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에서 경제학 공부를 계속해 왔는데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공적 연금이 보유한 주주권을 활용해 기업을 뜻대로 하겠다는 것은 '연금 사회주의'다."

"정치 논리에 따른 관치 목적의 지배구조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경영안정화를 훼손해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되므로 지양해야 한다."

동반성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포문을 연 건 이건희 회장. 두 달 전 그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한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해 날 선 비판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혈투로 이어질 듯하던 경제학도와 경제학자의 일대일 대결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수그러진 듯했던 논쟁은 '집단 반발'로 확전됐다. 지난달 26일 논쟁의 잔 불을 활활 타오르게 한 발화점은 한 정책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장했다.

재계는 들끓었다. 경총은 '연금 사회주의'라 딱지를 붙였고, 전경련은 '관치의 부활'이라며 반발했다.

여진은 아직 남아 있다.

대기업이 볼펜, 복사용지, 면장갑 같은 영세유통 영역의 일감까지 빼앗는 현실. 동반성장위원회가 결정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둘러싼 논쟁이 남아 있다.

연초 유럽의 경제인과 학자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국제금융위기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은 한국 대기업의 비밀을 캐기 위한 것이 방문목적이었다.

비밀을 파악한 그들은 실망했다. 유럽에서는 흉내 낼 수 없는 '비법' 탓이었다. 그들은 정부의 고환율정책과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비정규직 노동자를 통한 저임금 정책을 꼽았다.

기업에 특혜를 주지 않고, 공정한 거래로,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올바른 '경제성장' 방향이라 믿는 그들과 다른 '한국적 성장동력'에 실망한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 '성장그릇'의 물이 넘치면 중소기업까지 이어진다며 '트리클다운(낙수효과)' 정책을 내세우며 고환율과 감세정책을 이어왔다.

그러나 대기업은 '성장그릇'을 대용량으로 바꾼 채 물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들만 성장'한 것이다. 불공정 거래에 문어발식 확장까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초과이익 공유제'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결정'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견제' 등의 동반성장 정책은 앞서 언급한 유럽의 시각과 '해법'에 부합한다.

하지만, 한 가지 빼먹은 문제가 있다. 경제 3주체 중 하나인 가계. 즉, 노동의 문제를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의 문제를 간과한다면 '동반성장'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설익은 경제학도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

국제기준에 따라 전임자 임금지급을 노사자율로 결정하도록 하고, 복수노조엔 다양한 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이 '고용안정'과 '분배의 정의'를 실현해야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사회양극화가 해소되고, 동반성장도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이 '노동권 강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