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장(충북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3월의 살인 폭설’이 FTA로 신음하는 우리 농민들의 생존 기반을 모조리 빼앗아가고 말았다. 여기에 언론은 경쟁이라도 하듯 폭설로 인한 ‘고속도로 정체’ 소식을 너도나도 대서특필하였다. 모든 언론이 하나같이 헬기를 동원하여 비상식량을 공급하는 화면과 함께 도로에 갇힌 운전자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보도하였다. 언론은 초기보도에서 우리 농촌을 철저히 외면했다. 바로 이러한 모습들에서 우리 사회가 농촌을 바라보는 인식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농민들에게는 이리도 가혹하단 말인가? 우리 농민들의 소박한 바람은 ‘더도 덜도 아닌 우리가 피땀 흘린 만큼만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정직하게 땀 흘려 살아온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너무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무관심으로 농촌을 외면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함께 되짚어 보고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폭설은 농민들에게는 ‘잔인한 살인 폭설’이나 다름없다.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은지 오래이지만 지금 우리 농민들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축산. 양축시설을 비롯하여 시설 채소 재배 하우스 및 버섯 재배시설 등에 적게는 ‘수 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 억 원에 이르는 융자를 받아 눈덩이 같은 빚을 짊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 십 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구축해 놓은 생산기반 시설을 하루아침에 복구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특단의 농업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특별재해지역’ 지정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청원의 한 농민은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 되었다고는 하나 현재 있는 부채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희망도 없는 농촌에 복구를 위해 막대한 시설자금을 융자 받아 또다시 부채만 늘리는 형국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그리고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농지를 다 처분해도 빚을 다 못 갚는 처지이며 빚이 모든 재산을 삼켜 버린 지 오래이다. 자식에게 빚까지 대물림 할 수밖에 없다”고 긴 한숨을 토하면서 마치 이번 기회에 지긋지긋한 농촌을 떠나려고 복구에 대한 작은 미련조차 스스로 내던지려고 무단히도 애쓰고 있는 듯 보였다. 정부는 이번 폭설피해와 관련하여 ‘특별재해지역’ 지정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버릴 것을 당부한다.

양축시설 및 시설하우스 등의 붕괴는 농민들의 삶의 붕괴이며 한국 농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농작물 재해의 범위에 대하여 모든 자연 재해를 포함한 각종 전염병을 포함하고 광범위한 농업 재해보상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보상 규정 또한 현실화해야 하는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높은 관심만이 쓰러져 가는 우리 농촌을 회생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진전된 정부의 농업정책의 변화가 수반될 때 비로소 미소 먹은 농민들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검게 그을린 주름진 얼굴에 땀에 닦으며 환하게 웃는 바로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하루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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