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기도 전에 '급발진 아니다' 예단… 진단결과는 정상인데 에어백 작동 안해
서비스 센터 "운행중 사고 사례 없다"… 운전자 "구입 한달만에 엔진 교체한 차량"

▲ K씨가 급발진 사고를 당한 청원군 남이면 산막리 584 농로.
"브레이크를 밟자 갑자기 RPM이 급상승 하면서 제어할 수도 없이 굉음과 함께 4∼5m 논바닥 아래로 추락했다"

충북 청원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했으나 제조사가 안일하게 대처해 빈축을 사고 있다. 청주 미평동에 사는 K씨(61). 그는 지난 달 28일 낮 12시 40분께 평소 자주 들르던 청원군 남이면 산막리 584 자신의 농장을 다녀오다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낮은 내리막길에서 20㎞ 안팎의 속도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자 갑자기 RPM이 급상승 하면서 제어할 수도 없이 굉음과 함께 4∼5m 논바닥 아래로 추락했다.

이날 사고로 K씨는 손가락에 금이 가고 턱관절과 무릎, 발가락 등을 다치는 전치 6주의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었다. 그런데 K씨 가족들은 '귀중한 생명을 잃을 뻔한 이번 사고에 대해 자동차 제조회사가 너무도 안일하게 대처 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K씨가 사고당시 운전했던 차량은 기아자동차에서 2002년에 생산한 '쏘렌토' 차량이다. 한국 소비자 보호원 등에 따르면 히터 접지불량이나 손잡이 안전 문제로 인한 리콜 서비스는 있었어도 지금까지 급발진 의심 상담은 한 건도 없었던 차량이다. 소보원의 차량결함에 대한 상담 건수는 지난 2009년 81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토요타 사건으로 4.7배 늘어난 380건이었다. 올해는 지난 3월 현재 50여 건으로 집계됐다.

사고 다음날 오전 현장을 방문한 청주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 한 관계자는 현장도 보기 전에 '도대체 원하는 것이 뭐냐'며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예단(豫斷)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장 조사가 소홀해 사고차량 운전자가 누구였는지 사흘이 지나서야 확인했다는 것이다. K씨의 아들은 "예의상 환자의 안부를 묻는 게 한국인의 정서인데 현장조사에서 마치 우리가 뭐라도 바라는 사람들인 양 대했다"며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미리 단정 지으며 사고차량 운전자 이름도 제대로 적지 않아 사고발생 사흘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전화로 물어왔다"고 분통(憤痛)을 터뜨렸다.

"진단 결과 정상이라니 에어백도 가동 안해"

▲ 급발진 의심 사고후 K씨 아들이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 청주 신봉점에 견인조치해 놓은 사고차량.
사고발생 다음 날인 29일 오후 2시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 청주 신봉동점 관계자들과 K씨의 두 아들, 보험사 직원 등이 참관한 가운데 피해자 가족들이 견인 조치한 차량에 대한 점검이 실시됐다. 컴퓨터 진단기 측정결과 엔진, 미션, 에어백 등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K씨의 아들은 "논바닥으로 추락 시 라디에이터가 꺾여 엔진이 정상 가동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진단기 측정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더욱이 사고당시 에어백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컴퓨터 진단기라 하는 '하이스캔'은 기초적인 진단장비라고 한다. 마치 환자가 병원에 들르면 문진을 하는 의사들이 청진기를 들이대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하이 스캔을 할 경우 오토매틱 차량의 복잡한 전자제어장치 이상 유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차량 결함 신고가 접수되면 육안으로 기계적 이상을 확인하고 '하이 스캔'을 통해 차량의 각종 전자제어장치 등을 점검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이 스캔이 차량의 급발진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장비는 아니"라고 조언했다.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 청주 신봉동점 관계자는 "현장조사 첫 대면을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죄송하다"며 "뭔가 오해가 있는듯 한 데 그런 뜻은 아니었다. 운전자 신원확인이 늦은 것은 당연히 자동차 소유자라고 생각해 사무실에 들어와 전산을 확인해 보니 운전자와 소유자가 달라 발생한 일이다"고 말했다 또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통상 정차되어 있던 차량에 시동을 걸 때 발생해 왔다"며 "저속으로 운행 중이던 차량에서 발생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 차도 아니고 구형으로 오랫동안 잘 타 오던 차량이라 더더욱 그렇다. 1차 조사결과는 일단 급발진이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이스캔 측정결과는 사고 이전에 기록된 전자신호를 받아서 확인한 결과다"고 설명했다.

"동일 차종 비슷한 사고경험자 있다"

▲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가락 파절 등 전치 6주의 타박 골절상을 입은 K씨가 본보 인터뷰에 응답하고 있다.
K씨는 "9년 전 새 차를 산 지 한 달 만에 엔진 이상으로 교체한 바 있다. 그동안 운행 중에도 이상증세가 있었지만 긴급처치로 겨우 타 오던 차량이다. 결함이 없는 차종인양 해명하는 것도 불쾌하다"며 "나는 대형면허 소지자로 골재운반 차량을 운전하기도 했다. 36년 운전경력을 자랑하는 나에게 처음엔 운전미숙으로 인한 과실여부를 떠들기도 했다. 사람 목숨이 걸린 안전사고에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바쁜 농번기로 콩 모를 부어 놓은 것을 이식하려다 사고를 당했고 사람을 사서 콩을 심는 형국이다. 경제적 손실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닌데 진심어린 사과한마디 없다"고 꼬집었다.

K씨의 아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글로벌 도덕 경영을 한다는 기업의 행태가 정말 실망스럽다"며 "차량은 폐차 시키고 보험회사로부터 중고차 가격으로 되돌려 받으면 된다. 문제는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차량 이상을 신고해 더 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해 보고자 신고했는데 이렇게 취급을 당하고 보니 억울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골재운반업을 하면서 기아 자동차를 다수 이용해 홍보 영상에까지 출연한 바 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형국이다. 급발진 사고 여부를 떠나 고객을 대하는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의 자세가 틀렸다고 생각 한다"며 "사실 아버지 주변에서도 차량을 운전하다 똑같은 경험을 한 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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