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우리말 맞춤법에서 헷갈리는 게 어디 한두 개랴만, 그중 모음 ‘ㅡ’와 ‘ㅜ’인지 혼동되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발음이 그런 것 같아 무심코 ‘ㅜ’로 표기하지만 모음 ‘ㅡ’를 써야 하는 것들이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것으로 ‘치르다’를 꼽을 수 있겠다. 충청매일 4월15일자 3면 <살아생전에 가장 화려한 장례식을 치 극작가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에서 ‘치룬’(→치)은 그릇된 표기다. 뒤에도 ‘치뤘던’, ‘치루길’이라는 표기가 나온 것으로 미뤄 오타는 아니다. 이처럼 흔히 ‘치루다’를 기본형으로 알고 쓰지만 이것은 ‘치다’의 잘못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왜 잘못 발음하고 잘못 적을까? 아마도 ‘이루다’, ‘미루다’라는 말을 많이 쓰다 보니 편하게 그리 유추한 게 아닌가 싶다.

‘치르다’는 ‘치러’, ‘치렀다’처럼 활용되는데 ‘ㅡ’가 탈락한다 해서 ‘으불규칙 동사’로 분류된다. 그러나 어간이 비슷한 형태의 말들은 대부분 ‘르불규칙 동사’다. 기르다(→길러), 이르다(→일러), 지르다(→질러), 찌르다(→찔러) 등이 그것. ‘치르다’만 예외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치루다’를 표준어로 삼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편)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충청일보 4월15일자 11면 <과학벨트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러리를 세우려는 것이나 다름없다./정학한 숫자는 가하기 어렵다.>에서도 ‘둘러리’(→러리), ‘가눔’(→가)이 틀렸다. 이 밖에도 ‘ㅜ→ㅡ’로 고쳐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오리다, 움추리다, 쭈리다,추리다; 길하다, 널러지다; 아 따위가 그 예다. 각각 ‘-므,-츠,-그,-스,-쯤,-브,-등’의 잘못이다. 하지만 ‘모듬(→모둠)’과 ‘핼쓱하다(→핼쑥하다)’는 그 반대다.

모음 ‘ㅡ’와 ‘ㅜ’가 이처럼 헷갈릴 수 있는 것은 비슷한 혀의 위치에서 나는 소리라서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들 모음은 소리 낼 때 혀가 높고 뒤쪽에 위치한다. 해서 둘다 ‘고모음’이자 ‘후설모음’이다. 그러나 입술모양을 오므리는 정도에 따라 소리가 엄연히 구분되므로 표기도 유의할 일이다. 특히 표기에 따라 뜻이 달라져 주의할 것도 있다. ‘러보다’와 ‘러 보다’가 그렇다. 전자는 시찰의 의미지만, 후자는 방문의 뜻에 불과하다.

4월15~19일 사이 보도된 기사에서 나온 맞춤법 오류로는 금(→금세 MBC), 뒤덮(→뒤덮인 MBC), 점(→허점 CJB), 동여 놨습니다(→동여매 놨습니다 CJB), 별에 별(→별의별 CJB), 지표로(→지표로서 동양일보), 주택보급(→주택보급률 충북일보) 등이 있다.

한편 개념을 잘못 알고 쓴 ‘용어 문제’도 더러 눈에 띄었다. <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추경에서 삭감된 전액을 보존할 수 없겠지만 ~”고 밝혔다.>(충청일보 4월18일자 3면)에서 형사소송법상 용어인 ‘일사부재(一事不再理)의 원칙’은 ‘일사부재(一事不再議)의 원칙’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또 충북일보 18일자 3면의 <대표적 군락지인 금천동 효성병원 앞도 봄의 축제가 한창이었다.>에서 군락지도 갸우뚱해진다. ‘군락’하면 일반적으로 자생하는 식물집단을 뜻하는 줄 알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조성된 가로수까지 그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말이다. 비유적으로 썼다면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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