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석 조 (변호사)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면책특권이다. 단 ‘의원인 자격에서 행한 원내발언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다. 물론 ‘국회’냐 ‘당사’냐 라는 식의 단순히 장소적 의미보다는 의원직무와 관련되어 있다.

최근 홍준표의원은 노무현대통령의 당선축하금 1300억원이 CD(양도성예금증서)로 존재한다고 국회법사위회의실에서 폭로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위조CD로 밝혀졌다. 날조된 막가파식 폭로의 전형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흔들림없이 한나라당사에서 폭로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사에서의 태도는 국회에서의 태도와 사뭇 달랐다. 전직 검사출신인 그가 면책특권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모를리 없다. ‘당사’에서 보여주었던 그답지않은 조심성은 면책특권의 본래 취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며칠후 서청원의원 석방가결안이 통과되었고, 다음날 아침 서울구치소앞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에워싸인채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며 자신을 구출해낸 고마움(?)을 표했다. 이 또한 국회의원의 특권인 불체포특권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론의 질타 속에서 서의원의 석방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박종희의원은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한화갑의원의 경우 지금까지도 구속영장조차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섯차례나 영장을 집행하려했으나 당원들의 강력한 실력저지로 영장집행은 끝내 무산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헌법에서는 불체포특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헌법 제44조는 “①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을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국회의원의 특권들은 역사 속에서 그 본래 목적이 더욱 빛을 발한다. 17세기 영국에서 전제 국왕의 횡포와 서슬퍼런 압력에 대항하여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고 의회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권으로 인정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에는 모든 입헌국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바 우리나라에서도 행정부에 의한 불법. 부당한 탄압을 방지하고 외부의 압력을 받음이 없이 오로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국회의원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 독립성을 보장하여야 할 우리 헌정의 현실적 필요성에 바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이 특권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범죄행위조차 보호함으로써 사법기능까지 마비시키면서 법을 유린하고 있기까지하다.

변협에서는 최근 이와 관련해 불체포특권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입법청원서를 제출하였다. 국회는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또는 구금이 의정활동을 방해할 목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동의안을 부결하거나 석방요구안을 가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는 법적인 대응이다. 법은 현실을 반영하는 가장 투명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법이 되어야 한다. 물이 흐르듯(法). 바로 동시대인의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할 때 가장 법다운 법이 될 수 있으며, 과거의 틀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 분명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법적인 대응에 앞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법 이전에 법을 관통하고 있는 기본원칙과 정신의 훼손이 우리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입법기관의 의원님들, ‘오로지 양심에 따라 국회의원의 권한을 행사’하십시오. 그리고 법의 칼날은 만인평등을 지향한다는 기본정신이 특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망각하지 마십시오. 특권이었던 것도 부메랑이 되어 가슴에 꽂힐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한순간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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