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린우리당에 봄기운이 한껏 깃들었다. 지금 당장 투표를 한다면 아마도 노무현대통령이 그렇게 오매불망하는 국회장악도 가능할 것같다. 정당지지도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내 내홍에 얽혀 스스로 알아서 죽을 쑤는 형국은 말 그대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것이다. 이미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다수의석은 따놓은 당상이고 앞으로의 관심은 과반수 확보다'라는 언감생심 호기마저 엿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충북에서도 열린우리당의 기세가 방향감각을 상실할 정도로 등등하다. 엄밀히 말해 철새 정치인의 전형적 행태를 보인 이시종 전충주시장을 데려와 일사천리로 공천장까지 안긴 것도 부족해, 이 때다 싶어 줄줄이 입당한 고위 관료출신들에게도 여차하면 한꺼번에 공천보시를 할 태세다. 지난 대선 때만해도 노무현의 '노'자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던 척박한 땅에서 당과 대통령후보를 지켜 낸 사람들은 졸지에 이단아로 찍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당이 전략적으로 영입한 오제세 전인천부시장(청주 흥덕 갑), 변재일 전정통부차관(청원), 서재관 전해양경찰청장(제천 단양) 등이 잘난 인물임엔 틀림없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같이 국민경선을 기피한다. 정정당당하게 경선하자는 경쟁후보들의 외침에도 예외없이 오불관언이다. 이들의 입당에 대한 중앙당의 언질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오만하기 그지없다.

 선거에서 후보 경쟁력은 얼마든지 재생산되고 또 소멸할 수 있다. 고졸 출신 노무현대통령이 가장 확실한 교훈이다. 설령 이들 영입파가 경쟁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비교우위를 점한다해도 투명한 절차를 거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지도 격차가 심해 중앙당에서 낙점할 수 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 여론조사를 당사자들에게 공개해 동의를 얻으라는 것이다. 이들이 하나같이 낙하산 공천 내지 내정시비에 휘말리고 있는데도 이에 관련된 데이타는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바로 이런 점을 질타하는 것이고, 충북이니까 또 무시당하는구나 하는 자괴감을 갖는 것이다.

 이 마당에 열린우리당이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당의 창당 배경이다. 민주당에서 갈라진 근본적 동인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후보를 인정하지 않은 당내 '반칙세력'과의 결별이다. 기껏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결정하고서도 잠시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무현을 배척한 민주당의 '반칙'에 대해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등 이른바 탈레반들이 '응징'을 부르짖으며 떨쳐 일어난 것이 열린우리당의 태동인 것이다. 이런 열린우리당이 지금 충북에선 되레 반칙을 선도하고 있다. 당의 이념과 정체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지금의 열린우리당 행태는 꼭 2년전의 한나라당을 보는 것같다. 그저 세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사람들을 '떼'로 영입하며 기고만장하던 호시절 말이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지금 어떻게 변했는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교만해진 열린우리당이 노무현정권이 끝나는 4년 후 지금의 한나라당 신세로 변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나. 이런 교만에 대한 심판은 오는 4월 총선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충북의 열린우리당을 이렇게 만든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들이 누구이든 조만간 목이 조여오고 있음을 느낄 땐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열리우리당의 뿌리는 정치권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아니라 바로 국민과 유권자들의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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