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교사·학생·학부모 토론회

지난 5월 19일 도내 43개 시민사회단체가 충북도교육청 현관 앞에 모여 주민발의에 의한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이후 2개월여 만인 지난 7일 오후 전교조충북지부 대회의실에선 교육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 등이 모여 학생인권실태와 나아가야할 충북교육의 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회가 이어졌다. 박옥주 (전교조 충북지부 참교육실장) 원봉초 교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특히 학교현장에서 고통 받는 학생들의 외침을 키워드별로 전하는 동영상 상영에 이어 교육 3주체가 토론자로 나서 관심을 모았다. 박 교사는 "우리는 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여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본부가 생긴 것은 고무적이다. 학생들 목소리를 직접 듣는 (우리들의 외침)영상 상영과 교육 3주체인 4명의 토론자들로부터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김병우 상임대표는 "이번을 계기로 학교현장이 학생인권 친화적인 곳이 되길 바란다"며 "학생인권에 대한 의식을 높여보자는 차원에서 주민발의로 추진하게 됐다. 학생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갖게 돼 이번 토론회가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녀 구분없는 교복착용 바라요"
박민영 청주농고 2학년

▲ 박민영 청주농고 2학년
박민영 (청주농고 2학년) 학생은 "교복을 꽉 끼게 입게 되는데 너무도 불편하다. 남자 아이들은 더워도 걷지 못하고 여자 아이들은 치마가 짧아서 신경 쓰인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체육복을 교복치마 속에 즐겨 입고 있다. 남녀가 평등하게 바지 교복 등을 입었으면 한다"며 "전문계고 교사들 중 흔히 말하는 국수사과영 교사들이 인문계고와 비교하며 '너희들은 왜 못하냐 인문계고는 잘 하는데'라고 말한다. 우리도 안 시켜서 그렇지 하면 잘하는데 너무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사복은 매일 갈아 입을 옷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교복을 입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남녀 구분 없이 조금 편하게 입는 옷이었으면 좋겠다. 여성미를 강조한 교복은 신체 라인이 드러나 너무도 불편하다. 학생신분 입장에서 머리 자율화 조치 이후 최소한 퍼머와 염색은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졸업이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싫다"고 전했다.

"학생, 학습 선택권 보장돼야"
최선 청주여중 3학년

▲ 최선 청주여중 3학년
최선 (청주여중 3학년) 학생은 "처음 중학교에 입학하면 일주일 정도 적응할 시간을 준다"며 "이후 7∼8교시 방과후 학습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을 준다. 그런데 말이 자율이지 방과후 학습을 하지 않으면 왜 안하는지 교무실에 불러 물어보고 교장은 고등학교 어디 가려는지 모르지만 하는게 좋다고 강압적으로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방과후 자율학습은 그나마 선택권이 있지만 고입연합고사 부활이후 9교시 수준별 학습은 강제적으로 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떠들어 공부도 안되는데 왜 남아서 모두가 함께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교감 선생님은 '시간이 금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이는 금을 낭비하는 꼴이다"고 꼬집었다. 최 학생은 "학교마다 공부를 가르치는 방식이 다른데 왜 똑같은 시험지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일제고사'를 보지 않으려는 학생에 대해 일주일 전에 의견수렴을 받고 체험계획서를 내라고 하는데 결국 결석처리 할 것이면서 왜 시간 낭비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아빠가 공무원인데 그렇게 공부해선 되겠냐며 은근슬쩍 협박해 아빠 욕을 덜 먹게 하려 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생활에서 느끼게 인권교육 먼저"
김정욱 충주중앙중 과학교사

▲ 김정욱 충주 중앙중 교사
김정욱 (충주 중앙중)교사는 "국가 인권위원회의 진정으로 여학생 교복에 바지를 넣도록 한 것이 6년 정도 된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도 여성미를 강조한 교복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치 모두가 8등신 미녀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 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사는 "지난해 제천 중학교 1학년 학생이 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방과후 학습의 일방적 통보에 대해 항의했던 것이 생각 난다"며 "용기의 문제다. 하지만 나 조차도 인권 탄압교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학생 인권조례 제정 문제가 대두되면 교사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아직 깊은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사전은 인권을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로 개념 정의하고 있다. 헌법 10조부터 14조까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고 있고 37조는 나열되지 않았다고 해서 침해 받지 않는다고 명문화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해 선택해야 할 3가지는 자치(자유권)·사회(사회권)와 교육받을 권리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학교생활 속에서 직접 느끼고 알수 있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는 맛 가르쳐야 제대로 된 교육"
권은숙 (충북장애인인권연대)학부모

▲ 권은숙 (충북장애인인권연대)학부모
중3 졸업생을 둔 어머니 권은숙 (충북장애인인권연대)씨는 "장애인 인권운동 10년차로 살아  오면서 활동비로 받는 100여만 원을 사교육비로 모두 쓰고 있다"며 "우리나라 20대 사망사고 중 최고는 자살이다. 자사율도 10명중 3명일 정도로 높다. 정신건강이 정말 나빠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율이 높다는 것은 참 못사는 나라다"며 "살맛을 못 가르치는 나라는 불행한 나라다. 인간을 인적자원으로 치니 사는 맛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사는 맛을 가르쳐야 공부하는 맛을 기를 수 있다. 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바다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20여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참 만남 교실을 꾸려 학습지원을 2년 동안 했지만 실패했다"며 "이는 정신적 안정 없이 학습 부진을 막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안게 해 준 교육이다. 이후 자연과 더불어 현장체험학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역량을 높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쉽게 다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곳, 마음과 공간이 하나쯤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곳이 바로 나였으면 하고 그래서 지난 9년 동안 학교현장에서 바쁘게 달려온 딸에게 1년간의 휴가도 주려 한다.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