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양계장·가옥 파손 등 피해 잇따라

단 5분 동안의 돌풍이 청원군 북이면 5개리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26일 밤 9시쯤 청원군 북이면에 돌풍이 불어 비닐하우스 양계장(길이 20여m, 폭 6m)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밤 사이 돌풍 공포에 휩싸였던 주민들은 날이 밝으면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이날 발생한 돌풍으로 북이면 금암2리 이근윤씨(54)의 비닐하우스 양계장이 50여m 날아가 야산과 밭에 처박히면서 완파됐다. 양계장 18동 중 15동이 날아갔고, 파손되지 않은 3동도 돌풍에 들렸다 내려 앉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곳에 있던 전봇대도 부러졌다. 특히 비닐 하우스가 날아가는 바람에 생후 50일에서 70일 정도된 4만여 마리의 닭이 폐사하거나 폐사 직전에 있다.

옥수2리 이운호씨(76)의 사슴농장도 담장이 돌풍으로 쓰러지면서 48마리 중 43마리가 달아났다. 담장을 벗어난 5마리는 철길에 들어섰다 열차에 치여 죽는 처참한 모습도 보였다.

이씨의 7920㎡의 담배밭도 쑥대밭이 됐고, 우승철씨(60)의 1만6500㎡ 인삼밭은 차광막을 지탱하던 나무가 뽑혔고 차광막은 날아갔다.

건물 피해도 잇따랐다.

옥수·금대리에서만 건물 수십 채의 지붕이 파손돼 청원군청 직원들과 청주 상당경찰서에서 경력을 동원해 천막을 씌우는 등 응급 복구를 실시했다.

금암리 윈스테크 공장 건물의 철판 지붕과 샌드위치 패널 벽도 날아가거나 구겨졌고, 우진환경의 지붕 철판이 500여m 떨어진 옥수2리 마을 회관 인근까지 날아갔다.

수십 그루의 나무가 뽑히거나 부러지기도 했다. 옥수2리와 금대리 마을의 400~500년 된 느티나무가 부러지고, 내추리 36번 국도에 20여년 된 가로수 두 그루가 부러졌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승용차 운전자가 급제동하면서 차량 3대가 잇따라 추돌, 증평 방면 도로가 1시간 넘게 정체됐다.

윈스테크 공장을 둘러싼 조경수 40여 그루가 뿌리째 뽑혀 넘어지거나 인근 도로까지 날아갔다.

청원군은 27일 피해 상황을 집계 중이며, 이날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이면지역에 기상 관측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정확한 풍속은 알 수 없으나 '보퍼트의 풍력계급'에 의하면 초속 24.5m 이상이면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강풍은 육상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민들은 "26일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5분 정도 강풍이 불었고, 그 세기가 너무 강해 무서워서 밖에도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갑용씨(58)는 "20년 동안 팔지도 않고 애지중지 키웠던 사슴을 모두 잃었고, 담배농사도 망쳐 생계가 막막하다"며 "남편이 위험하다며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차라리 그때 나가서 날아오는 물건에 맞아 죽는 게 좋을 뻔했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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