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들 잇단 반발… 탈당·무소속 출마 줄 이을 듯

▲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된 이종배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과 이에 반발하는 이재충·이언구·유구현 예비후보(왼쪽부터).

10·26충주시장 재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이종배(54) 전 행정안전부 제2차관이 결정되면서 당내 다른 후보군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과 관련해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등이 점쳐지고 있어 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지난 5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예비후보자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인 이 전 차관을 후보자로 하는데 합의했다.

이 전 차관의 공천이 확정되자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본격화됐다.
이재충(58·전 국민권익위 상임위원) 예비후보는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을 선언하고 “윤진식 국회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전날인 8월 11일 저에게 한나라당의 입당을 강력하게 권유했다”며 “그런 만큼 저는 자유경선과 공정선거의 룰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그의)입당 권유는 인재를 들러리 세우려는 정치적 복선이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나라당 충주시장 후보 공천경선은 자유경선이 아니라 전략적 공천방식으로 내정돼 있었다”며 “불공정한 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다른 방식으로 이번 선거를 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예비후보에 이어 기자회견을 연 이언구(56·전 충북도의원) 예비후보는 경선이 치러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정책토론회를 제안하려다 후보자 확정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언구 예비후보는 “책상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표를 던졌던 이종배 예비후보의 전략공천설이 사실이 됐다”며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어두운 그림자에 충주의 하늘이 또다시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진식 의원에 집중포화

이 예비후보는 “윤진식 의원이 충주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며 “한나라당이 시장을 배출하기도 힘들겠지만 만약 된다면 한나라당만을 위한 충주시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탈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거취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할 것”이라며 “낙천자들과 함께 무소속 연대 등을 모색해 충주에 살고 충주에 묻힐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피력했다.

막판까지 이 공천자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김호복(63·전 충주시장) 예비후보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며 “금명간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유구현(58·전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 예비후보도 공천심사위원회 면접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 선정에 대한 의혹과 불공정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며 “당이 특정후보를 밀실 공천하면 시민 누구도 이해할지 못할 것이며, 당의 분열로 야당에 어부지리를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특정한 후보를 전략 공천한다거나 밀실에서 소수의 몇몇 사람이 공천을 해도 시장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바로 권력의 오만이고 독선”이라며 “권력의 오만과 독선, 시민의 후보 선택권을 무시하는 전략공천은 한나라당 후보의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한 경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낙천자들의 탈당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한창희(57·전 충주시장) 한국농어촌공사 감사도 이번 공천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 감사는 6일 성명서를 통해 “한나라당의 공천으로 충주시장 재선거에 출마하고 싶었지만 충주시 당협위원장인 윤진식 의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나의 복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윤 의원은 열린우리당 노무현 정권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한 사람으로 당원자격을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저는 빠른 시일 내에 농어촌공사 감사직을 마무리하고 충주시민 곁으로 다가와 왕의 남자가 아닌 시민의 남자로 남은 열정을 충주발전을 위해 모두 바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민주당, 21일 후보 결정

이종배 공천자는 5일 기자회견에서 “똑같은 당헌과 당규에 따라 공천심사를 받았고, 최고위원회 만장일치로 공천이 된 것”이라며 “한나라당 후보군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판단해 결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탈락자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윤진식 국회의원은 공천 반발 움직임에 대해 “당원이 됐으면 당의 결정에 따르라”고 일갈하면서 “내가 책임을 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예비후보들의 공정성 시비에 대해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인 정당의 일에 공무원 같은 공정성을 따지면 안 된다”며 “(공천신청자들은)입당할 때는 물론 공천신청을 할 때도 당 방침에 따르기로 서약하고 이제 와서 왈가불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이 전 차관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따라서 공천 후유증을 얼마만큼 극복하고, 대안마련을 하는가가 한나라당의 관건으로 부각됐다. 후유증 최소화에 실패할 경우 충주시장 재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를 지켜보던 민주당은 상대 당 후보가 결정되자 후보자 선정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민주당은 9일까지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고 10일 예비후보 자격심사위원회를 열 예정이며, 오는 21일경 충주시장 후보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나라당 내 공천 잡음이 확산될수록 반사이익이 커짐에 따라, 한나라당 공천 결과가 나온 뒤 선거에 내보낼 후보를 결정할 뜻으로 공천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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