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면적 65% 산지인 충북...산사태 노출 사방사업·알림서비스 강화해야

▲ 지난달 26일 오후 9시께 청원군 북이면에 초속 20m가 넘는 돌풍이 불면서 10분 만에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돌풍으로 양계장 닭 4만 마리 중 수천마리가 압사하고 인근 인삼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물난리 충북 안전지대 아니다
최근 서울, 강원을 비롯해 전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와 침수가 곳곳에 일어나 농작물 피해는 물론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적지 않다. 충북에서도 이상 기후로 인한 돌풍으로 청원군 북이면의 한 양계농가와 인삼밭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충북의 경우 '복 받은 땅'이란 말까지 돌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아열대성 기후를 연상케라도 하듯이 국지성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 안심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때 이른 장마가 시작된 6월 마지막 주 도내에서는 충주 일부 지역에서 0.16톤짜리 동력선(선박)과 건물이 침수되고 청원, 보은, 옥천, 진천, 괴산, 단양 지역의 도로가 유실되는가 하면 농작물이 침수되어 충북도 추산 5억여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또 태풍 메아리가 한반도에 상륙 하면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7월 첫째주 도내에서는 충주, 제천, 진천에서 건물 3개 동이 반파되고 농경지와 농작물이 곳곳에서 침수되어 14억 8000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또한 7월 중순까지 집중된 호우로 청주, 충주, 제천 등지에 43억 38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나는 등 갈수록  피해가 늘어나는 형국이다.

이처럼 충북도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실 지난 2005년도 말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수해 상습지 개선사업 4단계 기본계획'에 따르면 청주, 청원을 비롯한 12개 시·군 23개 사업지구, 2675.78㏊에 모두 2578세대가 상습침수 등 수해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3102억 77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제방을 쌓거나 치수 방재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도 16개 사업지구 1319가구는 방재사업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거나 계획 중에 있어 비만 오면 물난리를 겪어야 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곳이 청주 미평천 31가구, 청원 낭성 백천천 44가구, 괴산 청천 관평천 68가구·화양천 80가구, 보은 회북 쌍암천 126가구, 충북 음성 소여지구 한벌천, 제천 봉양지구 장평천 15가구,  충북 영동 양산지구 호탄천 25가구, 충북 옥천 안내지구 가산천 148가구 등이다.  

충북 전체 면적(74억3323만여㎡)의 65%가 산지인 상황에서 산사태 위험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림청산사태위험지관리시스템(http://sansatai.forest.go.kr)에 따르면 도내 12개 시·군의 산사태 위험성은 평균 2등급 이상이 50.3%(22만5740여㏊)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산사태위험지관리시스템은 산사태 위험을 경사도와 토심, 사면형, 암석 성질에 따라 모두 4등급(최상·상·중·하)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한달 동안 모두 364건의 산사태 예보(주의보·경보)를 했다. 제천시가 77건으로 가장 많고 충주시 50건, 단양군 47건, 음성군 44건, 괴산군 34건, 진천군 27건, 영동군 26건, 보은군 19건, 청원군 9건, 청주시 3건 등이다. 반면에 지자체는 충주 1건, 제천시 재난관리예보 7건, 영동군 1건, 단양군 4건에 불과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산림청이 고시한 충북의 산사태 위험(재난관리위험)지역은 전국 82개소의 3.2%에 해당하는 3개소에 불과하다. 그나마 음성 금왕 백야산과 동음산은 지난해 4월 위험지역에서 해제됐다. 유일하게 관리해 오던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산136-7도 율량동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면서 해제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충북도가 산사태 위험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산지 면적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88%가 산사태 위험발생지역인 점을 생각할 때에 별도의 지정관리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관리의 어려움은 있으나 사방사업과 문자 알림서비스 등을 활용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심천에 떠내려가는 차량.
평년 장마 강수량 2배 최고 934㎜ 집중호우
정광모  청주기상대 예보관 기후변화 대비해야

▲ 정광모 청주기상대 예보관
청주 기상대 정광모<사진> 예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북쪽으로 발달 하면서 예년에 비해 장마가 일찍 시작해 평년보다 2배 이상의 폭우를 쏟아 붓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말까지 동두천 679.5㎜, 서울 595㎜ 등 서울, 경기, 강원에 평균 500㎜ 안팎의 게릴라성 지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와 주택 침수 등 많은 피해를 낳았다"며 "15년 전부터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나타나는 한반도 날씨 대신에 8월에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해 7월에 비해 8월에 강수량이 많아지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북 제천에서도 시간당 30㎜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등 도내에 시간당 평균 50㎜의 비가 내리면서 평년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 440㎜안팎의 2배가 넘는 최고 934㎜의 집중호우가 내렸다"며 "특히 1시간 당 청주 64.0㎜를 비롯해 보은 95.0, 제천 92.5, 충주 89.5㎜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이번에 피해가 컸던 서울, 강원 일원에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비가 도내에서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기 일부 지역이 댐문을 열지 못해 시멘트 공장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도내에서도 지난 1980년 7월22일 기록적인 폭우로 하천변 관측소가 유실되는 침수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 예보관은 "기상위성(천리안)을 통해 수시로 기상변화를 체크하고 슈퍼컴퓨터로 기상예측 프로그램을 구동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발 빠른 예보를 하고 있지만 이례적인 이상기후에 어려움이 크다"며 "기상이변에 대응하는 지자체 차원의 대책마련(기후변화센터 건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 간 자연재해 피해액 22조원 중 태풍이나 호우로 인한 피해액은 20조원으로 여름철에 90%가 집중돼 있다. 역대 태풍 피해액은 최대 22조원에서 16조원으로 루사(2002년), 매미(2003년), 에위니아(2006년), 올가(1999년) 순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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