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2020년까지 1000만 그루 나무 심는다
자투리 땅 손바닥공원으로…도시 숲 조성나서

67만 청주시민이 만약 한그루의 나무를 매년 심는다면 10년 안에 천만그루를 심을 수 있게 된다. 청주시는 2020년까지 이른바 ‘생명수(樹)’심기 프로젝트를 벌인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도시미관을 위해 벌이는 나무심기 프로젝트는 녹색수도 청주 슬로건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관주도의 나무심기 프로젝트는 전국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청주시는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증운동을 벌이고 관은 매개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 눈에 띈다.

먼저 충북지역개발회, (사)충북생명의 숲 운동본부, 청주시청 공원녹지과에 시민들은 돈을 내도 되고, 나무로 지정기탁을 하면 시는 적절한 장소에 심어주게 된다. 고사리 손으로 5000원을 내도 좋고 회사대표는 소득세 감면을 위해 이를 활용해도 좋다. 시는 회사에 대해서는 기부금 영수증을 따로 발부해준다. 지난 식목일에는 지역농협이 제1호로 1억원을 지정기탁했다.

민-관 거버넌스 형태로 진행

이중훈 공원녹지과장은 “전국 최초로 지역개발회, 시민단체, 시가 거버넌스 형태로 사업을 벌인다. 이전에는 시민 혈세로 관이 나서 심다보니 명분도 약했고 시민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기민 (사)충북생명의 숲 관계자는 “나무를 심는 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1인당 1000그루의 나무를 심어야만 인간이 살면서 쓰는 양을 보전한다는 말이 있다. 잘 살면 목재사용량도 늘어난다.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지난 식목일행사에서는 한범덕 시장을 비롯한 식목단체 20여곳이 참여해 나무심기행사를 했다.
청주시는 4월 15일 오후 2시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대대적인 묘목 나눠주기 행사를 통해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기념일마다 나무심기, 한 가구당 매년 3주 나무심기, 자투리 공간 손바닥 공원 1000개 가꾸기, 기업마다 1사 1공원 가꾸기 등을 내걸었다.

손바닥 공원이란 시가 압류한 땅, 도로가 정리가 안 된 땅, 개인 땅 등 자투리 땅을 활용해 공원화사업을 펼치는 것이다. 또한 명암동에 3000평 부지를 마련하고 ‘나무은행’을 운영한다. 이사를 가서 주인을 잃어버린 나무, 도로가 나서 갈 곳 없는 나무들을 한 군데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또 문암생태공원 내에 나무를 식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출생, 입학, 졸업, 결혼, 회갑 등 각종 기념일에 나무심기 캠페인을 벌인다. 이러한 나무 심기 외에도 도심 숲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

이중훈 과장은 “나무와 숲을 보기 위해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서도 숲을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 길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되고 걷고 싶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예산 2배 늘어

▲ 명암동 일원에 마련된 ‘나무은행’에서는 버려진 나무를 관리한다.
청주시 공원녹지과는 최근 2~3년 사이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남상우 전 시장 시절 70~80억원이 배정됐다면 올해는 15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종훈 과장은 “나무 심기는 탄소흡착뿐만 아니라 교통, 녹지, 환경적인 부분과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임기 내에 청주시가 숲으로 우거질 수 있을 것이다”고 장담했다.

청주시는 13명으로 구성된 ‘녹색기동대’를 발족하고 가로수 뿐만 아니라 도심 내 나무에 관한 민원이 들어왔을 때 바로처리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중훈 과장은 “도심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숲을 보면 스트레스가 준다

이에 대해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는 “도심 내 숲을 조성하는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숲과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수치가 준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1000명을 대상으로 숲과 직장 내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논문에서 신 교수는 “직장인들이 창을 통해 숲을 바라보거나 책상 위에 화분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고 직무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멀리 보이는 산보다 일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도시 숲이 필요하다. 청주시에는 아직 공원다운 공원이 없다. 도시에서 녹지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경제적인 가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중요한 가치들을 견인해낸다. 인간은 500만년동안 숲과 더불어 살았고, 인간의 역사가 숲의 역사다. 불과 100년 사이 인간과 숲이 단절된 삶을 살았다. 숲은 우리 삶의 근원과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에 해답을 준다”고 강조했다.

청주의 자랑, 청주 가로수길
60~70년 된 나무 1000그루 심어져 장관

▲ 청주가로수길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가로수 하면 청주의 가로수길을 빼놓을 수 없다. 청주자랑 10선에 들어갈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손꼽힌다. 가로수 길에 심겨진 나무는 잘 알다시피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다.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이식이 쉬우며 추위에 잘 견디므로 따로 관리가 없어도 잘 자란다. 또한 대기 오염에도 강하며,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이 가장 우수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경부고속도로 청주 나들목부터 흥덕구 복대동 죽천교까지 4.53㎞의 가로수 길에는 60~70년 된 플라타너스 1천여그루가 심어져 있다. 2001년 열린 제2회 전국 아름다운 숲 경연에서는 거리 숲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으며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간간히 얼굴을 내밀었다. 1982년 영화 <만추>, 94년 드라마 <모래시계> 등에 나오면서 전국의 명소가 됐다. 최근에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했다.

가로수길은 1952년 녹화계획으로 심었으나 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으로 한때 뽑혀 나갈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시민단체 이를 반대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남상우 시장 시절 중앙분리대를 11m정도로 늘려 사진촬영, 휴식과 자전거 타기 등 놀이가 가능한 긴 가로수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무산됐다.

가로수길은 2004년 12월부터 507억여원을 들여 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확장 공사는 가로수 훼손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등 마찰을 빚었으며, 차로(6~8차로)를 놓고도 논란을 거듭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지난해 가로수길은 6차로로 재탄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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