한 일은 내가 다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것은 ‘이걸 가져오면 시장이 제대로 사업을 추진해줄 수 있을까’하는 부분이었다”고 다른 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장간 갈등을 언급했다.

이어 “뒤에서 바짓가랑이를 잡는 사람들과 충주발전을 이룰 순 없다”고 민주당을 겨냥한 뒤 “그래서 코드가 맞고, 젊고, 깨끗하고, 힘 있는 지방행정의 달인 이종배 후보를 공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사실상의 충주시장 선거 출정식으로 이종배 후보를 띄우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공천 갈등으로 인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쇄신하고 당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선거결과가 내년에 있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충주시장 재선거에 실질적으로 출마할 예정인 한창희 등 예비후보들의 복당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고, 김호복·유구현 예비후보의 무소속 출마가 예상됨에 따라 한나라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당세 확장’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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